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십년이 되어 가는 98년.
IMF가 시작한 때라 서울을 벗어나면 차들도 잘 다니지 않을 때.
그때 나의 애마는 헤드라이트가 둥그렇고 와이퍼가 하나인 Benz E 320이었다.
늦은 봄날 고창을 들렀다.
먼저 모양산성을 구경하고, 머리에 돌을 얹고 산성을 세바퀴를 돌면서 소원을 빌었다.
그 날은 운좋게도 산성에서 행운의 네잎 클로버로 여섯장인가를 땄었다.
점심은 돌아가신 백파 홍성유의 한국의 맛집에 나오는 조양관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나온 음식점 소개로 처음에는 333, 666, 999,
나중에는 1,020까지 나온 걸로 기억하고 나올 때마다
나에게 책을 한권씩 보내어 주셨다.
홍성유씨는 서울법대를 나오시고 소설가로 이름을 떨치신 분이다.
내가 그 집안 아들 막내인 홍작가를 포함한 삼형제를 돌보아 주었고
홍작가의 부인도 내 환자이어서 집안 사정은 속속들이 잘 안다.
그 시절 점심 한상에 만 칠천원.
떡 벌어진 상에는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고 각종 반찬과 갈무리 음식들이 그득하였다.
그러나 거기에 나온 홍어회, 홍어찜과 홍어 애탕은 나는 그런대로 맛은 보았고
처는 한 젓가락도 먹질 못했다.
근사한 술 안주이었으나 차를 가지고 갔기 때문 복분자솔 한잔도 마시지 못하고 식사를 마친 기억이 난다.
오늘 점심은 지나가다 본 서초동의 조양관을 한번 가보자.
점심 세트 메뉴 일인당 2만 5천원짜리를 시킨다.
흑임자죽
잡채와 숙주나물 해파리 무침, 그리고 돼지고기 수육이 나온다.
노릿하게 잘 구어진 전도.
연두부
돼지 목살 양념구이.
낙지 볶음
식사가 나왔다.
가운데는 묵은지 찜
영양밥이 조금, 그리고 된장국
나오며 여사장에게 묻는다.
내가 98년에 거길 갔었는데 개울가에 집이 있었다 하니
지금 그 집은 아래 사진처럼 새로 건축을 해서 조카딸이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걸린 사진을 보여 준다.
근처에 빌딩들이 많이 있어 외국손님들도 오기 때문에 삭힌 홍어 같은건 메뉴에서 뺐다고 한다.
15개의 방이 있어 60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고.
조용한 방에서 처와 같이 넉넉한 점심을 즐겼다.
첫댓글 1998년에 나는 벤츠 230E 를 처음 소유하게 되었었지요. 윈도우와이퍼가 한개짜리... 그거 타는 동안, 고속도로에서 100킬로 주행중에 좌측 앞 바퀴가 갑자기 터졌는데, 큰 충격은 없읍디다. 그르르 소리가 나서 차를 세우고 보니까, 좌측 앞 바퀴가 주저 앉았더군요.... 만일, 그 벤츠가 아니었다면, 지금 내가 이런 댓글을 쓰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차는 12년 타고 바꾸었습니다.
나도 12년 동안 12만 킬로도 못타고 바꾸었지요. 지금은 E300으로 8년이 되었는데도 3만 킬로도 못탔지요.
운전에 흥미를 잃고, 또 지하철 경로우대증 덕도.
때 마침 점심이 약한 탓에 허기진 배를 안고 있는 터에 또 음식 이야기....
앞바퀴가 터지면 핸들의 쏠림현상이 먼저 일어날텐데... 그래서 속도에 따라 차가 전복될 수도 있구요...역시 벤츠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