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 흥행될 것” 머스크-저커버그 진짜 혈투?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다 마찰이 생긴 게이머들이 현실에서 직접 만나 주먹다짐을 벌이는 걸 게임계 은어로 ‘현피’라고 한다. 지난주 미국에선 세계 1위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2)와 9위 부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39)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설전이 현피 직전까지 갔다. 어머니가 “말로만 싸워라. 더 웃기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라며 뜯어말리는데도 머스크는 “대결이 아마도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각각 전기차, SNS가 주력 사업이어서 부딪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둘의 다툼은 머스크가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공화당을 공개 지지하는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는 광고주가 떨어져 나가고, 주가도 급락하면서 머스크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한편에선 틱톡 등에 페이스북이 밀리는 상황을 타개하려고 저커버그가 트위터와 비슷한 텍스트 중심 SNS ‘스레즈(Threads)’를 내놓기로 하면서 충돌이 예고됐다.
▷스레즈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트위터 이용자에게 머스크는 “무서워 죽겠네. 전 지구가 저커버그 손가락에 지배당하겠다”고 조롱했다. “저커버그는 (브라질 무술) 주짓수를 한다”는 말에는 “철창 싸움을 할 준비가 됐다”고 응수했다. 지켜보던 저커버그가 “(싸울) 위치를 보내라”는 글을 올리자 호사가들은 열광했다. 둘과 통화한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회장은 “역사상 가장 큰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흥행수입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짜리 빅게임이 될 거란 평가까지 나왔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거물 간 말다툼의 원조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다. 독선적 성격으로 정평이 난 잡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향해 “상상력이 부족하고 발명한 게 없다”는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MS 윈도에 대해선 “뻔뻔스럽게 (애플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비판했다. 게이츠가 ‘애플이 다른 데서 훔친 걸 나도 가져다 쓴 것’이란 취지로 유머를 섞어 받아넘기지 않았으면 큰 싸움이 났을 것이다. 둘의 진정한 화해는 2011년 잡스가 타계한 뒤에야 이뤄졌다.
▷최근엔 팀 쿡 애플 CEO가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놓고 저커버그가 “값만 비싸고 혁신은 없다”고 비판했다. 회사 이름까지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에 투자했지만 성과가 나쁜 저커버그에게 애플의 도전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시가총액이 웬만한 나라 국내총생산(GDP)급인 미국 IT 공룡 CEO들의 입씨름은 유치해 보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챔피언 트로피를 들 가능성이 높은 최강자들이 벌이는 싸움이란 점에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박중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