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약 1.8만개 크기인 127㎢
전남, 전북, 경남 순으로 빈집 많아
빈집 예산 충남 250억..경기 32억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빈집의 외벽이 일부 무너진 가운데 쓰레기가 내부에 산처럼 쌓여 있다.
전국에 방치된 빈집 면적이 여의도의 44배 크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빈집 관리는 지역별로 제각각이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한국국토정보공사(LX), 광역지방자치단체(지자체)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시군별 빈집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 빈집이 차지하고 있는 연면적은 127.03㎢로 집계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44배, 축구장 약 1만8,000개 크기다.
다만 한국부동산원과 LX가 실시한 빈집 현황 조사에 따른 면적을 합친 것으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을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빈집이 차지하는 면적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빈집 면적이 가장 큰 지역은 대구로, 연면적(건축물대장상 기준, 무허가 건축물 제외)이 70.4㎢에 달했다. 이어 서울(9.16㎢), 충남(8.98㎢), 인천(8.47㎢) 등의 순이었다. 한국부동산원은 가구 전유면적, 대지 지분면적 확인이 어려운 공동주택은 전체 연면적으로 산정하고 있다.
지자체가 집계한 가구수로 따졌을 경우, 빈집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1만8,568가구)이었다. 전북(1만7,918가구), 경남(1만564가구), 강원(6,403가구), 경북(6,367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빈집이 방치돼 있지만, 지자체의 빈집 관리는 중구난방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자체는 의무적으로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계획을 수립한 광역지자체는 전국 17개 중 부산, 광주 단 2곳에 불과했다.
빈집 조사나 정비사업 등 지자체의 빈집 관련 예산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 경기는 32억 원인 반면 충남은 250억 원에 달했다. 빈집이 가장 많은 전남은 13억4,000만 원에 불과했다. 부산 54억 원, 경북 37억 원, 대구 8억4,500만 원 등인 점을 감안하면, 빈집의 숫자나 면적과 관계없이 예산이 책정됐다고 볼 수 있다.
"지자체별로 사업 내용과 예산 지원 근거가 달라 재정 지원 방식이 일관되지 않고, 여러 사업이 혼재되는 등 빈집 관리가 파편화됐다"며 "270만 호 공급에 앞서 빈집 정책을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수만 호에 달하는 빈집 물량을 확보하기만 해도 주택 공급효과는 클 것"이라며 "오래 방치된 빈집은 철거해 임대주택 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