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화를 싫어합니다.
전화는 사람이 만나지 않고도 서로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꼭 필요한 문명의 이기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어찌 어찌하여 전화와 잘 사귀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도 남들처럼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고,
하루종일 전화 옆에서 생활하고는 있지만
전화와 친해지지 못합니다.
어쩌면 제가 전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자상하지 못한 저의 성격상 어쩔 수 없이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사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생각하는 바와 위치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전화로 남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제게는 떠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제가 전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한 때, 거의 전화 노이로제에 빠졌던 기억 때문입니다.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당시
원내에 있을 때에도 항상 전화기를 옆에 두고 있어야 했으며
밖에 있을 때에도 항상 통신 축선 상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 때는 휴대전화기는 물론 삐삐도 없었기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나를 찿는 전화는 거의가 급한 응급상황을 알리거나 일거리를 맡기려는
별로 반가운 일이 못되었습니다.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전화가 오면 뛰쳐 나가야했고
그 시간 이후로는 쉴 수 없는 고단한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수련을 마치고도 수 년 동안은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현상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얼추 따져보면 전화는 반갑고 좋은 내용보다는
좋지 않은 내용을 훨씬 많이 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울리는 전화소리는 거의 공포에 가깝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저는 전화를 싫어합니다.
전화벨 소리가 울려도 될 수 있으면 나를 찿는 전화가 아니기를
속으로 바랩니다.
가끔 전화 문제로 권 집사와 실랑이를 합니다.
자상하게 자주 전화해 주지 않는 것을 서운해하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습니다.
이 문제는 아마 생전에는 못 고치지 싶습니다.
첫댓글 집사님말씀이 조금은 이해되네요 직업병이신가봐요.저도 놀라시게 해드린적이 있었잖아용^^앞으로는 멋있는? ^*^ 집사님을 뵙고 말씀 드리겠슴다 ㅎㅎ
고치지못한다면 병(?)이 아닐까요? 그렇담 제일 가까이 계신분이 치료해 드릴 수 있겠네요. 아현님, 생각이 있으시담 제게 연락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