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화)
아침 6시 15분쯤에 집을 나서서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7시 반이다. 제주항공 카운터 앞 자동발매기에서 세 사람 탑승권을 출력하고 돌아서니 태용이가 보인다. 이어서 민성이도 곧 와서 탑승검색대를 통과해서 탑승게이트로 가니 대기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비행기는 만석이다. 9시 반경에 제주공항에 내려서 나오니 바로 101번 버스가 온다. 시간이 잘 맞는다. 제주시를 벗어나 한참을 가서 세화리에서 내려 201번 버스로 환승을 하고 하도리사무소에서 갔다. 지난번 걸어서 지나간 거리라 눈에 익다. 네이버 지도앱을 켜고 해변가로 가는 길 도로변으로 노랗고 하얀 문주란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다. 해변 도로에 들어서니 21코스 중간스탬프를 찍은 석다원이 보인다. 석다원 식당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서울은 비가 온다는데 이곳은 날씨가 아주 쾌청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쓰고 간 모자가 자꾸 벗겨질려고 한다. 끈이 달린 모자를 썼어야 하는데 좀 아쉽다. 해변을 한참 걷고 중산간을 들어서니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석 돌담을 두른 밭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주로 무를 심은 밭들인데 일부 밭에는 다 자란 실한 무들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밭에 버려두었다.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힘들어 지은 농작물을 버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성싶다. 널따란 푸른 밭이 보이길래 자세히 보니 청보리다.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청보리 줄기가 바람에 휘날려 흔들리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다. 올레길은 구좌읍 종달리마을 북동쪽에 있는 올레코스 마지막 오름인 지미봉으로 이어진다. 제법 가파른 길을 땀을 흘리며 정상에 오르니 사방으로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동쪽 바다에 우도가 바로 손에 잡힐 듯하고 그 오른쪽으로는 육지로 성산포만이 깊숙이 들어와 있고 그 너머 성산포항이 가지런하고 그 뒤로 성산일출봉이 늠름하게 서 있다. 멋진 기념사진을 찍고 21코스 종점에 도착하니 3시 반경이다.
마을길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 가서 서귀포로 가는 버스 201번을 타니 4시가 조금 지났다. 버스가 성산을 지나 여러마을을 지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서귀포 시내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지났다. 버스를 내리니 비가 내린다. 태용이가 올레사무소 김희선씨를 통해서 부탁해서 근무시간이 지났지만 완주증을 발급해주겠다고 한다. 골목을 돌아서 올레센터로 가니 식당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안내를 해 준다. 완주증 신청서를 휴대폰 앱으로 작성해서 제출하고 완주증과 기념메달을 받았다. 지난 2020년 여름에 시작하여 다섯 차례 22박 27일에 걸쳐 3년만에 올레길 437킬로를 완주했다. 올레길 21개 코스에는 제주도 본섬과 세 개의 부속 섬인 우도, 가파도, 추자도가 포함되어 있다. 제주에 사는 사람보다 제주 길을 구석구석 더 많이 가본 셈이다. 이전에는 막연히만 알았던 제주도의 전체 모양이 이제는 머리에 그림처럼 들어와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완주한 사람이 2만명 정도 되고 올레사무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른다고 한다. 안내원이 완주증을 읽어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일을 끝내고 셋이서 축하겸 맥주를 한 잔씩 하고 미리 예약해둔 신신호텔 천지연으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이제 비가 그쳤다. 방에 올라가서 샤워를 하고 나와서 인근 식당에서 흑돼지로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