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올해는 서울 전역서 출몰… 자치구 민원 급증
은평구 1900여건 등 접수돼
“바람 또는 차량에 붙어 이동한듯”
진드기 박멸 익충… 무리한 방역 안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주차장에서 발견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한 쌍. 지난해 서울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했던 러브버그가 올해는 서울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에 사는 김모 씨(30)는 최근 침대에 누워 있다 형광등 사이에서 ‘러브버그’(사랑벌레·사진) 두 마리를 발견하고 놀랐다. 김 씨는 “뉴스에서만 보던 러브버그가 집까지 들어온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했던 러브버그가 올해는 서울 전역에서 출몰하고 있다. 25일 은평구에 따르면 이달 13∼22일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1900여 건이나 접수됐다. 마포구에도 12∼23일 400여 건의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 동대문·성동·강남구 등에서도 러브버그 목격 신고가 접수됐다. 이 곤충의 공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인데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는 별명으로 통용된다.
최근 러브버그 출몰을 두고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땅속에 있던 유충이 한꺼번에 성충이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평구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러브버그 민원 접수 날짜가 열흘 정도 빨랐다”고 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겸임교수는 “서울 서북부에서 사선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생명력 강한 러브버그들이 서울 전역으로 이동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러브버그가 차량 또는 지하철에 붙어 이른바 ‘히치 하이킹’을 하며 서울 전역으로 이동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자치구들은 러브버그가 진드기 박멸과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방역을 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대처 요령을 알리는 캠페인 위주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치구에 따르면 러브버그가 벽에 많이 붙어 있을 경우 물을 뿌리거나 가정용 살충 스프레이를 사용해 퇴치할 수 있다. 러브버그는 밝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두운 옷을 입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