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 물길 보며 내리막길 쌩쌩
송천을 따라 구비구비 따라가는 레일바이크는 아우라지에 물길이 합쳐지면서 끝난다.
강원도 정선군의 아우라지역-구절리역 구간은 한국에서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곳 중 세 번째로 오래된 구간이다. 이곳은 폐광지역의 철로를 이용하여 2005년 6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국에 레일바이크라는 것 자체가 많이 없었으니 한국 레일바이크 관광의 초기 모델을 설정했다고 할 수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꼽자면 다른 지역에 비해 긴 7km의 길이와 내리막이라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 힘을 들이지 않고 정선의 청정자연을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있으랴. 이러한 조건은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정선 레일바이크의 핵심 지역인 구절리역은 1974년 탄광에서 나오는 석탄을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지금은 정선군 석탄산업의 사양으로 인해 풍경열차와 레일바이크 외에는 별다른 기차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점 덕분에 레일바이크가 시시작된 것이다. 이 곳의 이름은 바로 아홉 번 굽어진 양의 창자마냥 꼬불꼬불하게 흐르는 천변의 모양에서 왔다. 구절양장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냇가를 따라 쭉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터널이 보인다. 다른 곳보다 서느런 공기가 맞아주는 데다가 내리막길로 되어 있어 발을 잠시 쉬어도 좋은 구간. 페달을 세게 밟으면 올라가는 속도에 순간 식은땀이 날 수도 있겠다.
1) 여치의 꿈은 기존의 열차객실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만든 구절리역의 명물이다
2) 아우라지 역에서 다시 구절리역으로 데려다주는 풍경열차.
이 정선 레일바이크만의 특징이 있다면 바로 재미있는 모양의 건물과 풍경열차를 들 수 있다. 다른 단선형 레일바이크는 종점에 다다른 뒤 자전거를 돌려 세워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형식이다. 반면 정선의 레일바이크는 아우라지 역에 도착한 뒤 주변 구경을 하면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어름치가 산란하는 모습을 건물로 나타낸 어름치 유횩에서는 인증사진을 박는 것도 좋겠다. 레일바이크 표를 제시해야만 탈 수 있는 풍경열차는 아우라지 역부터 구절리 역까지 자전거를 밟느라 미처 못 봤던 시원한 풍경을 새삼스레 눈안에 풍덩 풀어준다. 그렇게 구절리역으로 돌아왔을 때 보게 되는 거대한 여치 두 마리의 환영은 덤이다.
이러한 정선 정선레일바이크는 2인승과 4인승 차종이 있으며 하루에 5회가 운영된다. 특이사항으로는 우천 시에도 운영된다는 점과 현지 사정에 따라 시간이 유동적으로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밖에 운영시간표와 예약, 주의사항 등 자세한 정보의 안내는 코레일관광개발 정선 레일바이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도록 하자.
섬진강 따라 남도 햇살에 포옥
섬진강의 잔잔한 물결을 깨우는 레일바이크 승객들의 웃음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의 명물인 레일바이크도 역사를 따지자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다. 2004년 곡성군에서 조성한 철도공원에 300m 길이의 레일바이크를 만든 것이 시초. 이후 이 철도공원이 섬진강 기차마을로 탈바꿈하면서 공원을 한바퀴 돌 수 있는 500m의 순환형 레일을 갖췄다. 한국 레일바이크 산업의 시조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래블투데이]가 주목한 것은 2009년에 도입된 섬진강변 레일바이크다. 이 역시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며 섬진강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손꼽히는 침곡역과 가정역 사이의 폐철도를 이용한 것이다.
침곡역과 가정역 사이를 지날때면 주변을 둘러싼 아기자기한 풍경이 눈을 간지럽힌다. 반짝이는 섬진강변을 비롯해 붉게 타오르는 철쭉, 도깨비마을과 심청이야기마을 등 곡성의 여러 관광자원들을 눈으로나마 훑을 수 있게 해주는 코스다. 다만 맨 마지막 구간에 등골에서 땀이 살짝 맺힐 수 있는 언덕길이 준비되어 있으니 힘을 아껴두는 것이 좋겠다. 가정역에서 침곡역으로 돌아갈 때도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곡성 기차마을로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명물인 증기기관차를 이용해 기차마을로 돌아오는 것을 추천한다.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레일바이크 예약은 물론 증기기관차 예약, 주요시설 및 명소 설명 등을 볼 수 있다.
탁 트인 여수 바다, 갈때는 빠르게, 올때는 열심히
여수해양레일바이크는 남해 바다를 보며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선로복선화를 통해 목적지까지 갔다가 셔틀버스나 다른 열차를 타고 출발지로 돌아올 필요가 없다. 그저 가는 길이 내리막길이었으니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조금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할 뿐이다. 다행히도 총 거리는 3.5km 가량이니 바닷바람을 맞으며 으쌰으쌰 힘을 내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푸른 바다에는 섬들이 첩첩히 겹쳐져 있어 절로 눈길이 간다.
1) 여수해양레일바이크는 푸른 바다와 여수미항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2) 깜깜한 터널에서 빛을 발하는 각종 조명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수해양레일바이크만의 특징이 있다면, 다른 레일바이크와는 달리 늦은 시간까지 체험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 강원도와 같은 산간지방이 빨리 어두워지는 만큼 일찍 문을 닫는 것에 비해 여수해양레일바이크는 동절기에는 18시, 하절기에는 21시까지 문을 연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레일바이크 위에서 야경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일부러 저녁시간만 노리는 관광객도 생겨났다. 레일바이크가 지나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반짝반짝한 조명들이 펼쳐지니 저녁시간을 노리는 관광객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전 구간이 해안가 코스로 이루어진 여수 레일바이크는 내일로를 비롯하여 다양한 제휴사의 혜택이 있으니 여수해양레일바이크 홈페이지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 외에도 제각기 지역의 특성을 살린 레일바이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쪽에는 문경을 비롯해 대천, 아산등이 레일바이크를 운영중이다. 아름다운 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강원도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원주의 간현원주레일파크, 삼척의 해양 레일바이크, 하이원 추추파크의 레일바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에서 즐기고 싶다면 경기도 양평에서 다른 레포츠와 함께 레일바이크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정해진 철로를 따라 페달만 밟으면 되는 레일바이크가 스릴있는 체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모르는 곳을 향해 떠나는 기차여행의 설렘과 두 발을 박차고 달리는 자전거의 흥분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에 비롯된 것이 아닐까. 더욱이 철로를 따라간다 쳐도 그 과정에서 만나는 경치는 오롯이 자신의 마음 속에 새겨지는 새로운 경치이기에 더욱 그렇다. 여행지의 풍경을 마음에 새겨넣기엔 기차도 자전거도 너무 빠르다면, 한 템포 느리면서도 설렘을 싣고 달릴 수 있는 레일바이크에 도전해보자.
첫댓글 몇년전에 아우라지에 가서 레일바이크를 타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춘천에서 엄청 추운 날 낑낑대며 탔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몇년전이죠?
아, 정말 그랬던 적이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