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사의 재림주 계보
한국종교사의 재림주 계보를 따라가다 보면 아주 재밌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너희들에겐 하나님이 ‘쿠션’으로 임하는 거고, 나에게는 ‘다이렉트’로 임한다는 친림의 유명화, 피가름을 뛰어넘어 예수의 목이 자신에게 붙었다는 ‘목가름’의 황국주, 이 시대를 심판하러 왔다며 전국 순회 공연을 다니다가 남자 수행원과 여관에서 통간하다가 경찰에 붙잡혀간 남방여왕, 새생명의 길 시대를 내세우고 새벽마다 천국혼인잔치를 준비한다며 슬그머니 여신학생의 숙소를 출입하다가 임신을 시키고 아내에겐 40일 금식을 명하고 사망하자 재혼한 백남주 등등.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즐비합니다.
여호와의 부인이라는 박태영
이단계보사를 훑어가다보면 우리는 여호와의 부인이라고 한 사람까지 만나게 됩니다. 그의 본명은 박태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을룡, 을노, 월영’ 등으로도 불렸다 합니다. 당시 기독교계에서 미친 노파로 생각한데다 특별한 집단을 이루지도 않아서 공식적인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만 통일교의 시작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집니다. 문선명 교주가 김백문을 만난 후, 안나와 같은 여인을 만나야 한다며 찾은 사람이 ‘여호와의 부인’이라는 박태영이었다고 합니다. 문선명은 1946년 여호와의 부인이라는 사람을 만납니다(진도의 블로그 http://m.blog.daum.net/give-take/7290744, 참고). 여호와의 부인이라는 박태영으로부터 축복을 받아야 문선명의 소위 탕감 복귀의 새역사가 시작될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복중교 허호빈(최중현, 한국메시아운동사연구, 서울:생각하는 백성, 1999, 40~46페이지 참고)
복중교는 새주파 김성도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성도가 신사참배 문제로 투옥된 후 심한 고문을 받았고 1944년 4월 1일 만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새주파의 평양교회에서는 죽은 김성도의 사진을 벽에 걸어 놓고 밤낮으로 경배하며 기도하는 두 신도가 있었습니다. 이일덕-허호빈 부부였습니다. 이들 교리의 원칙은 △재림주는 장성한 인간으로 오신다 △장소는 한국의 평양이다 △모든 성경은 비유와 상징으로 기록됐다 △인간의 타락을 성적 타락에서 비롯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밤낮 기도하던 중 허호빈에게 신기한 체험이 시작됩니다. 갑자기 배에서부터 움직임이 일더니 주님이 나타나 허호빈을 ‘어머니’로 불렀다는 겁니다. 이 신비체험 후 허호빈을 통해 직통계시가 임하면서 새주파는 허호빈을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세칭 ‘복중교’로 불리게 됩니다.
그들은 기도할 때 소변이 마려운 것도 팬티에 흘려 보내며 ‘역사’를 외쳤고 하루에 사과 세 개씩만 먹고 40일 동안 기도를 했는데 기도는 딴 게 없이 ‘새주님 역사!’라고만 외쳤다고 합니다. 허호빈이 직통계시를 받으면 신도들은 그대로 따라서 순종했는데, 재림주님의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신도들은 옷을 준비합니다. 그것도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됐을 때까지의 옷을 만들었고 1946년 6월 2일에 재림주가 온다고 했으나 아무일도 생기지 않자 공산당국에 구속됩니다. 허호빈을 비롯한 핵심 신도들은 구속 된 후 병사했다는 소식 등 소문만을 남긴 채 더 이상 흔적을 찾지 못하게 됩니다.
이들을 끝으로 소규모 이단계보의 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이제 1950년대 전후가 되면서 본격적인 대기업형 이단의 서막이 열립니다. 그 시대는 문선명·박태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됩니다. 다만 대기업형 이단으로 들어가기전, 기독교계 사이비는 아니지만 한국 종교사 최대 살인사건인 백백교를 다룬 뒤 소기업형 재림주의 계보(1917~1950년)를 마무리하고 대기업형 사이비의 효시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Q: 자칭 재림주라는 교주가 죽었는데도 사이비 종교들은 어떻게 명맥을 유지할까요?
자신들이 신으로 믿던 교주가 죽어도 신도들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봅니다. 그 이유는 먼저 교주가 죽더라도 그가 생전에 가르쳤던 교리 구조가 머릿 속에서 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허호빈에게서 볼 수 있듯이 그의 교리는 새주파 김성도의 교리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자칭 재림주들이 즐겨 사용하는 교리의 원형이기도 한대요. 이 교리에 세뇌되면 사람을 하나님으로 믿는 공식이 머릿 속에 주입이 됩니다. 그래서 재림주로 믿던 사람이 죽으면 교리 체계를 의심해야 정상인데, 자신이 믿는 교리엔 추호의 오차도 없다는 잘못된 신념 때문에 교리를 버리기 보다 그 교리에 기초해 또다른 재림주나 신격화된 인간을 찾게 됩니다. 결국 교리가 산산조각 나도록 박살나지 않기 때문에 교주가 죽어도 흔들리지 않는 신도들을 다수 볼 수 있게 됩니다.
다음으로 교주의 사후엔 특정인이 ‘주께서 임했다’는 말로 교인들을 규합해 나가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허호빈이 역시 매일 밤낮을 기도하다가 직통계시를 받는 것처럼 사이비 종파들은 교리적 세뇌와 더불어 악마적 신비체험을 통해 예언/ 환상/ 투시 등을 받으며 교인들을 영적 카리스마로 단속해 갑니다. 이는 향후 정명석·이만희 교주가 사후에도 기독교복음선교회와 신천지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이비 종교의 명맥이 유지된다는 건, 한국사회의 매우 큰 리스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