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껴간 삶, 비껴가는 삶들
김 난 석
7080 포크 가수들의 공연 실황을 보기 위해
고양 어울림극장에 들려봤다.(2016. 1. 10.)
포스터를 보니 유익종의 사랑의 눈동자, 채은옥의 빗물,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
박장순의 겨울아이를 소개하고 있었다.
원래 음악에서 클래식으로 편식을 해오던 터라
포크 가수들의 공연을 가까이 해 오진 않았는데
주변의 권유에 의해 가볍게 들려봤던 것이다.
하지만 사회자 배철수의 진행 멘트에 따라 순차적으로 즐기다가
채은옥의 하얀 나비와 빗물을 들으려니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옛일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얀 나비는 원래 타계한 김정호의 노래인데
채은옥은 그가 생각 나 첫 곡으로 이걸 부른다는 것이었다.
1952년생인 김정호는 1973년도에 데뷔해
하얀 나비와 이름 모를 소녀 등을 열창하게 되고
채은옥은 그보다 3년 뒤인 55년에 태어나 76년에 데뷔하면서
빗물을 히트송으로 만들게 된다.
이렇게 데뷔와 히트를 3년 차로 이어나간 시대적 공감대로 인해
특별히 김정호가 생각 나 하얀 나비와 빗물을 부르겠다는 거였다.
나는 1년여의 약혼기간에 이어 결혼을 했던 73년도, 74년도에
지금의 아내 집에 드나들면서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듣게 되었다.
그때까지 라디오의 혜택밖에 누리지 못한 터에
아내의 집에서 티브이를 통해 엿듣던 하얀 나비는 호기심에 더해
무언지 모를 불안감도 뒤따랐었는데, 왜였었는지 모르겠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임인데...”
그렇다고 당시 나에게 지난날의 비련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숨겨 놓거나 떠나보낸 여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긴 시골태생으로 서울의 여자를 아내로 맞자니
은근히 문화의 충돌도 걱정했을 터요
빈한했던 나의 가정형편을 처가에 견주면서 일말의 열등감도 느꼈을 터이다.
하지만 양양한 나의 미래를 확신하면서 애써 침착하려 했었는데
그럼에도 아지 못할 불안감이 뒤따랐던 기억이다.
74년도에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생활을 하기 시작한지 3년 뒤엔
혼수품으로 장만한 티브이에서 채은옥의 빗물이 흘러나왔다.
“조용히 비가 내리네, 추억을 말해주듯이
이렇게 비가 내리면 그날이 생각이 나네...”
당시엔 내가 추억을 반추할 겨를도 없었다.
그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혼살림을 꾸려나가는 데에
온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요
또한 부임 초기의 가뿐 공직생활을 견뎌내랴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짧은 결혼생활에서 문화의 차이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가끔은 갈등국면도 맞았고
공직생활에서도 나의 이상과 조직의 윤리 사이에 괴리가 보여
가슴앓이 하는 일도 있었다.
허나 시대의 흐름에 큰 호흡을 맞추면서 자위해갔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채은옥의 흘러간 노래 두 곡을 들으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곁을 비껴간 삶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동안의 세월이 그렇게 먼 곳으로 실어 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걸 하나하나 꼽아 무얼 하랴.
그저 지나간 서사(敍事)의 삶들을 리듬의 이미지로 바꿔
반추해볼 뿐인 것이다.
그 뒤에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한다고 했다.(2019. 11. 19.)
저녁 8시에 생방송으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는데
아내가 함께 청취해보자 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관심을 안 가질 수도 없는 일이니 그러자했다.
티브이는 아내가 거처하는 방에만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내와 나란히 티브이 앞에 앉았다.
잠시 아내와 같은 방향을 응시하게 되었으니
나는 아내와의 대화에 더 관심이 있었다.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아내가 하는 말에 응대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갈 요량이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대화내용이 관심이라면 그에 대한 의견도 교환해
부부가 통일된 시각을 가져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정리된 생각을 피력할 수 있지 않을까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방송에 몰입되었는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나도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에 나도 방송에 몰입되어버렸지만
대화의 내용이 참여자들마다 자기불만을 토로하는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슬그머니 내방으로 빠져나오고 말았다.
내가 가지려했던 순간들은 그렇게 나를 비껴갔던 것이다.
뉴스를 들어보니 대화는 백 분을 넘어서까지 진행되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나라의 큰살림에 관한 심층적 조명은 없었다는 평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질문자 집단의 구성내용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고,
또한 3백 명의 국회의원들이 수 년 내내 논의해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기 어려운 점들을 어찌 대통령이
직답으로 한꺼번에 답하거나 해결할 수 있으랴.
그래서 정치 쇼라는 평도 나오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맹점들을 거울삼아
실속 있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한 일이라 해야겠다.
쇼(Show)는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즐거움이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쇼가 진정 그러한 것이라면,
또 남을 위해서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많이 보여주고 즐거움이나 기쁨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대통령이 국민들과 대화한 것을 두고
일부 평자들처럼 정치 쇼라 하는 게 맞는 말일까?
그럼에도 나는 한번이라도 남들에게 반반하게
보여준 일이 있었는지 반문해보게 되지만
쇼맨이라 할 사회자 배철수를 보니
지난날의 음악토크가 생각나고 채은옥이 생각나고 김정호가 생각나고
흘러간 노래가 생각났던 것이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임인데...”
위 글은 2019년 11월 어느 날의 것이지만
청솔님의 글을 읽노라니
속절없이 나를 비껴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 처럼 펼쳐진다.
사랑도, 노래도, 가수도, 정치인도, 또 내 이웃들도...
첫댓글 좋아하는 가수들
좋아하는 곡들 보니
덕분에 옛생각에 잠시 빠졌습니다
좋았던 그시절 그리워서....
그렇지요^^
배철수가 저런 프로그램 사회도 봤군요
많이 컸습니다 배철수가...
1974년이면 제가 입대한 해입니다
그해 2월달에 입대해서 1976년 11월에 제대했지요
김정호, 채은옥은 제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가수들입니다
저는 배호, 나훈아 등을 좋아했지요
노래를 부를 기회가 되면
주로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
배호의 "누가 울어"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이나
"물레방아 도는데" 를 부릅니다
후후 쟈니리 뜨거운안녕
정원 허무한마음
제 레파토리 입니더 ㅎㅎ
그렇군요.^^
노래를 잘 부르시나봐요.
아하 난석님은
좀절믄 측의 곡들을
꾀고계시네요
저는 나이보다 정신 연령이좀 올드해서
안다성 사랑이메아리 칠때
최무룡 꿈은 사라지고
성재희 보슬비오는거리
캐캐 묵은옛날노래들이네요
ㅎㅎ
공부는안하고 흑백티비
곽규석 후라이보이
쇼쇼쇼 만봐대서
그렇군요^^
각자 취향일 뿐이니까요.
지난 옛생각이 새록 새록
채은옥님의 빗물
좋아해서 엄청 불렀지요.
노래가사속에
내청춘이 쪼깨 감미된 듯.
노래는 인생을 즐길 기회도 줍니다.
경험으로 얻어진 교훈 같은 진리
선배님 덕분에 추억에 잠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에, 청담골 여사님의 목소리로
채은옥의 빗물을 들어 볼 기회도 기대해봅니다.
노래는 당대 당대의 역사가 담겨서 흐르지요.
그래서 흘러간 노래를 듣노라면
각자가 처해졌던 상황이 묻어 나오기도 하지요.
빗물을 좋아하는 사연도 듣고 싶네요.
정치는 어치피 쇼일뿐
얻어지는걸 기대하는 사람 없지요
문화적인 차이는 어느시대나 있어요
동시대를 살아도 그차이야 천편일률 적입지요
쇼의 대표적인 장면이 위 사진일겁니다.
가수들의 역사를 보는 듯 합니다
서정적 가사들이 절 자극한 시기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