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난생처음 흥미롭게 지켜보는 야당 대표 경선
2030의 국민의힘 지지… 野의 생각지도 못한 횡재
눈이 휘둥그레지는 젊은 그룹의 당권 선전도 청년층의 이 지지가 바탕
野에 부는 이 바람 수많은 청년이 지켜본
한국 정치에서 근래 최대 횡재는 두말할 것도 없이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치에 기여한 것이 없는 사람이다. 노무현의 자살과 박근혜 탄핵이 문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길에 떨어진 지갑 줍듯이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횡재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다. 국민의힘 역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을 만한 기여를 한 것이 별로 없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위선과 무능, 오만이 국민의힘에 생각지도 못한 횡재를 가져다 주었다.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각자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주호영, 홍문표, 윤영석, 조경태, 김웅, 이준석, 김은혜, 나경원 후보.(발표순)./국회사진기자단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방송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55% 대 34%로 앞섰다. 30대에서도 56% 대 38%로 앞섰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20대와 30대에서 승리했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20대와 30대에서 더블 스코어 이상의 큰 차이로 대패한 것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이 놀라운 역전이 일어난 것은 기본적으로 문 정권의 부동산 실정과 내로남불 때문일 테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서 지지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호감도다. 1년 전 총선 때 2030세대의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는 63~77%에 달했다. 김정은에 대한 비호감도와 맞먹는다고 했다. 그것이 최근엔 45~63% 정도로 줄었다. 반면 젊은 층에서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크게 높아져 이제는 국민의힘과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에 대한 청년층 비호감이 줄어든 것은 태극기 부대가 보이지 않게 됐고 국민의힘이 혐오 인물들과 거리를 둔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합리적이란 이미지를 가진 오세훈·박형준씨가 국민의힘 후보로 최종 선출된 것도 젊은 층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한국에서 보수 정당이 젊은 층의 극혐 대상에서 벗어나 지지까지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1987년 이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때 외에는 아무도 청년층 지지를 받지 못했다. 작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전통 고정표 + 청년층’의 지지 기반으로 압승을 거뒀다. 그런데 그 청년층의 표심이 국민의힘으로 이동한다면 선거의 대세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 된다. 청년층 지지의 의미는 단순히 표 계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사회와 나라의 미래인 젊은이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정당의 존재 이유와 명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정당의 에너지 원천이 거기에 있는 것 역시 말할 필요도 없다.
청년층 지지는 국민의힘이 처음으로 가져보는 보석이다. 처음이고 생소해서 이것이 소중하고 귀한 줄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 지지는 국민의힘이 자체의 저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귀하지만 약해서 쉽게 깨질 수 있다는 뜻이다.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난 한 달 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비율은 20% 안팎으로 민주당에 비해 오히려 10%포인트 안팎 낮았다.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들쑥날쑥하지만 대체적으로 2030세대는 오세훈·박형준 두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었지만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은 적극 지지하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이기기를 바라는가’라는 갤럽 조사에서 2030세대는 48%가 야당 승리를 원했다. 여당 승리 기대는 35%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작 국민의힘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을 구성하는 인물들에 대한 호감도가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그럴 것이다.
필자는 김영삼 대통령 당선 때부터 정치를 취재했지만 지금까지 있은 야당 당내 경선에 직업적 관심 이상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승부가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부산시장 야당 당내 경선에서 드라마라고 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도 보기 드문 깨끗한 승복이었다. 젊은 층이 눈을 돌려 여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6월 11일 야당 전당대회를 개인적인 흥미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난생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그룹의 도전과 선전은 불과 얼마 전까지 이 보수 정당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힘에 대한 젊은 층 지지에 자신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늙었으니 물러나라는 도식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젊은 바람은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이 나라의 수많은 청년들이 이 바람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 현상이 보수를 젊고, 새롭고, 건강하게 만들고 그것이 다시 진보를 자극해 우리 정치를 바꿔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