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 당선
◦ 아르헨티나, 정권 교체
- 아르헨티나 국민이 차기 지도자를 선택했다. 아르헨티나 현지 시각으로 2023년 11월 19일, 대선 결선 투표가 있었다. 한 달 전에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였던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 경제부(Ministerio de Economía) 장관과 2위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자유당(Partido Libertario) 후보가 일대일로 맞선 결선에서 밀레이 후보가 득표율 56%를 기록하며 당선을 확정했다.
- 마사 장관은 여권을, 밀레이 당선인은 야권 연합을 대표하여 출마했기에 이번 투표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큰 표 차이로 낙선한 마사 장관은 결과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패배를 인정하고 밀레이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2023년 12월 12일 취임 선서를 하고 4년 동안의 임기를 시작한다. 결선 투표와 취임식 사이의 간격이 길지 않기에, 밀레이 당선인은 곧장 인수인계에 착수했다.
◦ 이변은 없었다
- 이번 대선 투표 결과로 예비 선거 1위 후보가 결국 대통령에 오른다는 과거 역사가 되풀이되었다. 1차 투표에서는 마사 장관이 밀레이 당선인을 눌렀지만, 8월에 있었던 예비 선거에서는 밀레이 당선인이 득표율 30%로 21%에 그친 마사 장관을 상당한 차이로 따돌렸다. 1차 투표에서 마사 장관과 밀레이 당선인의 득표율 차이가 7%p에 달했기에 여권 지지자들은 이변을 기대했지만, 실제 결과는 여권 지지자들의 희망과 거리가 있었다.
- 이를 달리 해석하면 1차 투표에서 3위 이하의 후보에 표를 던져 결선에서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던 유권자 중 상당수가 밀레이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는 뜻이다. 또한, 1차 투표에서 3위에 올랐던 파트리샤 불리치(Patricia Bullrich) 후보가 결선 투표 전 밀레이 당선인 지지 의사를 밝혔던 점도 밀레이 당선인의 승리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 기대 반, 우려 반... 왜?
◦ 극우 성향 밀레이 당선인, 공약도 극단적
- 이번 대선에서 과거 전례를 뒤집고 예비 선거 1위 후보가 낙선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었던 이유는 밀레이 후보의 공약 가운데 그의 정치적 성향만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극단적인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공약이 중앙은행 폐쇄와 페소화 포기, 미국 달러의 법정 통화 지정이다.
- 그 외에도 유권자나 해당 분야 관계자의 우려를 사는 공약이 여럿 있었다. 밀레이 당선인은 정부 부처를 현행 18개에서 8개로 줄이는 한편, 공기업을 대거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또한 장기 매매는 합법화하는 반면, 임신 중절은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워 가톨릭계와 여성계의 비판을 동시에 샀다. 그리고 과학 R&D 예산 삭감 공약에 대해서는 과학계가 큰 우려를 표명했다.
◦ 퍼포먼스의 승리인가... 남미의 ‘트럼프’, 변화 열망은 분명
- 심지어 지지자 사이에서도 우려를 사는 여러 공약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낙점될 수 있었던 데에는 지긋지긋한 장기 경제 침체에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이 변화를 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철저히 정치적으로 아웃사이더였던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에 정부 부처 폐쇄와 예산 감축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전기톱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기존 아르헨티나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 또한, 유세 연설에서도 정제되지 않고 직설적인 단어를 많이 선택하면서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밀레이 당선인 본인 역시 자신의 정치적 멘토 중 한 명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이며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와 같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구를 차용한 선거 슬로건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에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밀레이 당선인 지지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공약이 의문스러운 후보를 퍼포먼스와 정치적 수사를 이유로 선택했다는 데에서 기존 정치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실망감을 알 수 있다.
☐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국제 사회, 외교 행보에도 주목해야
◦ 거리 둔 축하 메시지 보낸 브라질, 협력 계속 강조한 중국
- 대선 결선 투표 직후, 브라질 정부는 예년과 같이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고 앞으로의 행운과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는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축하를 보내는 상대방으로 밀레이 당선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다음 정부(next government)’라는 다소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다.
- 룰라 대통령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이유는 밀레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룰라 대통령을 ‘공산주의자’, ‘사기꾼’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브라질 정부의 대외 소통을 책임지는 파울로 피멘타(Paulo Pimenta) 사회소통부 장관의 경우, 비록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밀레이 당선인은 룰라 대통령을 모욕한 과거 발언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후, “그렇지 않으면 아르헨티나와 협력할 수 없다”며 밀레이 당선인을 강하게 비판했다.
- 한편, 밀레이 후보가 승리하자 중국 정부는 “아르헨티나와 중국은 지금까지의 관계를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밀레이 당선인이 선거 유세에서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망치는 암살자”, “중국의 도움은 공짜가 아니다”라며 중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 밀레이 당선인은 다른 공약만큼 외교 공약도 극단적인 내용이 많았는데, 대통령 당선 후 중국과의 외교를 단절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와 비슷하게 오랜 기간 회원국이었던 메르코수르(Mercosur)를 탈퇴하겠다는 언급도 했는데, 이러한 발언에 다른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우려를 표하는 논평을 남기기도 했다.
◦ 취임 후 정책은 공약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우선은 관망 필요
- 밀레이 당선인의 승리에 우호적이라고 보기 힘든 메시지를 보낸 나라에는 영국도 있다. 영국은 포클랜드(Falkland) 제도를 영국으로부터 되찾아 오겠다는 밀레이 당선인의 발언을 겨냥하여, “포클랜드 제도는 영국의 영토이며 영유권은 애초에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영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 하지만 실제로 밀레이 당선인이 취임 후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을 영국에 강력히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대내외적 상황으로는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 포클랜드 제도 관련 공약과 같이, 밀레이 당선인이 실제 취임하고 나면 그가 후보 시절 외쳤던 공약 중 상당수가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최대 무역 상대국 중 하나인 브라질과 중국과의 관계를 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중앙은행 폐쇄와 미국 달러 도입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아르헨티나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성향의 후보를 앞으로 4년 동안 국가를 이끌 수장으로 선택했다. 밀레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보여주었던 파격적인 행보만큼의 정책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현실과 타협한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앞으로 아르헨티나 정치권의 동향을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euters, China ready to work with Argentina despite president-elect Milei's criticism, 2023.11.22.
BBC, Javier Milei: Argentina's far-right outsider wins presidential election, 2023.11.19.
Voice of America, Fiery Right-Wing Populist Javier Milei Wins Argentina's Presidency and Promises 'Drastic' Changes, 2023.11.19.
Reuters, Stocks, bonds rally over Argentina's President elect 'chainsaw' change pledges, 2023.11.21.
Buenos Aires Times, Argentina’s Milei keeps edge over Massa with one week to go before presidential run-off, 2023.11.11.
Reuters, Argentina's presidential rivals clash in key voter battlegrounds, 2023.11.15.
Bloomberg, Argentina’s Milei Has Narrow Lead Over Massa Ahead of Runoff, 2023.11.04.
El Pais, Javier Milei’s U-turn on Macri: How Argentina’s former president went from foe to friend, 2023.11.01.
Brazilian Report, Milei leadership qualities questioned as Argentina’s runoff approaches, 2023.11.03.
Buenos Aires Times, Javier Milei confirms dollarisation is a non-negotiable 'state policy', 2023.11.02.
CNN, Argentina election: Milei’s victory puts the peso’s future in doubt, 2023.11.19.
Investing.com, Argentina's presidential rivals clash in key voter battlegrounds, 2023.11.13.
[관련 정보]
1.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밀레이 후보 승리 (2023. 11. 21)
2. 아르헨티나, 월간 인플레이션 143%...옷 한 벌도 살 수 없어 (2023. 11. 15)
3. 아르헨티나 대선, 밀레이 후보가 마사 후보에 근소하게 앞서 (2023. 11. 14)
4.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 앞두고 밀레이 후보 지지율 선두 (2023. 11. 7)
5.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 앞두고 연료 사재기 극심 (2023. 11.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