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변화는 부모가 눈을 뜨고 있어도 알아챌 수가 없다. 늘 어린애로 알고 있다가 문득 아이의 발 크기가 아내의 발 크기와 같아졌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내 어깨까지 다가선 녀석의 큰 키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이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지?'
그러나 겉모습의 변화보다 그 아이의 속 마음의 성장을 우연히 들여다 봤을 때의 느낌은 내겐 충격이었다. 이 독후감 속에서 베로니까 녀석이 6살 때 '가출'을 감행하였다는 사실을 두 부부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로 놀라웠다. 다행인 것은 이런 것들을 베로니까 녀석이 글로 표현해주어, 녀석의 속내를 들여다 볼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 정도다.
아래는 베로니까가 '나의 린드그랜 선생님'이란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옮긴 것이다. 우연히 들여다 본 녀석의 마음이 사랑스럽다.....
나의 린드그랜 선생님
시곡초등학교 4학년 정 채경 베로니까
내 이름은 정 채경이다. 이름 때문에, 성당 어린이집에 다닐 땐, "야, 채소 밑반찬에 들어가!"라는 놀림을 늘 받곤 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좀 나았지만, 그래도 '채소'라는 별명은 지워지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오는 비읍이란 친구도 그러했다. 국어시간이 되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곤 하였다. 난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옛 생각이 나서 화가 났다.
내가 린드그랜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나의 린드그랜 선생님'이란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부터였다. 린드그랜 선생님은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상한 생각도 든다. 우리 엄마는 내게 항상 "책을 읽어라"고 하신다. 그런데 비읍의 엄마는 비읍이 책을 읽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만약 우리 엄마랑 비읍의 엄마가 바뀐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ㅋㅋ
엄마는 날보고 돈 모아서 책을 사라고 하신다. 사실 난 그 돈으로 멋진 자전거를 가지고 싶은데 말이다. 정말 엄마가 비읍이 엄마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물론 상상 속에서지만....그리고 아빠의 사업도 잘 되었으면 한다. 혹시 아빠가 내 소원을 들어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매일 아빠는 서울 회사로 가시고, 엄마는 학교로 출근하시기 때문에, 낮엔 늘 나 혼자 외롭게 지네야 한다. 만약 내게 멋진 자전거가 있다면, 낮에 그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놀 수도 있을텐데... 늘 집에 계시는 비읍의 엄마가 부러운 점도 있다. 또 비읍도 나의 외로운 마음을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비읍은 말상대가 되어주는 헌책방 언니라도 있지만, 내겐 말상대 해줄 형제가 없어 외로움은 더하다.
비록 비읍은 아빠께서 하늘나라로 먼저 가셨지만, 비읍은 늘 생각도 길게 하고, 신중하다. 그러나 나는 생각을 길게 하질 못해, 늘 실수투성이다.
나도 린드그랜 선생님을 뵙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돌아가시다니 아쉽다. 린드그랜 선생님을 만난 네가 정말 부러워. 비록 학교에서 시켜서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을 읽고 너와 린드그랜 선생님을 알게 되어 기뻤어.
참, 네 엄마는 정말 책을 읽지 않으시니? 우리 엄만 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책을 읽으셔~ 정말 울 엄마랑 네 엄마랑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해.
그리고 비읍아, 가출 생각은 절대 하지마. 나도 6살 때 가출하려고 엄마 몰래 집을 나갔는데, 배가 고파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그러지마! 헌 책방 언니한테 내 친구 키 좀 가져가라고 말해줘. 내 친구 조현이는 키가 커서 싫다고 하고, 헌책방 언니는 키가 작아서 문제라니, 좋은 방법이잖아? 그리고 나도 키가 커서 미치겠어. 항상 뒷 자리에만 앉아야 하고, 아이들은 내 큰 키를 놀리기도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솔직히 말해서, 린드그랜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스위스까지 거리가 멀어서, 비행기 표 값도 만만치 않을 거고, 그리고 린드그랜 선생님 댁 주소도 모르잖아~^^ 혹시 내년에 엄마께서 유럽여행에 날 데려가주신다면 말이야, 스위스 가서 너도 보고 린드그랜 선생님도 만날 수 있을텐데....만약 돌아가시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
첫댓글 후후..아이들 세계는 무궁무궁하죠..글 잘 뵈었습니다.
베로녀석이 이 독후감을 가지고 학년 최우수상을 받았답니다. 아침에 이 글을 읽고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었습니다. 베로녀석은 하느님의 멋진 선물임에 틀림 없습니다~^^
후후..아이들 세계는 무궁무궁하죠..글 잘 뵈었습니다.
8..... 머시기... 이 글을 올리면서 입이 귀에걸려 있을 피터정님 모습이 안봐도 비됴임다요..낸중에 베로 시집 간다고하면 배신감에 우짜실라우? 내 아는 분은 딸 결혼식에 손도 못잡아 주겠다고 하데요. 울음이 터질까봐...
거 뭐 어렵지 않네~^^ 소피이님, 베로녀석 시집 갈 때 와서 보시면 되잖습니까? 내가 '울 지 안 울지'~ㅎㅎㅎ
오...그 배신말이지유....최우수상이 날리는 배신이라...으흐흐흐 피터정님 그날 봐야지
ㅎㅎㅎ 울 후배님까지 공격하시네~^^ 그날 울 불꽃님들을 빠짐없이 초대하겠으니 오셔서 보소서...근데 한 가지 걱정은 녀석이 미국에서 혼배미사를 올리겠다면 말이죠~ 거 뭐 뱅기 값이 쪼매 들텐데...그게 걱정이라우~ㅋㅋ
걱정 마시우. 혼배미사는 미국에서, 결혼식은 한국에서 하면 되지롱... 뱅기값 보다 경제적일껄....ㅋㅋ 나는 피터님이 '엉엉 운다.. 그것도 눈물만 살짝 흘리는 것이 아니라..'에 한 표!
소피이님~ 거참 딸래미 시집보내고 우는 아빠가 그리 보고 싶으심까? 아들만 있는 집은 그렇지 않다는 말씸이죠~? ㅎㅎㅎ 어쩌면 시집 가는 딸과의 이별이 안타까워서가 아닐 것입니다. 부모로써 할 일 하나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나이 들어가는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이겠지요~ㅎㅎㅎ
피러정님, 따님의 글솜씨에 축하드립니다. 버트, 그 글 속에 따님의 소망이 많이 들어있는데 어짜실런지 여기에 밝히시지를 아니 하셔서리 제가 총대를 맵니다. 1.아빠와 딸이 타는 자전거...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까 싶어지는데요... 이 담에 베로니카가 아빠를 기억할 때 눈물이 날만큼 행복하리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2. 엄마의 빈 자리 아빠가 메워주기.3 책 함께 읽고 나누기 등등. 왜?냐고요? 제가 뇨자잖아요. 그니까 베로의 맘을 알거덩요...ㅋ 행복하신 모습 뵙기 좋습니다.
1. 글쎄 베로녀석이 하는 거 봐서 자전거를 사주든지 하겠슴다~ 험~험~ 2. 오늘도 마눌님은 회식가고, 서둘러 6시에 집으로 와서 녀석을 돌보고 있슴다~ㅋ 3. 책 읽어주기! 예전에 제가 담담하던 것인데 요즘 아내와 바톤 터치 했슴다~ㅎㅎㅎ 암튼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러정님, 므훗~! 입니다. *^^* 베로의 결혼식 때까지 쭈~~~~~~~~~~~~~~~~~~~~~~~욱 지켜 보겠습니다. 저도 초대 부탁 드립니다. 그래도 될까용??
다음에 들어와 메일 정리 할 겸 겸사겸사 들어와 보니 올리지 말라는 부탁을 무시하고 이글이 올라와 있었네요 아빠는 회사에서도 글을 올릴 정도로 좋아하시네 엄마한테 일러야지
이 녀석이 제 애비 보고 '피터정씨'? 이를 우짜노! 허허허~ 이누무시키~ 댓글 써갈겨놓고 수면삼매경에 빠졌내~ㅠㅣ~ 자는 녀석을 ?울 수도 없고~쩝
쩝!!!^^
아빠 죄송^^ 바꿔놨슴다
비둘기집처럼 정답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