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불판위에서 태어났다
안이숲
의심은 불씨로부터 시작되지
의심의 쌈을 싸먹고 의심에 힘을 주는 침착한 미소
가벼운 의심의 화살을 쏘아 불쏘시개를 만들고
너는 자주 의심의 사이드 메뉴를 집어 올리고
밤이 되면 나를 눕혀놓고 몸을 뒤적거리지
등을 껴안으면 부슬부슬 떨어져 내리는 썩은 나무껍질 같은 의심들
실패한 눈빛 의심했나봐 너를
후회하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으면 불판은 다 데워져 있고
의심의 밥상은 나날이 푸짐해
너는 젓가락으로 식탁위에 놓인 한 접시 의심을 쌈장에 찍어먹는다
한 젓가락 해봐 먹을 만해
추가로 내온 삼인분의 의심을 지글지글 굽고 잘 익은 의심을 요리조리 뒤집는다
고소한 의심의 냄새가 이웃집 유리창을 통과할 쯤
고기 누린내 같은 의심이 살살 식어버린 불판위에 달라붙어
내가 젓가락질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의심은 따라 다녔고
밤마다 내 몸 위에서 의심을 소화시키는 너를 알고 나서부터
의심의 새끼를 배고 어린 의심들이 아파트 높이를 따라 커갈 때마다
의심은 복도를 깔깔거리며 숨바꼭질을 하고
의심은 점점 자라나 불씨를 사랑하고
카페 게시글
추천시, 산문
안이숲 시인
박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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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17:3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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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