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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ESG 국채 발행
◦ 20억 달러 조달
- 브라질이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채권 발행국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브라질 재무부(Ministério da Fazenda)는 ‘글로벌 2031 ESG(Global 2031 ESG)’라고 이름 붙인 7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표기 통화는 미국 달러였으며, 브라질 방코이타우BBA(Banco Itau BBA), 미국 JP모건(JP Morgan), 스페인 방코산탄데르(Santander) 등 유수의 대형 은행이 발행 주관사로 참여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ESG 국채 발행 규모가 20억 달러(한화 약 2조 6,000억 원)였다고 밝혔다.
- ESG 국채 발행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고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다. 브라질 재무부는 ESG 국채 발행 계획을 알린 후 채권 인수 의사가 있는 투자자의 청약을 받았는데, 청약액은 실제 발행 액수의 3배인 60억 달러(한화 약 7조 8,000억 원)에 달했다. 또한, 지역별 투자자 현황을 보면 이번에 발행한 채권 가운데 75% 정도를 북미와 유럽 투자자가 가져가, 환경 채권이 큰 인기를 구가하는 최근의 추세가 브라질 ESG 국채까지 이어졌다.
◦ 초기 계획보다 빠른 발행... 회사채 부문에서는 이미 중남미 SLB 선도국
- 브라질 정부는 지난 2023년 8월경 ‘지속가능한개발 채권(SLB, Sustainability-Linked Bonds)’ 발행 계획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당시 재무부는 “아마 올해 내로 SLB 발행 준비를 마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발행은 2024년 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재무부가 SLB의 한 종류인 ESG 국채를 발행하면서, 최초 예정보다 좀 더 이른 시기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고 볼 수 있다.
- 사실 브라질은 회사채 시장에서는 SLB 발행이 활발한 편이다. 국제연합(UN) 산하 ‘중남미 카리브해 경제위원회(ECLAC, Economic Commission for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가 지난 2021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SLB를 발행한 국가는 브라질로, 2021년 기준 중남미 전체 SLB의 60% 정도가 브라질 기업이 발행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적어도 기업 차원에서는 브라질이 SLB 부문에서 다른 중남미 국가에 한발 앞서 있었다고 평가된다.
☐ 브라질 정부,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조달해
◦ 일반 국채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
- 브라질 정부가 첫 발행한 ESG 국채는 채권 표면 이자율 6.25%이며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이자를 지급한다. 또한, 채권 가격이 액면가보다 약 1.43% 낮게 할인 발행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채권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연간 수익률은 6.5% 정도이다.
- 모든 나라 국채 수익률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가운데 이번 브라질 ESG 국채와 같이 만기가 7년 남은 국채의 수익률이 약 4.68% 정도이다. 따라서, 브라질 ESG 국채와 미국 국채 사이의 수익률 차이는 1.82%p였다.
-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의 경우, 국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며 그로 인해 미국 국채와 수익률 차이가 커진다. 1.82%p 정도의 수익률 차이는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에 해당하는 나라의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생기는 격차이다.
- 반면, 브라질은 현재 투자등급이 ‘위험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실제로 일반 국채를 발행할 때는 더 높은 이자율을 제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브라질 정부는 이번에 ESG 국채를 발행하면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으로 조달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정부의 이자 지급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 발행 조건 투명하게 공개... 기간도 투자자의 니즈에 맞추어 설정
- 이처럼 브라질 정부가 상당히 좋은 조건에 ESG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재 채권 시장에서 SLB의 인기와 수요가 높기도 하지만, 브라질 정부가 발행 조건을 분명히 공개하는 등 채권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채권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신뢰도인데, 브라질 정부는 ESG 국채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 용도를 분명히 밝히는 한편, 자금 용처에 따른 최소~최대 사용 금액 범위와 리파이낸싱(refinancing) 제한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 여기에, 브라질 정부는 현재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가 가장 많이 찾는 채권이 만기 7년짜리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 ESG 국채의 만기도 7년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브라질 정부의 준비 덕분에 ESG 국채 발행 계획과 조건을 공시한 이후 많은 투자자가 매수 의향을 보였고, 실제 발행액보다 3배 많은 청약 신청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 계속되는 환경 위기에 ESG 관련 정책 계속 내놓아
◦ 역대 가장 더운 봄... 최고 기온 경신도
- 브라질 정부가 사상 첫 ESG 국채를 발행하는 등 환경 관련 정책을 확대하는 이유는 지금 브라질이 실제로 심각한 환경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Instituto Nacional de Pesquisas Espaciais)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브라질 내에 있는 세계 최대 침수 초원 판타나우(Pantanal) 습지(wetland)의 화재 발생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으며, 관련 자료를 수집한 이래 가장 많았다.
- 또한, 브라질은 2023년 7~10월 사이 월간 평균 기온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11월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져 최고 기온이 40℃가 넘는 곳이 속출하는 등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이러한 현상이 모두 온난화에 의한 이상 기후로 인해 야기됐으며, 하루라도 빨리 대응을 시작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2026년부터 기업의 ESG 보고 의무화... 친환경 정책 기조 이어질 것
- 한편, 브라질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가 제정한 ESG 공시 규정을 2026년부터 브라질 모든 기업에 적용하며, 2024년부터 2년간 계도 기간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ISSB의 ESG 공시 규정은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등을 경영공시에 의무적으로 삽입하고, 그 외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와 리스크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개발을 우선했던 전임자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대통령과는 달리, 현 정부인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정부는 분명하게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분간 브라질 정부는 ESG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 준수해야 할 환경 규제 기준 수위를 계속 높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기업을 위한 새로운 인센티브 정책도 지속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Government of Brazil, Brazil announces first issuance of sustainable bonds, 2023.11.14.
Reuters, Brazil raises $2 billion in ESG sovereign bonds debut, 2023.11.14.
Global Capital, Brazil joins the ESG bond world with $2bn debut, 2023.11.14.
Bloomberg Law, Brazil Becomes First Country to Adopt Global ESG Reporting Rules, 2023.10.21.
IR Magazine, Brazil adopts ISSB standards with mandatory use looming by 2026, 2023.10.23.
Fintech Global, Brazil leads sustainability charge with mandatory ISSB standards from 2026, 2023.10.26.
United Nations ECLAC, Issuance of Sustainability-linked Bonds by Latin American Companies in International Markets Grows Exponentially in 2021, 2022.03.30.
Latin Finance, Brazil plans SLB debut by early 2024, 2023.08.28.
Reuters, Fires in Brazil's Pantanal wetland surge to November record on lack of rain, 2023.11.15.
BBC, Brazil: Health warnings as country gripped by 'unbearable' heatwave, 2023.11.15.
AP News, It’s not yet summer in Brazil, but a dangerous heat wave is sweeping the country,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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