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현대가 원년 멤버인 삼미 슈퍼스타즈의 ‘후예’가 누구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그다지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팀에 대해 서로 ‘우리 조상’이라고 아옹다옹 다투는 듯한 모습이어서 다소 우스꽝스러운 느낌도 준다.
발단은 SK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텍사스와 오클랜드가 서로 옛날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장면을 보고 인천 연고팀의 원조인 삼미를 떠올린 것. 지난 올스타전에서 초창기 경기 장면을 전광판에 상영했을 때 관중들의 호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문제는 삼미가 2000년 인천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긴 현대의 전신팀이라는 점. 삼미는 1985년 청보, 88년 태평양에 이어 96년 현대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래서 SK는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현대측에 양해를 구했으나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 ‘안된다’였다.
양 구단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SK는 삼미가 전신팀은 아니지만(SK는 인수가 아닌 창단을 했으므로 전신팀이 없다) 인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해 흥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 반면 현대는 ‘그래도 전신팀의 유니폼을 다른 팀이 이용할 수는 없다’는 태도다.
인천의 ‘옛 주인’과 ‘새 주인’인 양팀의 불협화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가 ‘인천 프로야구 20년 올스타’ 투표에 현대 선수들을 포함시키자 현대의 반발이 있었고 SK가 현대의 전지 훈련 협조 구단인 미국 피츠버그와 마무리 캠프 계약을 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SK는 8개 구단이 모두 옛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런 경우에도 역시 SK는 현대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어쨌든 각 구단이 서로 힘을 모아 프로야구를 살려내야 하는 마당에 벌어지는 양 구단의 묘한 신경전은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