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성 인정→ 불법 자금모집 결론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도 큰 영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EPA연합뉴스
시가총액 세계 6위(186억 달러·24조6000억원)를 기록하는 가상화폐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사이 2년 넘게 진행된 소송전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플의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결과적으로 리플을 포함한 증권형 토큰(STO) 발행사들이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집해왔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1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리플랩스와 SEC 간 법적 공방에 종지부가 찍힐 전망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최고경영자(CEO) 측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올해 상반기 내로 재판부의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EC는 리플랩스가 2012년 창사 이후 13억 달러(약 1조7200억원) 규모의 미등록 증권(XRP)을 발행해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로 2020년 12월 소송을 냈다.
미국 대법원 판례를 보면 ‘투자 계약’은 ‘기업 등에 자금을 맡김으로써 제3자의 노력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충족되는 투자행위’라고 규정돼 있다. SEC는 리플랩스가 코인을 발행해 얻은 수익으로 국제결제망 구축 사업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리플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원이 리플랩스의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리플랩스는 투자계약서, 투자의향서 등을 작성하지 않은 만큼 리플을 증권형 토큰이 아닌 가상자산(Virtual Asset)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리플랩스는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에서 “만약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증권으로 인정한다면 자동차, 다이아몬드, 완두콩도 증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리플랩스는 또 만약 증권성이 인정되더라도 ‘공정고지(fair notice)’를 받지 못했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주요 가상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따지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리플이 증권으로 인정될 경우 리플랩스가 그간 벌여온 사업도 전부 불법으로 판정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같은 조사가 다른 종목으로까지 번지면 업계 입장에서는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리플과 비슷한 가상화폐들이 줄줄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우엔 금융당국이 증권형 토큰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글로벌하게 통일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증권 여부를 결정하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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