경제 제재 분풀이 이벤트
당국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 서민들 "폐기 중단" 서명운동
치즈 9t, 복숭아 55t, 고기 28t, 토마토 28t..., 낙농제품, 과일, 베이컨 등 먹거리 총 320t이 하루 만에 폐기됐다.
불도저, 증기룰러 등 중장비가 동원됐고 짓이겨진 음식들은 땅속에 파 묻히거나 곧바로 소각됐다.
바로 먹어도 되는 멀쩡한 음식들을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폐기처분한 곳은 러시아다.
러시아 정부는 6일 블라디미르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령에 따라 수입이 금지된 서방 국가의 치즈, 과일,
기타 식품을 압수해 소각했다고 러시아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서부 칼리닌그라드에서 북부 상트페데르부르크, 동부 알타이 등 접경 지역에 소각로를 설치,
불태우고 파묻었다.
이 같은 조치는 2013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가엦로 합병한 뒤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서방에 대한 상징적인 분풀이로 봉린다.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의 경제제재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유가격이 반 토막 나면서 국가 수입은 급감했고 루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그러자 러시아는 지난해 8월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제재에 동참한 나라들의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시키는
초강수로 맞대응했다.
이번 식품 폐기는 금수조치를 지난달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뤄졌다.
알렉산드르 트라체프 농림부 장관은 "원산지 표시가 부착되지 않은 식품,서류가 위조된 식품 수입은 불법"이라며
"압수 및 폐기 조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러시아 의원들은 적발된는 밀수꾼들에게 최대 징역 12년까지 내릴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폐기 장면은 TV를 통해 방영됐고 정부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언론에 배포했다.
농부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다수 서민들은 크게 분노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식품가격이 20% 안팎으로 급등했고 국민 중 10%인 2000만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자선단체들도 "이 음식을 빈민에게 나눠 줘야 했다"고 비판했고
종교인들은 "정신 나간 짓" "악의적"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현지 언론 베도모스티비스니스데일리는 "잔인함의 표현이고 사회에 대한 도전이며
윤리를 거부하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1면 사설에 썼다.
영국 BBC도 "최근 몇 해 동안 극심한 기근까지 겪는 상황에서 어려움만 가중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민 30만명은 식품폐기를 중단해 달라고 온라인 서면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 대변인인 디미트리 페스코프는 국영 언론 리아노 보스티를 통해
"대통령도 청원사실을 알고 있지만 식품을 폐기하라는 명령은 이미 내려진 상태"라고밀했다.
정부는 식품 자급자족능력을 끌어올리고 농산품 가격을 인상시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하지만,
AP통신은 "자급자족을 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며 그때까지 식품값은 급등하고 사람들은 상처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도 러시아 금수조치로 인해 피해가 표면화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식품가격 폭락에 거세게 항의하는 농민들과 축산농가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 6일 벨기에에서도 비슷한 소요가 발생했다. 김세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