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어에 얽힌 속설
예부터 인간의 세계는 하늘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서양의 오래된 격언인 “As above, so below”, 즉 “위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하늘과 땅의 삶은 서로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성경에서도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건축물과 여러 사물에도 하늘의 질서와 의미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오늘 박재상 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라우어 시니어타운의 건축물과 중앙정원, 연못과 소배, 청명원과 팽나무를 하늘의 별자리와 연결하여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의 일주운동을 관찰하면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들이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북두칠성도 계절에 따라 위치와 모습이 달라지며, 때로는 우물 정(井)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주변에는 은하수의 흰 띠가 흐르고,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도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395년 조선 태조 때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있다. 이 천문도에는 하늘을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눈 삼원(三垣), 즉 자미원·천시원·태미원이 나타난다.
자미원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는 하늘의 중심 영역으로 여겨졌고, 조선의 궁궐과 임금의 권위와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천시원은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과 같은 공간으로, 태미원은 조정과 관청의 공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조선의 수도 한양 역시 하늘의 질서를 땅 위에 구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역시 별자리와 연관하여 해석되곤 한다. 피라미드의 방향과 구조에는 하늘을 향한 인간의 염원과 죽음 이후의 부활에 대한 상징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예로부터 하늘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질서를 건축과 공간 속에 담아왔던 것 같다.
이러한 시각으로 라우어를 바라보니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라우어의 중심에 있는 청명원을 하늘의 중심인 북극성에 비유해 볼 수 있다. 동쪽의 D동과 C동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은 청명원을 밝히고, 입주민들은 청명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별처럼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존재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청명원에 자리한 삼백 년 된 팽나무는 동쪽에서 들어오는 아침 햇빛을 받아들이며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팽나무를 우리 마을의 당산나무처럼 공동체를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의 옛 할머니들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의 평안과 소원 성취를 빌곤 했다. 북쪽의 북극성을 바라보며 새벽녘 정성을 다해 기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렇다면 우리 라우어의 입주민들도 팽나무 아래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소원을 빌어보면 어떨까. 꼭 특별한 효험을 기대해서라기보다는, 나무 아래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가족과 이웃의 평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서울 한양의 사대문이다. 한양의 사대문은 동서남북의 방향을 나타내며, 그 이름에는 유교적 덕목의 의미도 담겨 있다. 동쪽에는 흥인지문(興仁之門), 서쪽에는 돈의문(敦義門), 남쪽에는 숭례문(崇禮門), 북쪽에는 숙정문(肅靖門)이 있었다.
이를 라우어의 공간에 비유하여 바라본다면, 각 건물의 방향과 위치에 따라 인(仁)·의(義)·예(禮)·지(智)의 의미를 대응시켜 보는 것도 재미있는 상상이 될 수 있다. 라우어에 적용해 보면 인(仁)은 C동, 예(禮)는 B동, 지(智)는 D동, 의(義)는 A동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물론 실제 라우어의 건축 설계에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공간의 방향과 이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바라보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소배와 연못은 어떤 관계로 바라볼 수 있을까? 소배와 연못의 형태와 배치를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의 모습에 비유해 보면, 이 공간은 생명의 원천과 탄생을 상징하는 장소처럼 느껴진다. 생명의 원천이자 탄생의 열쇠를 품고 있는 청명원의 기운이 소배와 연못으로 이어지는 모습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다.
또한 장 줄리아의 작품들이 라우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 역시 인간의 삶과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작품과 공간도 탄생과 성장, 소멸과 순환이라는 생명의 과정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박재상 강사님의 강의는 우리 주변의 건축물과 자연, 그리고 사물을 단순한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하늘의 별자리와 우주의 질서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처음부터 인간이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그것을 바탕으로 라우어의 건축과 조경을 설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강사님의 해박한 천문 지식과 새로운 시각을 통해 라우어의 모습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청명원과 팽나무, 연못과 소배, 그리고 건물 하나하나가 오늘부터는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다. 하늘의 별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듯, 우리도 라우어라는 공간에서 서로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하나의 별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오늘 강의는 라우어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우리들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026. 8. 26. 박재상 강사님의 강의를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