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산대 앞 신용카드 내밀까 휴대폰 내밀까
돈을 ‘어디에’ 쓰느냐는 문제만큼 돈을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무겁고 짤랑거리는 동전보다는 지폐를, 부피가 나가고 분실 우려가 큰 지폐보다는 신용카드가 편리하다. 편의성만 고려하자면 현재 통용되는 결제수단 중 신용카드만 한 것을 찾기 어렵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신용카드를 좋아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용카드 이용액 비중이 세계 1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전체 가계 명목 소비지출(714조원) 중 65.5%(477조원)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통해 결제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생활비로 1000원을 쓰면 이 중 655원은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는 뜻이다.
신용카드가 가장 사랑받는 결제수단으로 독주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금융권이다. 이들에게 공통적인 질문은 바로 ‘신용카드를 대체할 결제수단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이젠 신용카드를 들고다니는 것도 번거롭다는 것이다. 더 편리하게, 더 간편하게 돈을 쓸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다.
■ 모바일 결제의 등장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게 ‘모바일 결제’다. 개념은 간단하다.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누구나 들고다니는 휴대전화 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은 많지만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은 드물다. 국내 휴대전화 보급률은 이미 인구 대비 100%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기술적인 여건도 충분히 갖춰졌다. 올해는 모바일 결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결제 역시 대중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구분이 필요하다. 모바일 결제는 ‘온라인 결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산 뒤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다면 이것은 ‘온라인 결제’의 범주로 볼 수 있다. 기존 PC에서 하던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를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옮겨온 것뿐이다.
진정한 모바일 결제는 마트나 편의점, 식당 등 오프라인에서 플라스틱 신용카드 대신 (신용카드가 저장된)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개념을 뜻한다. 쉽게 말해 식당에서 밥먹은 뒤 계산할 때 스마트폰을 내미는 것이다. 현재 집계돼 발표되는 이른바 ‘모바일 결제금액’ 통계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온라인 결제금액’이 차지한다. 모바일 결제 활성화에 대한 ‘착시’도 여기서 비롯된다. 온라인 결제금액을 제외하면 실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모바일 결제금액은 전체의 1% 미만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모바일 결제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국내 주유소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된 금액은 총 32조여원에 달했다. 주유소에 가는 소비자 중 절반이 모바일 결제를 한다고 가정하면 16조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관련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
■ 애플페이 VS 카카오페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애플페이’나 ‘카카오페이’ ‘알리페이’ 등은 모두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제공방식에 따라 이름만 다를 뿐이다.
모바일 결제는 신용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스마트폰에 집어넣었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 유심에 부착된 IC칩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결제할 때는 유심이 들어있는 스마트폰의 뒷면을 전용 단말기에 갖다대면 된다. 버스 탈 때 버스카드를 찍는 식이다. 이 때 활용되는 게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어서 이를 ‘NFC 방식’이라고 부른다.
NFC 방식의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애플의 ‘애플페이’다. 구글의 ‘구글월렛’도 여기에 속한다. 국내에선 하나·BC카드가 NFC 방식의 모바일 결제 사업을 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경우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특정 카드사와 제휴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두 번째 방식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통칭 ‘앱카드’라고 불린다. 앱을 구동하면 저장된 카드 정보가 바코드 형태로 제공돼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알리페이’,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삼성전자의 ‘삼성월렛’ 등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한·삼성·국민·롯데 등 국내 주요 신용카드사들도 앱카드 방식이다.
■ 활성화의 조건은 역시 ‘편의성’
앱카드의 경우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비교적 최근의 방식이지만, NFC 방식의 모바일 결제는 이미 10년도 더 된 기술이다. SK텔레콤은 2001년 ‘모네타’라는 이름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NFC 방식의 경우 스마트폰을 대기만 하면 결제가 된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신용카드처럼 편리하다. 그러나 전용 단말기가 가맹점에 있어야 한다. 이 전용 단말기 값만 15만~20만원이다. 유심 IC칩의 기술적 한계상 저장할 수 있는 카드가 최대 6장 정도로 제한되는 점도 문제다. 여러 장을 저장한다 해도 특정 카드를 쓰려면 일일이 사용할 때마다 설정을 바꿔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호환문제로 애플의 ‘아이폰’에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앱카드는 가맹점들이 가진 기존 결제기기(포스단말기)와 호환되고, 카드를 여러 장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앱카드를 쓰려면 앱을 구동한 뒤 비밀번호 입력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닳아 전원이 꺼졌을 경우엔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제시하기만 하면 점원이 알아서 다 처리해주는 플라스틱 신용카드의 ‘치명적인 장점’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모바일 결제 성공의 관건이다. 이런 단점들을 들어 애플페이나 알리페이 등과 같은 글로벌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국내에 본격 진출하더라도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카드를 놔두고 굳이 모바일 결제를 택할 만한 충분한 유인조건이 있는지와 편의성이 보강되느냐의 여부가 활성화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핀테크’ 열풍은 청신호
금융권에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은 모바일 결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신호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을 통한 결제, 송금, 대출, 자산 관리 등을 뜻한다. 모바일 결제를 포함하는 개념이 핀테크인 셈이다.
금융권은 금리 인하로 인한 예대마진 축소 등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핀테크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국내 진출 가능성이 높은 애플페이만 해도 제휴카드사 자리를 놓고 업체 간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4000만명)의 10%는 아이폰 사용자들이다.
모바일 결제 외에도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은행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 등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 계좌 잔액·거래내역 조회 등을 할 수 있는 ‘워치 뱅킹’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기업은행은 핀테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핀테크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IPTV 셋톱박스에 은행에서 발급받은 현금IC카드를 꽂거나 전용계좌에 대금을 이체해 충전한 후 홈쇼핑 방송 시청 중 리모컨으로 결제할 수 있는 ‘TV머니’ 서비스를 도입하는 신한은행도 핀테크 관련 TF를 구성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의 모바일화를 구상 중이다.
2015년 1월 3일 16면 송진식·김경학 기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32&aid=0002559212 |
[문제] 위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 2014년 가계 명목 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많이 결제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① 동전 ② 지폐 ③ 어음 ④ 카드 ⑤ 모바일
2. 다음 중 모바일 결제에 해당하는 것은?
ㄱ. 핸드폰을 이용하여 카드결제를 함 ㄴ. 핸드폰을 이용하여 결제금액을 이체함 ㄷ. 핸드폰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 통해 결제함 |
3. 모바일 결제수단인 NFC과 앱카드 방식에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4. 모바일 결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해결과제를 서술하시오.
5. 위의 글과 관련하여 미래 사회의 모습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ㄱ. 태양이는 용돈을 모아서 저축한 금액을 확인하기 위해 앱을 실행하였다. ㄴ. 앱을 실행하고 만기가 된 계좌의 돈을 찾아 앱을 이용하여 다른 저축상품에 이체하였다. 핸드폰으로 은행업무를 마친 후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ㄷ. 버스를 타면서 핸드폰에서 설치된 모바일 결제를 통해 버스요금을 지불하였다. ㄹ. 친구들과의 식사를 마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식사비용을 지불하였다. 식사 후 친구들과 테니스 라켓을 사기 위해 검색 앱을 이용하여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을 찾았다. ㅁ. 그리고 그 매장으로 이동하여 현금으로 지불하고 집으로 귀가하였다. |
[정답보기]
1. ④
2. ㄷ
3. NFC 방식은 스마트폰 유심에 부착된 IC칩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인 반면 앱카드 방식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다.
4. 모바일 결제에 필요한 단말기 보급 문제, 호환성 문제, 사용과정의 편의성 등을 제공해야 한다.
5.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