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5일장을 다녀왔다.
나는 뼈속까지 촌스러워 백화점보다는 시장을 시장보다는 드문드문 서는 5일장을 좋아한다. 금방 따온 할머니들의 호박이며 가을 감들은 내 눈을 기분 좋게하기에 충분하다. 쭈글쭈글하고 까맣게 그을린 할머니 아줌마들의 얼굴은 거친 피부와는 반비례로 야들야들한 순박한 인심이 나를 뽀땃하게 해준다.
우리집 가훈은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땟깔도 곱다더라이다.
물론 나 처녀 적에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철학자가 낫다였다.
안봐도 비디오겠지만 시어머니의 쇄놰에 가까운 가르침으로 나도 이제 그렇게 변했다.
또 한가지 우리집 가훈은 먹는게 남는거다이다
이것도 그분의 가르침이다.
그서 우리집은 의류는 싸구려중의 싸구려를 입고 먹는것 만큼은 임금님 식단이 부럽지 않소이다이다.
오죽하면 신혼초에 요리책 두권에 나오는 음식을 다 해봤을까?
덕분에 왠만한 음식은 그냥 만들 수 있게됐다.
그러다보니 우리집은 엥겔계수가 높다.
엥겔계수가 높을수록 후진국이라는데 우리집은 후진국인가?
오전 10시에 버스를 타고 유성장에 내렸는데 벌써 노점을 펼치고 할머니들 아줌마 아저씨들이 장사를 한다.
부지런한 사람들!
먼저 여름장마에 버섯농사는 풍년이라... 쌓아놓고 파는 아줌마 인심도 참 푸져라
이천원에 한보따리를 주네 그려
나는 거기다 더 달라고 한마디 빼지않고 농도 섞어 야그도 하고
거기다 케네디 대통령이 항암에 썼다는 아가리쿠스를 차로 다려마실라고 사고, 근데 이건 좀 비싸꾼 그래
봐봐 그래 먹는 거 만큼은 우리집은 임금님 수준이라니까
거기다가 조금 걸어가니 다슬기가 고무락고무락 자주색 고무 함지를 기여다니네
고놈 맛있것다
된장넣고 지져 바늘로 까먹으면 오우 그 맛이란?
그래 그것도 주세용
근데 이것도 한 그릇에 디게 비싸군
그래도 좋아좋아
옆으로 가니 우렁이 속살을 그대로 들어내 놓고 있네
아좀마! 것도 좀 주세용
요번엔 과일을 사볼까?
조금 가다보니 가을감이 비닐 장판에 산처럼 쌓여 있다.
오메 보기만 해도 배불러라
아저씨가 주는 단감 한쪽 먹어보고 그 달큼한 맛에 감질맛 나서 한보따리 샀다.
가을감이 어찌나 달고 싼지 이천원에 20개를 준다.
돌아다니다 보니 10년은 입어도 안떨어질 것같은 질기고 싼 체육복이 오천원이네 고래 내꼬 하나 밉지만 남편꼬 하나
아이들 면바지도 어찌나 좋고 싼지 기분이다 세개산다.
싸다고 이렇게 마구 사다보니 십만원을 넘게 썼네 그려
그러니 살림이 가끔 빵구가 나지
뭐 그래도 좋아좋아
오는 길에 버스 탄 대합이란 놈이 멀미를 하는지 차바닥에
속엣것을 게워내 차 바닥을 반투명의 물로 어지간히 흥건하게 한다.
아저씨한테 혼나기 전에 빨랑 내려야지
아저씨 죄송해용
언제나 시장에 다녀오면 많이 산것같은데 막상 집에 오면 별로 없다는 거... 냉장고에 음식을 쟁여 넣는데 무겁게 들고 온게 다 어디갔는지 쩝
냉장고 속에 꽁공 숨어서 그러나?
여튼 오랜만에 맑은 가을 햇볕에 호박?도 말리고 풋풋한 할머니들도 보고 푸지고 푸진 인심도 느끼며 오전을 보냈다.
하하 엥겔지수 저희만 높은줄 알았는데. 앙 동료의식- 그래도 이렇게 잘먹고 아프지 않는게 훨 나아요. 병원 한번가면 최소 10만원은 깨질텐데. 차라리 맛난거 먹고 때때옷 입고 하는것이 좋지요. 단감20개에 이천원. 아 서울에 산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유성장에 가보고 싶게 하시네요 끄응-
저도 장 구경하는 거 좋아해요 아직도 우리 고향 동네엔 장이 서서..예전엔 장서면 엄마 따라다니며 짐 다들고 대신 꽈배기나 그런거 파는 거 졸라서 얻어먹고 그랬죠.. 그리고 저는 할머니들 추운데 쪼그리고 앉아 물건 파시는 것 보면서 맘이 아팠어요.. (외할머니도 장에 나오셨거든요..)
첫댓글 ㅎㅎㅎ... 실브리스님, 저희 시댁도 엥겔지수가 높기로 따지면 뒤지지 않을 텐데... 같이 장보러 가면 재밌겠네요. 서울은 그런 푸근한 장이 없어서... 단감이 이천원에 20개라니... 와, 정말 가보고 싶네.
혹시 아는 선배언니가 아닐까... 이 좁디 좁은 대전바닥에 -요즘은 많이 커졌지요^^- 두세다리 걸치면 다 아는사람일텐데... ^^ 저도 가끔 유성장을 지나첬었습니다. 옛 생각이 나네요.
하하 엥겔지수 저희만 높은줄 알았는데. 앙 동료의식- 그래도 이렇게 잘먹고 아프지 않는게 훨 나아요. 병원 한번가면 최소 10만원은 깨질텐데. 차라리 맛난거 먹고 때때옷 입고 하는것이 좋지요. 단감20개에 이천원. 아 서울에 산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유성장에 가보고 싶게 하시네요 끄응-
저도 장 구경하는 거 좋아해요 아직도 우리 고향 동네엔 장이 서서..예전엔 장서면 엄마 따라다니며 짐 다들고 대신 꽈배기나 그런거 파는 거 졸라서 얻어먹고 그랬죠.. 그리고 저는 할머니들 추운데 쪼그리고 앉아 물건 파시는 것 보면서 맘이 아팠어요.. (외할머니도 장에 나오셨거든요..)
유성장에 가면 천원짜리 멸치국수가 있는데 시장을 한바퀴 돌다가 배고프면 사먹는 그 맛이란...그리고 강아지 오리 닭도 판다지, 거기다가 보도 듣도 못한 두꺼비 기름으로 짠 신경통약이라나? 뭐 여튼 별게 다있습니다.
프랑스도 엥겔지수 높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