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랑터포천점대표
독서치 이규승입니다.
# 마켓관찰
* 소비자의 시간을 삽니다
자료 조사 때문에 해외 언론사를 추가로 구독했다. 이걸로 나는 현재 구독 중인 서비스만 대략 10개 정도다.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해외 유료 언론사, 뉴스레터까지 참 다양하다. 구독에 들어가는 월 비용만도 제법 된다. 이러다 보니 문제가 하나 생겼다.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는 많은데 이 서비스를 충분히 소비할 만한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최대한 쓴 돈이 아깝지 않게 이용 시간 자체를 증가시킨다면 텍스트 미디어를 읽으면서 OTT나 유튜브를 틀면 되긴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결국 집중력이 분산돼 양쪽 다 제대로 소화한 것 같지 않다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다 보니 2030 소비자들이 유튜브를 1.5배속, 2배속으로 재생하고 TV 드라마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접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 모든 것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1시간짜리 드라마 수십 편을 몰아서 보는 것은 당장 나부터가 부담스럽다. 2000년대까지 걸작으로 꼽히던 드라마들은 회당 1시간씩, 시즌당 24회 정도로 구성돼 있다. 예전에야 키퍼 서덜랜드가 나오던 드라마 '24'를 보면서 회마다 긴장감으로 마음을 졸였지만 지금은 그러기에 나의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볼만한 것도 많고 할 만한 것도 많은 시대다 보니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큰 부담감이 생긴 것이다. 이 트렌드가 반영된 덕분인지 요즘 OTT의 드라마들은 회당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30~40분 정도로 줄어들었고 시즌당 회차도 10회 정도가 일반적이 되었다. 그 이상이 되면 시청자들이 부담을 느낀다.
최근 들어 나타난 스포츠의 인기 감소도 사실 이러한 영향이라 볼 수 있다. 야구는 미국의 경우 할아버지들의 스포츠가 되었고,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뒤를 잇고 있는 중이다. 바쁘고 젊은 시청자들이 감상하기에 야구의 평균 경기 시간인 3시간은 너무나도 긴 것이다. 축구 또한 그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축구의 경우 하프타임을 포함한 경기 시간은 약 2시간이다.
게다가 경기의 특성상 계속 집중하지 않으면 중요한 플레이를 놓칠 수 있다. 높은 집중력을 긴 시간 동안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상황에서 입문하기가 만만찮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나의 콘텐츠에 시간을 쏟게 할 수 있을까? 글을 쓰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소비자들의 이러한 변화는 많은 고민이 되는 주제다. 특히나 그 콘텐츠가 지식과 정보의 영역이라면 더욱 어려운 부분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보단 자신의 생각과 성향에 맞는 내용만 골라서 받아들이며 자신의 의견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식과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파하고 그들의 시간을 점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경쟁은 산업별로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넷플릭스는 디즈니+, 왓챠, 티빙, HBO맥스와 경쟁한다고 생각하고 각 신문사와 텍스트 기반 매체는 서로 간에 경쟁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소비하는 것이 소비자의 시간이라고 본다면 무엇이 되었든 서로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경쟁의 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21세기는 돈이 부족한 시대가 아니다. 소비자들도 각자 일정 이상의 소득을 거두고 있고 이를 과감하게 소비에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이 돈이 있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상품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한정된 자원이란 측면에선 시간과 집중력에 포커스를 둬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서 시간과 집중력을 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현대 시장 참여자라면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소비자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