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전에 썼던 글인데, 과거 작품 코믹물 입니다. 밝고 웃기는 글 하나 씁니다.(그렇게 웃기진 않습니다.) 뭐 개괄적인 내용은 어른인척하는 아이의 풋내기 행동입니다.
[단편/코믹]8살 신사
오늘은 오랜만에 양복을 입기로 했다. 가뜩이나 연로한 나이에 이런 옷까지 입으면 너무 늙어보이진 않을까 했지만, 나이가 쌓아올린 연륜이 어디 가겠는가? 서둘러 공공시설에서 훑어볼만한 자료를 챙기고 방문을 나섰다. 고급스러운 미키마우스 이불과 깔끔한 디자인의 도날드덕 베개를 이불장에 넣고 방문을 나서니, 맛있는 냄새가 먼저 나를 반긴다.
“이제 일어났니?”
“아침부터 고생하시네요. 잘 먹을게요.”
원, 녀석도…. 밝은 웃음을 머금고 혀를 끌끌 차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또 삶의 뿌듯함을 느낀다. 가볍게 건넨 나의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있어 혀를 차는 등의 아름다운 모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나는 어제 본 전문 만화 잡지를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의 어머니의 얼굴에 백합 같은 원숙함이 느껴진다.
“숙제는 다했어? 이제 너도 고학년이잖아.”
“물론, 후배들 보는 눈도 있고, 내가 열심히 해야 우리 반 기획 분위기도 살아나고,”
오늘 아침도 일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내말에 수긍하신다. 나는 알록달록하게 먹음직스러운 볶음밥에서 피망을 걸러내며 다시 어머니께 물었다.
“근데 어머니 이번 우리 시설에 결제는 하셨나요?”
“뱅킹에서 빠져나갔더라.”
“요즘은 자동이체가 대세로군.”
김치를 건네는 어머니의 손길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나는 싱싱한 스팸에 먼저 젓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기름에 찌든 향이 입안을 메우자, 밥을 먹으면서 꼭 해야 할 것만 같았던 무언가가 해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사소한 행복에 취해, 그것들을 다 먹어 치웠다.
“오늘은 좀 늦을 것 같아요. 회식이 있거든요.”
“회식?”
“가까운데서 애들이랑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요. 너무 기다리진 마세요. 늦을 거니까.”
“언제쯤 올 건데?”
“나루토 시작하기 전엔 올 거예요.”
여전히 이마에 주름이 가득 잡히신 채로 반갑게 나를 배웅하는 어머니를 뒤로 가벼운 발걸음을 시설물로 향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2층인 우리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고, 2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 안에 탄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는 듯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살폈다. 감정이 메말라가는 사회가 안타까워, 나는 슬픈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 ##
곱하기란 연산 단위는 익숙해지지 않으면 능숙하게 사용하기 어렵다. 내 옆자리에서 나와 같은 업무를 보고 있는 대식이도, 곱셈의 연산과정에서 빚어지는 오류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가려내지 못한다. 언제쯤이었나, 수학과 전공서적인 수학 익힘책에서 본 듯한 난해한 문제를 내 옆자리에서 대식이 끙끙거리며 풀고 있는 모습이 반증하듯….
“아직도 그 연산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거냐?”
“네가 해봐라, 선생님이 그러는데 이거 어려운 문제랬어.”
“이리 줘봐, 정확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학교생활에선 속도가 생명이야.”
희망의 빛을 보았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대식이의 부러운 시선을 은근히 즐기며 나는 귀에 꽂아놨었던 샤프를 꺼내어 그가 건넨 난해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직설적이기 보단 변칙적인 수가 많은데,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어.”
은근히 시간을 요하는 문제였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생소한 느낌부터가 압박이었다. ‘최대식이 끙끙 될 만한 걸.’ 나는 책상에 놓여 진 요구르트를 입에 털어 넣으며 다시 그 문제를 곰곰이 살폈다.
-영희는 비스켓을 좋아한다. 상자 안에 비스켓이 15개가 들어있다. 영희는 아이들 4과 함께 비스켓을 먹으려 하고 있다. 영희와 아이들이 비스켓을 한 사람당 6개씩 먹으려면 총 몇 개의 상자가 필요한가?-
“어때 이 잘난척 대 마왕아!!어렵지. 못 풀면 너 바보 똥개!.”
“훗, 꽤나 복잡한 체계를 띄는데….”
나를 향한 기대를 연신 들어내 보이는 대식이 앞에서 나는 여유롭게 웃음으로 대신했지만 생각처럼 문제가 간단하지 않았다. 우선 경제학 적으로 비스켓을 좋아하는 영희의 수요조건과 상자가 공급하는 공급조건의 일치를 봐야할 것이다. 몇 상자가 필요했냐 했지만, 결과적으로 화폐단위가 나와 있지 않는 이상.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는데 환산되는 단위를 연결시킬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영희 혼자가 아니라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 5이다. 그들의 기호에 따라 비스켓의 공급원은 천차만별일 것이고, 상자에서 공급하는 비스켓의 오차 범위까지 따져야 하는 아주 난해한 문제였다.
“뭘 그렇게 고민하니?”
“음, 조금 까다로운 문제야 어때 너도 머리를 맞대면 분명 좋은 결과를 빚어낼 수….”
“2개 필요하네. 이거 나 이거 어제 풀었어!”
소현이는 이런 문제에 관해서 천재적인 소질을 타고났다. 그녀가 이끌어내는 결론은 명쾌했으면, 딱부러졌다. 그녀의 설명을 들으니 막혔던 마음이 후련해지는 듯 했다. 가끔은 원칙보다는 이런 이상적인 연산에 머리를 맡기는 것도 좋은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뭐냐. 이 바보 멍청이. 나 간다. 괜히 잘난 척이야.”
대식이의 말에 나는 순간 대식이가 소현이를 맘에 두고 있었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눈치가 부족한 편이었다. 나를 향한 칼날은 곧 소현이에 대한 대식의 애정고도 같은 것이었는데…. 나는 서둘러 마이를 고쳐 입고 소현이에게 말했다.
“미…미안하다. 우리 공과 사는 구별하자.”
“그래, 0과 4는 구별해야지. 이다음 문제를 풀 땐 더 그래.”
확실히 소현이는 이런 방면에 이해가 빠르다.
## ##
하 교길, 의외로 일찍 해산된 저녁모임은 들어가기로 예정된 시간보단 1시간이나 앞서 있었다. 나는 이대로 집에 들어가긴 무료해 근처 상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유행을 알고 미래의 코드를 알면 지향적인 사람과 글로벌 가치관을 꿈꿀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 갖아야 할 교양을 쌓는 겸해서 나는 근처의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거의 매일 이구나.”
점잖은 얼굴을 한, 근처의 중국집 배달원이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그는 가끔씩 나에게 돈을 요구하곤 했는데, 그의 순수한 눈빛이 마음에 나는 뒷일을 묻지 않는 선행을 계속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그의 별명이 들려와 귀를 따갑게 한다.
“어이 짱개. 뭐하냐?”
최신권, 무협계의 판권을 알 수 있는 서적들을 찬찬히 살피면서도 나는 또래의 아이들이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만화의 작품세계에 빠져들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었다. 노란 와이셔츠를 밑으로 잡아 빼면서 나는 더욱 심취한 얼굴로 신간을 읽어나갔다.
“어이 꼬맹아 보려면 돈내고 빌려봐라.”
친절한 얼굴을 한 이곳 주인이 자신의 퇴근시간을 은연중에 알린다. 깔끔한 외모와 어울리게 그의 언변은 무척이나,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안다. 덕분에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 ##
나루토라는 대작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일단 현실과의 괴리를 통한 자아실현과 더불어 그들이 행하는 술법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빚어지는 집중력 나는 그것에 매료되어 아직도 그림자 분신술을 연습중이었다.
“저녁 안 먹어?”
나의 건강을 염려하시는 어머니의 부름에 나는 서둘러 식당으로 걸어갔다. 뿔테 안경을 쓰시고 아침에 미쳐 다 보지 못한 신문을 보시는 아버지의 맞은편에 앉아 문안 인사 겸 반찬투정을 했다.
“그래. 밥 먹고 뭐할 거냐?”
“일단, 오늘 저에게 남겨진 프로젝트를 끝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서?”
“글세, 유동적인 것이니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아버지가 눈을 힐끔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흡족하고 대견스러우신지 계속 헛기침을 하시는 모습에 나는 멋쩍게 웃으며 밥을 먹었다. 어머니가 커다란 찌개를 식탁에 올려놓으시며 쌀쌀 맞은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신다. 관심과 기대 때문에 두 어깨가 부담스럽다.
초등학생, 많은 경험과 분별력이 있는 사람. 이끌어야한 저학년들이 가득하고, 저 밑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유치원생들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나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며 위닝 일레븐을 즐기다 문득, 그런 생각들을 떠올렸다.
책임이 막중해 졌구나.
들어가는 음식부터가 다르다. 더 이상 길들여진 우유를 주식으로 삼지 않는다. 더 이상 전용차처럼 따라다니던 유모차를 타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이 있고 대인관계에서도 많은 피로가 누적된다. 나는 게임에서 진 분풀이를 하며 하루를 성찰해 나갔다.
“또 내일 아침이 오겠군.”
고풍스러운 내방. 은은한 색채감과 선명한 명화들이 온 방을 감싸고 있다. 나는 부드러운 이불속에 몸을 웅크리며 방을 어둠으로 매꾸었다. 그렇게 힘들었던 하루가 가고 있다. 꿈속에서 고전 만화계의 거장 태권브이와 나눌 담화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오늘의 밤이었다.
첫댓글 피식.귀엽네요 우리 0과 4를 구별합시다!!!<<퍽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오, 재밌어요~~ 문체 깔끔하신 것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드는 군요.. 특히 맞춤법 같은 거.. 이곳은 틀리시는 분들이 많드러고요(웃음). 주인공 귀엽네요~ 건필하세요!
맞춤법은 한글이 알아서...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인공이 너무 깜찍하네요
친구는 끔찍하다고...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에요...ㅋㅋㅋㅋㅋㅋ
귀엽게보이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반대로 나이먹서어 철없서 질지도, 감사합니다.
요런 꼬맹이 보면 머리를 한대 후려치고 싶더라고요 =▽= 아, 오해는 마시고..[....]
저는 요런 꼬맹이를 자주 보지 못해서, 감사합니다.
아 주변사람 반응을 지멋대로 해석하는게 더 웃겨요 ㅋㅋㅋㅋㅋㅋ
나름대로 노리고 끄적거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푸하하하!!!!!!!!!!!!!!!!!!완전배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겁게 읽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아....정말 귀여웠습니다!ㅎ
아이가 귀엽게 보이니 좋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귀여워요 ㅎㅎ
귀엽다는 평이 많아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님사랑해요 <
제 글을 사랑하신다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