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땅' 대곡역세권 개발…시행사 없는 이유는?
국가철도공단 사업시행 포기 후 고양시, LH에 사업자 참여 설득
정작 LH는 “참여하기 어렵다” 주택 위주 LH는 부적절 의견도
[고양신문] ‘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이 적절한 사업시행사를 구하지 못해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곡역이 현재의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외에 향후 GTX-A노선, 서해선, 고양선 등 5개 철도 노선이 지나가는, 수도권 서북부 교통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사업시행자를 찾지 못해 개발사업이 장기화되는 실정이다.
대곡역이 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의 공동사업시행자가 정해진 때는 2016년 3월이다. 이때 고양도시개발공사(고양시),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철도시설공단 3자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곡역세권을 공동 개발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이 돌연 사업시행 의사를 중도에 철회했다. 공단이 자체적으로 KDI에 의뢰해 진행한 대곡역세권 개발 타당성 용역에서 ‘사업성이 부족하다’라는 결과가 나오자 사업포기를 결정한 것.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가 선택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대안이 바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였다. 시가 2019년부터 LH, GH 등과 약 1년간 사전협의 6회, 실무협의회 3회를 거쳐 잠정 결정한 사업비 분담률은 각각 LH 60%, 고양도시개발공사 30%, GH 10%이었다. 그러나 2021년 3월 발생한 이른바 ‘LH사태’로 공동사업시행자 재구성은 유야무야됐다. 투기사태의 여파로 개발사업 추진시기 등 LH와 함께 수립하려했던 구상안들이 ‘없던 일’이 된 것이다.
고양도공 관계자는 “해당 사태 이후 국토부가 LH의 신규 출연·출자사업을 금지해 LH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라며 “최근 들어 LH에 다시 사업참여를 위해 접촉 중이나, 현재로서는 ‘협의 단계’에만 머무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양시 담당자는 “LH와 특별히 진행 중인 것은 없지만, 역세권 사업검토를 요청하는 등 여지를 남겨둔 상태”라며 “LH와 고양시장과의 협의를 위해 LH고양본부장에게 사업 추진에 관한 의견을 전달했지만, 아직 특별한 답은 받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주택개발 vs 기업유치
이렇게 LH가 사업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로 개발 방향성이 시 정책과 다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주택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는 LH와 기업유치를 통한 ‘자족도시화’에 집중하는 현 민선8기의 정책방향이 상충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대곡역세권 개발의 사업시행자로 주택사업을 주로 맡는 LH가 적절한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시청 관계자는 “시는 되도록 첨단지식산업·업무단지 같은 자족시설의 비율을 늘리려고 하는 입장이다. 반면 LH는 공공주택사업만 전개하는 만큼 ‘주택개발’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와 LH 간 방향성 차이를 설명했다.
LH와 시 양자 입장차이는 작년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제기된 적 있다.
이날 감사에서 조정래 전 도시계획정책관은 대곡역세권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묻는 김미경 의원의 질문에 “LH같은 경우에는 공동주택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 하다 보니, 이 점이 현 시 행정부의 정책과 상충해 LH가 사업참여를 어려워하는 입장”이라며 “시는 LH의 참여를 원하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이 공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3기 신도시에 우선순위 밀려
LH가 대곡역세권 개발사업보다 3기 신도시 개발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어 사업참여에 소극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양도시개발공사 담당자는 “LH가 벌여놓은 사업이 많아 대곡역세권까지 신경 쓰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존 논의됐던 ‘공동사업시행자’에서 LH가 완전히 빠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직도 ‘참여하기 어렵다’라는 답변만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GTX-A 노선 대곡역 공사 현장. 사진제공=에스지레일
특히 앞서 언급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업참여 포기 원인인 KDI 용역 결과 통보 시점(2019년 5월)이 창릉신도시 추가 지정 발표 시점과 겹치며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 관계자는 “KDI 사업타당성 때 창릉신도시가 발표되며 대곡역세권 개발의 사업성이 낮게 측정된 것은 아닌가”라며 “대곡역세권 사업이 3기 신도시에 밀려 LH의 우선도로부터 멀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라는 우려를 표했다
지가상승도 시행사엔 큰 부담
지가상승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지가상승으로 토지보상금도 덩달아 올라 사업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에 시행사들이 사업참여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냐는 것.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곡역세권이 위치한 덕양구 대장동 일대의 지가지수는 2019년 1월 전년 동기대비 15.15%의 상승률을 보이며 급증했다. 2022년 4월 98.23이던 지가지수가 2023년 4월에는 100.37로 증가하는 등 대곡역세권 지가는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다.
비록 대곡역세권 사업지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무분별한 거래와 투기를 제한하고 있지만, 그 외의 인접한 취락지구에 대한 거래까지 막을 수는 없다. 고양도공 관계자는 “사업지에 인접한 취락지구의 경우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일 수 없다”라며 “대장동 일대의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취락지역인 ‘1종 일반주거구역’에서 무분별한 투자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일반적으로 도시개발에 있어 기반시설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예정된 사업지만이 아닌 인근의 취락지까지 포함해 유연하게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근 취락지의 지가가 상승한다면, 사업비도 덩달아 증가해 시행사가 참여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행사 없는 데 올해 또 용역 추진
올해로 예정된 타당성 용역을 위해 고양도공은 현재 필요한 예산을 모두 확보한 상태이고, 세부 용역내용에 대해선 시와 협의 중이다. 사업시행자, 개발규모 등 추진방안들에 대한 시의 정책방향이 결정 난 바가 없어 정확한 용역공고일은 미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난 10년 동안의 세 차례 용역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두고 ‘무의미한 용역만 반복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있다. 고양시의회 김미경 의원은 “투기나 지가 상승 등에 대한 대책 없이 사업 검토를 추진한 것은 시의 잘못이며 사업시행사나 개발구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용역만 진행해 왔다”라며 “10년 이상 인근 주민들은 개발된다는 사실 때문에 교통·환경 문제가 발생해도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만큼 시에서는 대곡역세권 개발에 의지를 갖추고 추진해야 한다”라며 고양도공 및 시의 사업 의지에 의구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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