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0] 이병규선수 커버스토리 인터뷰 전문

[GS트윈스될까봐]

Q. 시즌 초반 불안했다.
A. 작년 시즌 말까지 컨디션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 탓으로 이유를 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쎄, 전적으로 그렇게 판단하긴 어려울 것 같다. 물론 WBC가 끝나고 시즌을 맞이했을 때 약간 주춤한 감은 있었다.



Q. '역시 이병규'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5월에 들어서면서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7월 20일 기준으로 최다안타 1위(86개)에 3할(.301)이다.
A. 포커스를 4월이 아닌 5월에 맞췄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부진했을 때도 긴장하지 않았던 건 비록 4월에 저조하더라도 차분히 페이스를 유지하고 훈련량을 강화해 5월부터 스타트를 끊자고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이 유효했던 것 같다.


Q. 시즌 도중 감독도 바뀌고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팀 분위기는 그 전과 비교해 어떤가?
A. 예전이나 지금이나 팀 분위기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늘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 감독이 교체됐다고 달라지겠는가, LG는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


Q. 팀의 리더라는 평가가 있다.
A. 팀의 리더라, (단호한 표정으로) 사실이 아니다. LG의 리더는 서용빈 선배다.


Q. 후배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팀의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주로 강조하는 말이 무엇인가?
A. 이제 나도 프로 10년차 선수다. 지금 와서 후배들을 바라보면 뿌듯한 마음도 있고 걱정스런 마음도 있다. 자기 재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특히 LG는 다른 팀에 비해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이런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젊으니까 감정 기복도 심한 편이고, 조금 더 열심히 플레이 하고 자기 개발을 했으면 한다. 기회가 되면 늘 좋은 말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Q. 현재 룸메이트가 누군가?
A. 후배 정의윤이다.


Q. 가능성 있는 후배를 룸메이트로 정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소문이 있다.
A. 시즌 때보다는 스프링캠프 때 의식적으로라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나도 처음 입단했을 때 고참 선배들과 방을 썼다. 그래서 신인선수들의 기분과 각오를 안다. 나이도 어리고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신인들 입장에서는 고참 선배가 하나하나 정성껏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칫 신인들에게 중압감을 주거나 필요 이상의 무거운 짐을 주게 되면 베스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고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잘 받아들여주면 기쁠 뿐이다.


Q. 그간 신인왕(1997)과 골든글러브 6회 수상, 최다안타왕 연속 3회 등극 등 맹활약을 펼쳤다. 지금까지 가장 애착이 가는 상이나 기록이 있다면?
A. 처음 프로에 입단했을 때 최다안타를 기록하고 싶었다.


Q. 그렇다면 최다안타상이 가장 애착이 간다는 뜻인가?
A. 아니다. 사실은 타격왕이다. 타격왕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개인적으로 안타를 좋아하는 탓에 최다안타상은 몇번 탔지만 타격왕은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었다.


Q. 그 소원 작년에 풀었다.
A. 그렇다. (웃음) 소원을 푼 기분이다. (2005 시즌 타율 .337로 타격왕을 수상함)


Q. 타율과 안타수에 비해 출루율과 볼넷이 낮다는 평가다.
A. 개인적으로 볼넷보다 안타를 선호하는 편이다. 어차피 1루까지 나가야 한다면 안타를 치고 나가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Q. 어느 해설가는 당신을 가리켜 '3구 안에 승부를 거는 선수' 라고 하더라. 그만큼 초구 승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도 타율이 높은 게 신기하다는 팬들도 있고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3구 안에 승부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A. 난 아마 때 투수로도 뛰어봐서 누구보다 투수 생리를 잘 안다. 게다가 동료 투수들이 하는 말을 늘 귀담아 들었다. 그들끼리 말하는 걸 들어보면 투수는 항상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더라. 그래야지 볼카운트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이던데 그때 영감을 얻었다.


Q. 공격적인 타격 성향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A. 그렇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격적인 타격을 선호했다. 어떤 볼이라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원하는 볼이라면 높은 볼이 되든 낮은 볼이 되든 배트를 과감히 휘둘렀다. 그리고 실제 안타로 성공시켰다.


Q. 지금도 여전히 3구 안에 승부를 보는가?
A. 현재는 변했다. 1,2,3구 안에 쇼부?(웃음) 이제는 아니다. 투수들이 이미 내 특징을 알고 있다. 내가 워낙 초구 승부를 자주 한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에 어느 투수도 나를 향해 1,2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차근차근히 볼을 기다린다. 생각해보면 그전에도 성격이 급했기 때문에, 혹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빠른 승부를 선호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안타를 많이 치고 팀에 기여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볼을 더 많이 보는 것이 안타 생산과 팀 기여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Q. 작년 타격왕인데다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다. 자신만의 타격이론이 있을 것 같은데.
A. 그런 건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웃음) 이론보다는 뭐랄까, 난 볼을 맞추는 재능은 타고난 것 같다. 그리고 늘 자신감이 있다. 경기장에 들어갈 땐 언제나 '내가 최고다'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타석에서도 '나는 무조건 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타격폼이라든가 작은 부분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 마인드 컨트롤을 비롯한 정신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물론 사람이니까 잘 안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급하게 하지 말자'고 다시 주문을 건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음, 자기 최면과 마인드 컨트롤이 나만의 타격이론이라면 이론일 수도 있지 싶다.


Q. 공격에도 능하지만 수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만의 특별한 수비법이 있는가?
A. 일단 경기 전 이것저것 차트를 본다. 특히 상대팀의 스타팅 차트를 본다. 그걸 보면 이 선수는 주로 어느 쪽으로 타구를 보내고 이 선수는 주로 어느 볼을 노리니까 어느 쪽에서 수비위치를 잡아야겠다는 대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물론 나만의 생각과 경험으로만 세우는 판단이 아니다. 코치와도 상의를 하고 포수와도 머리를 맞댄 끝에 내리는 판단이다. 그리고 경기에 나가기 전 팀 미팅 때 '오늘 수비 포지션과 포메이션은 이렇게 한다라는 작전을 통보 받는다. 여기에 맞추어 수비를 할 뿐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경기장에 나가 수비를 할 때 우리팀 배터리의 볼 배합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이 역시도 경기 전 팀 미팅 때 상의를 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Q. 아마추어 시절 언제나 잘하는 선수였다. 명문 코스를 밟았을 만도 한데 장충고와 단국대에 진학했다.
A. 내가 명문을 못 간 거다.(웃음) 아마추어 때 잘했던 것 같지는 않다.


Q. 일부에서는 장충고와 단국대 진학이 감독과의 의리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명문 야구부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나?
A. 글쎄, 비록 엘리트 코스를 밟지는 않았지만 감독님들은 잘 만난 것 같다. 그때 기본기를 제대로 배웠다. 그렇게 몸에 익힌 기본기가 프로에 진출했을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두 학교 모두 나름의 전통도 깊고 역사도 깊은 탓에 언제나 자랑스러운 마음이다.


Q. 부상(왼쪽 십자 인대 파열)으로 신음하던 2003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120경기 이상을 출장하며 매년 평균 130안타(2003년을 제외한다면 평균 15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그런데 일부 팬들은 당신이 성실한 선수가 아니라고 말한다. 열심히 주루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전문가도 있는데.
A. 애써 반박하고 싶지 않다. 변명하는 것 같고. 그분들 뜻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다만 내 생각이 있고 내 플레이가 있지 않겠는가.


Q. 당신이 말하는 내 생각과 내 플레이란 무엇인가?
A. 나는 내 자신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선수' 라고 평가한다. 물론 간혹 안이한 플레이를 할 때도 있다. 이유는 있다. 나는 매 경기, 매 타석 다음 행동을 미리 생각하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런 와중에 노리던 볼을 쳤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기분이 '확' 나빠질 때도 있고 낙담할 때도 있다. 그래서 전력질주를 안 할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팬들은 한두번의 이런 장면을 뇌리에 담아두고 계신 것 같다. 이를 두고 팬들이나 전문가들이 '이병규는 열심히 안 하는 선수'라든가 '쟤는 원래 그런 녀석이야' 라고 속단하시는 건 내가 의도했거나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름을 말해 두고 싶다. 물론 소중한 지적이다. 다만 그런 평가에 개의치 않고 의연해 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일도 경기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Q. 수비가 가장 극명한 예라고 생각한다. 당신을 최고의 중견수라고 보는 입장과 불성실한 중견수로 보는 입장이 있다.
A. 앞서 말했듯이 경기 전에 이미 배터리의 볼 배합까지 작전을 짜둔다. 하지만 야구도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분명 "오늘 투구는 이렇게 갈 것이다"라고 이야기가 됐는데 갑자기 그 반대로 갈 때도 있다. 투수가 늘 같은 볼만 던질 수는 없으니까.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분명히 레프트 쪽으로 타구가 날아간다고 생각해보라.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때는 완전히 수비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내가 그 모든 타구를 잡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수비수로서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당연히 다음 플레이에 집중해야 한다. 팬스 플레이에 들어가든 다른 플레이에 들어가든 더 이상의 진루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 이론이 있고 룰이 있는 상황에서 수비를 한다. 그런데 간혹 팬들이 '이병규는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볼이 떨어져야 노력하고 그렇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하시면 답답하기도 하다. 일일이 찾아가서 오늘 작전과 포메이션에 대해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고.


Q. LG의 최하위 탈출을 위해 이병규 혼자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LG 팬들이나 구단관계자들도 이병규가 없는 LG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A. 과찬이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당신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인가?
A. 나는 비시즌이 싫다. 차라리 일년 내내 경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야구만 했으면 바랄 것이 없다. 나는 운동장의 푸른 잔디를 밟으면 너무나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야구는 내게 그런 존재다.


Q. 이번 시즌이 프로 10년째다. 올해를 무사히 보내면 FA자격까지 주어지는데,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A. 작년에 바라던 타격왕도 했고 더 이상 개인타이틀에는 욕심이 나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 우리팀 LG가 우승했으면 좋겠다. 입단 후 지금까지 챔피언 반지를 한번도 끼지 못했다. 하나 덧붙인다면 운동장에서 오래 뛰고 싶다. 그리고 팬들이 기억하는 나의 모습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성실하지 못하다거나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보다는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일을 충실히 했던 선수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무엇보다 'LG의 이병규'로 남고 싶다.

[긍정의 힘]

잘읽었습니다..그동안 말도 많았던 이병규선수의 플레이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들은것같네요...나름야구관을갖고 플레이하시는 병규선수 멋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줄 엘지의 이병규로 남고싶다...감동이네요.ㅠ.ㅠ

[볼키~*]

엘지의 이병규!!

[No.33박용택]

누구보다 투수 생리를 잘 안다. ??? 오타 아닌가여?

[브라운아이즈]

'LG의 이병규'로 남고 싶다 그럼 시즌끝나고 제발 떠나지마삼~

[엘지의 게레로]

역시 최고의 선수!!!

[jjoongs]

생리.. 심리겠죠??ㅋㅋ 에~~엘지의 이병규!!!ㅋㅋㅋ 홧팅!!

[GS트윈스될까봐]

아... 제가 확인해보니 생리가 맞네요. ^^* 그래도 말은 됩니다. 혹시 오타가 있었다면 죄송 ; 노가다 한거라서요

[imtriple]

직접 원문을 통째로 옮겨주시다니.. 정성에 감동^^~ 이병규 선수 인터뷰 내용에 감동~^^ㅋㅋ 암튼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2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참 인상적이군요.

[구켜니]

Q. 팀의 리더라는 평가가 있다. ...A. 팀의 리더라, (단호한 표정으로) 사실이 아니다. LG의 리더는 서용빈 선배다. ..멋있는 대답이군

[lemon]

엘지의 이병규 아 정말 감동이요~~~~~~~~~~

[참眞이슬露^^]

고생하셨습니다 ^^ 그간의 인터뷰중 가장 심도있는(?)인터뷰인듯.....

[得筋]

LG의 이병규...........이말 한마디면 끝.

[『30홈런』조인성!]

무엇보다 'LG의 이병규'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