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직, 디파이 서비스 수사 중 리브랜딩…FIU 신고 사업과 달라
거래소 솔루션 납품 사업 시작…'다단계 토큰 판매' 비트무사와 연관
빗썸 베이직 차트. 빗썸 캡처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 사기 및 시세 조작에 연루된 가상자산사업자(VASP) 업체가 '리브랜딩'과 함께 또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뉴스1>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러그풀', 시세조작 등 해당 업체의 사업상 문제를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https://www.news1.kr/articles/?4837634).
기존 사업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전 사업과 큰 연관성이 없는 또 다른 서비스들을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옛 사업 수사 중인데…신규 사업, FIU 신고 내용과 '딴 판'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된 베이직리서치(가상자산 프로젝트명 베이직)는 올해 초 사업을 리브랜딩하겠다고 발표한 후 새로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직이 가상자산 공시 사이트 쟁글에 올린 리브랜딩 공지에 따르면 베이직은 1분기 내에 리브랜딩 백서를 공시하고, 프로젝트의 구조를 변경할 예정이다. 또 2분기에는 리브랜딩을 완료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공시 사이트 쟁글에 올라온 베이직의 2023년 로드맵 공시. 1분기 내
'리브랜딩' 예정이다. 쟁글 캡처
1분기가 20여일 남았으나 아직 리브랜딩 백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단, 베이직은 1분기 내에 리브랜딩과 함께 현물 및 선물 거래소에 솔루션을 납품하겠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이는 베이직이 FIU에 신고한 내용과 다르다. 베이직은 FIU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즉 '커스터디(수탁) 사업자로 신고를 완료했다. 홈페이지에는 '가장 안전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보관·관리업자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받은 내용도 쟁글에 공시했다.
그러나 가상자산사업자 공시 이후 쟁글에 올라온 다음 공시는 리브랜딩 관련 공시다. 베이직이 리브랜딩과 함께 시작하겠다고 한 사업은 거래소 솔루션 납품으로, FIU에 신고한 사업인 커스터디와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직 측은 글로벌 가상자산 프로젝트로 운영되는 '베이직'과 FIU에 신고한 '베이직리서치'는 다른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프로젝트인 베이직은 케이먼제도 법인인 '볼트 글로벌 캐피탈'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고, 베이직리서치는 국내 법인으로서 커스터디를 비롯한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기는 힘들다. 쟁글은 물론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베이직 토큰이 상장된 주요 거래소에는 베이직 프로젝트의 웹사이트가 '베이직리서치'의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연결되는 베이직의 웹사이트는 베이직리서치의 웹사이트다. 베이직 측은 두 기업이 다른 주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해당 입장과 모순되는 대목이다.
또 베이직 프로젝트의 공시와 베이직리서치의 공시가 모두 같은 채널에 올라오고 있다. 두 기업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짓기 힘든 상황에서 FIU에 신고한 내용과 전혀 다른 신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공시 사이트 쟁글에 올라온 베이직의 공시 목록. 베이직리서치 관련
공시와 베이직 관련 공시가 섞여 올라오고 있다. 쟁글 캡처
베이직 프로젝트와 베이직리서치를 구분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두 기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모 씨다. 김모 씨는 베이직 설립자이자 베이직리서치 대표이사다. FIU에 신고된 베이직리서치의 대표이사도 김모 씨다.
이에 대해 베이직 측은 "베이직과 베이직리서치는 지분 관계가 없지만, 유일한 접점인 특수관계인 김**이 있다"고 일부 시인하면서도 "김**은 3월 내로 베이직리서치의 임직원 및 주주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이 베이직리서치 임직원에서 물러나면 베이직리서치는 완벽히 독립적인 법인이 되고, 베이직 토큰의 발행이나 운영에 관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베이직 이전 서비스 'BCDC' 수사 중 '리브랜딩'
더 큰 문제는 베이직이 이전에 벌인 사업들이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한 채 경찰 수사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이전 사업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베이직'이란 프로젝트명을 리브랜딩할 계획을 세우며 또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김 씨는 현재 탈중앙화금융(디파이) 프로젝트 'BCDC'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BCDC는 베이직 토큰(BASIC)을 스테이킹(예치)하고 이자로 BCDC 토큰을 얻는 베이직의 디파이 서비스로, 베이직은 지난해 5월 갑작스레 BCDC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당시 베이직 측은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BCDC는 사업을 종료한다"며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쟁글에 올라온 BCDC 서비스 종료 공시. 쟁글 캡처
김 씨는 이른바 '러그풀'을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러그풀이란 디파이 시장에서 운영자가 투자금만 들고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해버리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서비스 종료 당시 BCDC 투자자들이 투자금 환불을 요구하자, 베이직은 투자금을 베이직 토큰(BASIC)으로 환불해주겠다며 불합리한 토큰 교환 비율을 내세웠다. 또 BCDC 서비스 개발을 맡긴 외주 개발 업체에게는 개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투자자 4명과 개발 업체가 함께 소송을 진행했다.
단, 김 씨는 러그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형사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러그풀 혐의는) BCDC 개발을 맡긴 A씨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BCDC 서비스를 종료시켜버린 것도 A씨의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개발 업체를 이끄는 A씨에게 BCDC 플랫폼 개발을 맡겼는데, A씨가 서비스를 종료해버려 BCDC 서비스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김 씨가 서버 비용을 비롯한 일체 개발비를 주지 않아 BCDC 플랫폼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씨 역시 A씨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최근 A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새 사업은 거래소 '비트무사'…'무사 토큰' 다단계 판매 성행
그렇다면 베이직의 신규 사업인 현물 및 선물 거래소 솔루션은 무엇일까. 베이직 측은 거래소 이름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해당 거래소는 최근 오픈한 '비트무사'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김 씨는 비트무사 설립 및 '무사 토큰' 판매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사 토큰은 비트무사의 거래소 토큰이다.
비트무사의 법인은 케이먼 제도에 설립돼 있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라고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려면 금융당국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어 페이지를 제공하던 수많은 해외 거래소들이 한국어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비트무사는 현재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할뿐더러, 홈페이지 도메인도 'kr'로 끝난다. 또 선물 거래소는 국내에서 불법이다. 향후 금융당국의 규제로 영업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현재 비트무사 홈페이지에 김 씨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베이직의 초창기 대표와 현재 비트무사의 대표가 같은 점 △비트무사 커뮤니티 밴드에 김 씨의 해명글이 올라와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씨가 비트무사 사업에 관여하고 있음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베이직의 현재 대표는 김 씨이지만 프로젝트 초기에는 해외 인사인 스벤 뮐러(Sven Moeller)가 대표를 역임했다. 베이직의 설립자이자 실질적 주인도 김 씨이나, 설립 초반에는 외부 인사를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스벤 뮐러 베이직 전 대표는 현재 비트무사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비트무사를 홍보하는 커뮤니티 밴드 사이트에도 뉴스1의 첫 보도 후 김 씨의 의혹을 해명하는 베이직 블로그 글이 올라와 있다.
베이직의 초기 대표였던 스벤 뮐러가 현재 비트무사 CEO로 재직 중인 모습.
위 사진은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베이직 대표 재직 당시 스벤 뮐러 인터뷰.
아래 사진은 지난 1월 국내 매체와 비트무사 CEO로서 진행한 스벤 뮐러
인터뷰 사진.
비트무사 밴드 커뮤니티에 올라와있는 김 씨의 의혹 해명 글. 김 씨는 비트무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커뮤니티에선 지난해 10월 뉴스1 보도 이후 그의 해명 글이 유통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씨 측은 "베이직은 거래소 세 군데에 솔루션을 납품한 경력이 있다"며 비트무사에 거래소 솔루션을 제공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단, 솔루션을 납품했을뿐 베이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씨 측은 "베이직 사업을 진행하는 케이먼제도 법인 볼트 글로벌 캐피탈은 여러 거래소에 솔루션을 납품한 경력이 있다"며 "거래소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개발사는 많다"고 밝혔다. 이어 "비트무사는 베이직 초기 대표였던 스벤 뮐러 대표가 베이직에서 나간 후 창업한 거래소"라며 베이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단순히 선물 거래소에 솔루션을 납품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비트무사의 거래소 토큰인 '무사 토큰'이 다단계 판매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토큰 판매 과정에 베이직과 김 씨가 또 다시 등장한다.
<뉴스1>은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최근 무사 토큰이 40~50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다단계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또 무사 토큰 다단계 판매 자료가 올라온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포착, 해당 유튜버에게 접촉해 영상을 기사의 근거로 활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
비트무사의 거래소 토큰 '무사 토큰' 다단계 판매 자료에 등장하는 파트너사들.
플랫폼 개발 파트너사로 베이직이, 플랫폼 운영자로 베이직의 초기 대표였던
스벤 뮐러가 등장한다. 독자 제공
영상에 등장하는 자료는 실제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무사 토큰을 판매할 때 활용된 다단계식 판매 자료다. 자료에는 단순 개발사가 아닌 '파트너사'로 베이직이 등장한다. 베이직의 초대 대표를 역임한 스벤 뮐러가 '가상자산사업자' 자격 요건을 갖춘 경험이 있다며, 비트무사의 장밋빛 전망을 홍보하는 내용도 나온다.
김 씨 측은 가상자산사업자 요건을 갖춘 것은 베이직리서치로, 베이직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베이직이 개발한 '비트무사' 홍보에는 베이직리서치의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도 토큰 판매 자료에 등장한다. 그런데 ISMS 인증을 받은 가상자산사업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된다. 공개된 리스트에 비트무사는 없다. 단, 베이직리서치는 있다. 베이직리서치의 ISMS 인증 역시 비트무사 토큰 판매에 활용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트무사의 거래소 토큰 '무사 토큰' 다단계 판매 자료에 등장하는 ISMS 인증 내용.
비트무사는 ISMS 인증을 취득한 적이 없다. ISMS 인증을 획득한 것은 베이직
리서치로, 베이직은 베이직리서치와 독립 사업체라는 입장이지만 관련 사업에
베이직리서치의 ISMS 인증 사실을 활용하고 있다. 독자 제공
유튜버 측에 자료를 제공한 제보자는 무사 토큰과 관련해 "토큰 발행을 담당하는 김 씨(한국계 미국인)와 스벤 뮐러가 영국에 거래소를 상장시킬 예정이라는 내용으로 토큰을 홍보했다"고 밝혔다.
◇수상한 프로젝트, 여전히 진행 중…FIU '예의주시'
그렇다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수상한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규제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 FIU는 코인마켓 거래소를 대상으로 종합검사에 나선 상태다. 다음 타자는 커스터디 업자, 지갑서비스 업자 등이다.
이 중에서도 FIU는 가상자산 금융, 자산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보관을 비롯해 '금융 서비스'를 표방하는 베이직리서치도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FIU는 종합검사에서 특금법상 의무 이행 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감독한다. 신고한 영업행위와 다른 사업을 하면서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다른 사업에 이용한다면 이 역시 문제될 수 있다.
베이직 토큰이 상장된 거래소들은 주기적으로 상장 종목들을 모니터링한다는 입장이다. 베이직이 상장된 국내 주요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가상자산을 다방면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Copyright ⓒ 뉴스1코리아 www.news1.kr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