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고장 강릉(江陵)<2>
<2> 경포대(鏡浦臺)와 경포호(鏡浦湖)
경포해수욕장과 경포호 / 경포호 학섬(鳥島) / 홍장(紅粧)과 박신(朴信)
강릉시내에서 북쪽으로 화부산(花浮山)을 넘어가 해안 쪽으로 나가면 경포호수가 펼쳐져 있다.
거울(鏡)처럼 맑은 물이 고여 있는 호수라 하여 경포호(鏡浦湖)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둘레의 길이가 4km가 넘는 제법 큰 호수로 작은 개천이 연결되어 곧바로 바다인데 그곳이 경포대해수욕장이다.
호수 가운데에는 기생 홍장(紅粧)의 고사가 얽혀있는 홍장암(紅粧巖) 바위섬과 해변 쪽으로 조도(鳥島)라는 작은 바위섬도 있는데 섬 한가운데 바위 위에다 월파정(月波亭)이라는 작은 정자각을 짓고 지붕 꼭대기 한가운데에 학(鶴) 조각을 세워놓아 학(鶴)섬이라고도 부른다.
경포대 북쪽 기슭 언덕 위에는 멋진 정자각인 경포대(鏡浦臺)가 있는데 고려 후기에 건축된 누각(樓閣)으로 정면과 측면이 각각 5칸에 팔작(八作)지붕으로 보물(제2046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현판(懸板)에는 경포대(鏡浦臺), 건물 안에는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는 액자가 걸려있는데 너무나 수려한 누각이다.
경포호수는 한 바퀴 돌면 가는 곳마다 풍광이 아름답기 이를 데 없고, 예전에는 아주머니들이 물에 들어가 부새우(민물새우, 곤쟁이)를 뜨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젓을 담그면 정말 맛이 있었다.
<경포의 달>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에 보면 경포대 누각에서 술을 마시면 달이 다섯 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늘에 떠 있는 달, 호수에 비친 달, 바다에 비친 달, 술잔에 비친 달 그리고 술을 따르는 여인의 눈동자에 비친 달로 한꺼번에 다섯 개의 달이 보인다는, 경포대 예찬의 글이다.
관동별곡은 영동(嶺東)지방의 아름다운 경관을 노래한 것인데 고려 말 안축(安軸)이 경기체가(京畿體歌)로 쓴 관동별곡(關東別曲)이 있고, 조선 선조 때 정철(鄭澈)이 쓴 가사집(歌詞集)의 명칭도 관동별곡이다.
이들이 예찬한 영동지방 여덟 곳의 경승지(景勝地)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총석정(叢石亭, 북한 통천) <2> 청간정(淸澗亭, 고성) <3> 낙산사(洛山寺, 양양)
<4> 삼일포(三日浦, 북한 고성) <5> 경포대(鏡浦臺, 강릉) <6> 죽서루(竹西樓, 삼척)
<7> 망양정(望洋亭, 울진) <8> 월송정(越松亭, 울진) 인데 단연 제1경(第一景)은 경포대이다.
조선시대의 대 문호 송강(松江) 정철(鄭澈)은 관동별곡 외에도 성산별곡(星山別曲),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人曲) 등 4개의 가사집(歌詞集)이 전하는데 관동별곡에는 경포호수를 바라보며 ‘홍장고사(紅粧古事)를 헌사(獻辭)타 하리로다.’라는 구절도 나온다.
<홍장설화(紅粧說話>
고려 우왕 때, 강원도 안렴사(按廉使, 일명 按察使) 박신(朴信)은 강릉기생 홍장(紅粧)에게 깊이 빠졌다고 한다.
그 당시 강릉부사(江陵府使)였던 조운흘(趙云仡)이 박신을 골려주려고 어느 날 홍장을 만나려고 온 박신에게 홍장이 갑자기 죽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자 박신은 몹시 서러워했다.
며칠 후, 조부사는 박신을 초청하여 경포대에서 뱃놀이를 베풀었는데 두 사람의 취흥이 무르익었을 때 석양녘에 멀리 호수를 보니 그림같이 떠 있는 배 한 척이 보이고 갑판위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신은 깜짝 놀라 저 배가 무슨 배냐, 저기서 노래를 부르는 여인의 모습이 홍장의 모습과 똑 같다고 말하자 조부사는 짐짓 놀라는 체하면서 경포호에는 가끔 선녀가 내려와 뱃놀이를 하는데 저것은 필시 선녀의 놀음일 것이라고 하며 우리도 가까이 가서 같이 놀아보자고 하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여인은 분명 홍장인지라 박신은 깜짝 놀라며 그제야 조부사에게 속았음을 깨닫고 세 사람은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는 이야기이다.
<3> 강릉향교(江陵鄕校)
강릉향교 전경 / 명륜당 / 대성전
강릉시 교동(校洞) 화부산(花浮山) 기슭에 자리 잡은 강릉향교(江陵鄕校)는 고려 말에 처음 건립된 것으로 여겨지는 교육기관으로 화재로 몇 차례 소실되었다가 다시 건축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향교라고 한다.
주요 건물로는 대성전(大成殿), 명륜당(明倫堂), 동재(東齋), 서재(西齋), 동무(東廡), 서무(西廡), 내신문(內神門), 교직사(校直舍) 및 기타 부속건물들이 있는데 강릉향교 자체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99호로, 대성전(大成殿)은 보물 제214호로 지정되어있고 명륜당(明倫堂) 또한 보물 2088호이다.
강릉향교에서는 1909년, 신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명륜당에 화산학교(花山學校)를 설립하고 향교재정으로 운영하다가 1910년에 폐교되었으나 이어 1928년에 강릉공립농업학교(江陵農高), 뒤이어 강릉공립상업학교(江陵商高), 강릉공립여학교(江陵女高), 옥천국민학교(玉川國民學校), 명륜중고등학교(明倫中高等學校) 등을 연달아 개교하여 명실상부 강릉이 교육도시로 탈바꿈한 근원의 주역(主役)이라고 하겠다.
현재 상고(商高)는 2002년 강릉제일(第一)고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고, 농고(農高)도 2011년 강릉중앙(中央)고등학교로, 명륜(明倫)중고등학교는 1988년 중학교는 폐지되고 명륜(明倫)고등학교만 향교 안에 있다.
1963년에는 명륜당(明倫堂)과 동재(東齋), 서재(西齋)를 보수하고 1967년에 담장(牆)을 신축하였으며, 1979년에 대성전(大成殿)을 보수하여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