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같은 기숙사에 살며 만든 우정
각자 발령을 받고
일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씩 기르면서
우정은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간다
생활이
성격도 조금씩 바뀌게 했고
라이프 스타일도 각자 다르지만
우정이란 건 그 모든걸 아우르는
깊은 샘같은 구심점이 있다.
잦은 만남이 아니어도
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공간을
서로 보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서로 응원하고 있다
서로에게
최적화되어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우리들만을 위한 요리는
홀가분하고 가볍다
저녁을 만들고
케잌을 자르고( 61세 생일은 아직 아무에게도돌아오지 않았다)
와인잔을 부딪히며
나즉나즉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진다
마치 따뜻한 모닥불이
다 타들어가 가물가물
재만 남아가는 그런 순간까지
와인으로
발그레해졌던 볼이 원래의 얼굴색으로 돌아올 때까지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후 산책길에서부터 폴폴 내리던 눈이
밤새 쌓였다
골프빌리지인 우리의 숙소 앞엔
포근한 설경이 만들어졌다
저 눈앞의 산은
마치 화가 정선이
굵디굵은 붓으로 단숨에 휘둘러 그려낸 수묵화인듯
장엄하기 까지 하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자연의 편지같다
겹겹이 둘려있는 산 능선이
내 바로 앞에서 이런 풍경화를 만들어준다
자꾸만 눈길이 가며 감탄한다
3D 라이팅쇼' 소나타오브라이트'
골프장 끝자락에 있는 '뮤지엄 SAN'
두 가지 모두 휴업, 휴관상태라
아쉬움을 남겼다
이 곳으로 또 와야하는 이유가 생긴거지
조각공원을 거닐고
라이팅쇼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하며
라이팅쇼를 위해 달아놓은 전구들만 보면서
코스를 산책하는 길
쨍한 겨울공기가 아주 명랑쾌활하게
피부에 와 닿는다
바람없는 찬 겨울공기는
상큼한 매력이 있다
휴관이라니 관람은 못하더라도
천천히 걸어가보기로 한다
차로 5분 거리지만
걷기엔 만만치 않았지만 뮤지엄 건물 앞에서
잠시 기웃거리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꼭 다시오자고 몇번이나 다짐하면서
사실 회갑을 맞은 올해
원래 계획대로라면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추고 있어야했다
가슴에 플루메리아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늘어뜨린 채
숙소로 돌아오는 길
찻길이 부담스러워
눈으로 폐장한 골프장의 카트길로 살짝살짝 들어가
지름길 삼아 걷기도 했다
골프장을 내 정원처럼 산책하는 여인들
만수루 부인이 안 부러워요 하면서
사과모양의 티박스 마크가 아주 귀엽다
첫 홀 티 박스에 올라설 때의 설레임은
언제나 같을 거야
열심히 그린근처의 눈 치우기 작업을 하는 걸 보니
내일 골프장 개장을 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오늘의 강렬한 햇살이 도와준다면
가능하지 싶다
아! 햇살좋다
3일간 리조트 안에서 먹고
차 만들어 마시고
우리 시대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리조트 경내 산책하며
조용조용 지낸 세 여인의 회갑여행은
아직 진행중이다
이 곳에 다시 와
야간 나이팅쇼도 구경할 것이며
뮤지엄 SAN도 관람할 것이며
코로나 진정되면 하와이로 날아갈 것이다
비키니 입을 몸매를 만들어 당당하게 입고 싶다
남의 눈총을 받을지라도....
우린 와이키키 해변을 꿈꿀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