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이천정(渴而穿井)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지나간 뒤에는 아무리 서둘러 봐도 아무 소용이 없음 또는 자기가 급해야 서둘러서 일을 한다는 말이다.
渴 : 목마를 갈(氵/9)
而 : 말이을 이(而/0)
穿 : 뚫을 천(穴/4)
井 : 우물 정(二/2)
(유의어)
망양보뢰(亡羊補牢)
임갈굴정(臨渴掘井)
임진마창(臨陣磨槍)
투이주병(鬪而鑄兵)
갈이천정(渴而穿井)은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준비하지 않고 지내다가 일을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황급히 서두르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우리 속담처럼 바뀌어서 필요한 사람이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유래되었다. 안자춘추의 제(齊)나라 경공(景公)과 망명객인 노(魯)나라 소공(昭公) 사이에 오간 이야기이다.
소공이 왕위에서 쫓겨 난 것은 결국 충직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자, 경공은 지난날의 과오를 깊이 인식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어진 군주로 거듭날 것이라고 위로한다.
그러나 곁에 있던 재상 안영(晏嬰)은 위급함에 처해야 서둘러 무기를 만들고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파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재빨리 무기를 만들고 우물을 파더라도 이미 늦은 일일 뿐이라며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상서(尙書) 설명편(說命篇)에는 부열(傅說)이라는 어진 재상이 은(殷)나라의 고종(高宗)에게 판단이 옳다면 이를 행동으로 옮기되 그 행동은 시의(時宜)에 맞도록 해야 합니다. 자신의 능함을 자랑 하다가는 공을 잃고 마는 법 오직 모든 일에 있어서는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하니 준비가 있으면 훗날의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진언하는 기록이 보인다.
또 춘추좌전(春秋左前)에는 진(晉)나라가 정(鄭)나라를 복속하자 정나라가 보내온 화친의 선물 중 절반을 위강(韋康)에게 보낸다. 위강은 정나라 공략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사람이다.
위강은 편안할 때는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으니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면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며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근심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왕의 선물을 거절한다.
큰 재난을 당하고 나서 수선을 피우기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꼼꼼히 살피는 주의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 ‘무릇 병이 이미 깊어진 뒤에야 약을 쓰고, 어지러움이 이미 심해진 뒤에야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고, 싸울 때가 되어서야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으니 역시 때늦은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夫病已成而後藥之(부병이성이후약지)
亂已成而後治之(난이성이후치지)
譬猶渴而穿井(비유갈이천정)
鬪而鑄錐(투이주추)
不亦晩乎(불역만호)
유향(劉向)의 설원(說苑)에도 ‘비유하여 갈이천정(渴而穿井)이라 하는 데 곤란함을 만나고서야 무기를 주조하면 비록 빠르게 쫓더라도 미칠 수 없다’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 渴(목마를 갈, 물 잦을 걸, 물 거슬러 흐를 할)은 ❶형성문자로 渇(갈)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曷(갈)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渴자는 ‘목마르다’나 ‘갈증이 나다’, ‘갈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渴자는 水(물 수)자와 曷(어찌 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曷자는 ‘어찌’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渴자를 보면 갈라진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목이 마르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갈라진 혓바닥 모양을 曷자로 표현하게 되면서 지금의 渴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渴(갈, 걸, 할)은 ①목마르다 ②갈증이 나다 ③서두르다 ④급하다 ⑤갈증(渴症) 그리고 ⓐ물이 잦다(액체가 속으로 스며들거나 점점 졸아들어 없어지다)(걸) ⓑ물이 마르다(걸) 그리고 ㉠물이 거슬러 흐르다(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를 고(枯)이다. 용례로는 몹시 바쁘게 골몰함을 갈골(渴汨), 몹시 애타게 구하는 것을 갈구(渴求), 목이 마를 듯이 몹시 급함을 갈급(渴急),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간절히 바람을 갈망(渴望), 굶주려 위태로운 목숨을 갈명(渴命), 몹시 열심히 들음을 갈문(渴聞), 오랫동안 가물어서 물이 마름을 갈수(渴水), 목마르게 동경 또는 사모함을 갈앙(渴仰), 매우 사랑함 또는 몹시 좋아함을 갈애(渴愛), 젖먹이에게 일과성으로 나타나는 수분 결핍에 의한 발열을 갈열(渴熱), 장례 기일을 기다리지 않고 급히 하는 장례를 갈장(渴葬), 목이 말라 물이 먹고 싶은 느낌을 갈증(渴症), 붓에 먹물을 많이 묻히지 않고 글씨를 쓰는 일을 갈필(渴筆), 흐르거나 괴어 있던 물이 말라서 없어짐을 고갈(枯渴), 목이 마름을 조갈(燥渴), 배가 고프고 목이 마름을 기갈(飢渴), 목이 말라 고생함을 고갈(苦渴), 가뭄에 비가 와서 마르는 상태를 겨우 면함을 해갈(解渴), 목이 마름이나 조갈이 남을 구갈(口渴), 목마름을 면하기 위하여 물이나 술을 조금 마심을 요갈(療渴), 가뭄 때 농민들이 비를 몹시 기다림을 갈민대우(渴民待雨),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갈이천정(渴而穿井), 목이 마른 자는 무엇이든 잘 마신다는 갈자이음(渴者易飮)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등에 쓰인다.
▶️ 穿(뚫을 천)은 회의문자로 穴(혈)과 牙(아)의 합자(合字)이다. 엄니로 구멍을 뚫음의 뜻이다. 그래서 穿(천)은 ①뚫다 ②꿰뚫다 ③뚫어지다 ④개통하다 ⑤통과하다 ⑥관통하다 ⑦실을 꿰다 ⑧신발을 신다 ⑨옷을 입다 ⑩구멍 ⑪묘혈(墓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뚫을 찬(鑽), 뚫을 착(鑿)이다. 용례로는 구멍을 뚫음 또는 학문을 깊이 연구함을 천착(穿鑿), 구멍을 뚫음 또는 위벽이나 복막 등에 상해 구멍이 남 또는 그 구멍을 천공(穿孔), 떨어진 옷을 꿰맴을 천결(穿結), 담을 뚫음을 천장(穿墻), 시체를 묻기 위하여 구덩이를 파는 일을 천광(穿壙), 나라 안을 꿰뚫고 지나감을 천국(穿國), 바늘에 실을 뀀을 천닌(穿紉), 길을 꿰뚫고 지나감을 천도(穿道), 땅을 팜 또는 그 구덩이를 천지(穿地), 옷을 입음을 천착(穿著), 옷을 뒤집어 입음을 반천(反穿), 꿰뚫는다는 뜻으로 학문에 널리 통함을 관천(貫穿), 구멍을 뚫는 일에 종사하는 장인을 천혈장(穿穴匠), 식물의 잎에 작은 구멍이 동그랗게 뚫리는 병을 천공병(穿孔病), 문장 속에 포함되어 있는 사상이 달의 허리를 뚫는다는 뜻으로 뛰어나게 아름다운 문장을 이르는 말을 사천월협(思穿月脅),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다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우수천석(雨垂穿石), 옷은 헤어지고 신발은 구멍이 났다는 뜻으로 빈천한 차림을 이르는 말을 의리폐천(衣履弊穿), 굳은 의지로 업을 바꾸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철연미천(鐵硯未穿), 담에 구멍을 뚫는다는 뜻으로 재물이나 여자에게 탐심을 가지고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감을 이르는 말을 유장천혈(窬墻穿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수적천석(水滴穿石),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도 남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을 공자천주(孔子穿珠) 등에 쓰인다.
▶️ 井(우물 정)은 ❶상형문자로 丼(정)은 본자(本字)이다. 우물의 난간을 나타낸다. 옛 글자의 가운데 점은 두레박을 말한다. ❷상형문자로 井자는 ‘우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井자는 우물을 그린 것이다. 우물은 지하수가 있는 곳을 찾아 땅을 파 내려가는 방식으로 만든다. 지하수를 찾고 나면 흙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돌을 쌓고 우물 난간을 만드는데, 井자는 우물의 난간을 그린 것이다. 井자는 갑골문에서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글자이기도 하다. 소전에서는 井자에 두레박을 표기한 丼(우물 정)자가 쓰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쓰이지 않는다. 그래서 井(정)은 (1)정성(井星) (2)정괘(井卦)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우물 ②우물 난간(欄干) ③정자꼴 ④저자, 마을 ⑤정전(井田) ⑥조리(條理), 법도(法度) ⑦왕후의 무덤 ⑧64괘의 하나 ⑨별의 이름 ⑩반듯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싸움터의 적당한 곳에 세워 사람이 올라가서 적진을 정찰하도록 만든 망루를 정루(井樓), 우물물을 정수(井水), 우물을 관장하는 신을 정신(井神), 짜임새와 조리가 있음을 정연(井然),우물의 밑바닥을 정저(井底), 질서와 조리가 정연한 모양을 정정(井井), 바둑판처럼 종횡으로 된 간살이나 건물의 중앙에 있는 간을 정간(井間), 염분이 녹아 있는 지하수를 퍼 올려서 채취한 소금을 정염(井鹽), 우물에 지내는 제사를 정제(井祭), 천연 석유를 채취하기 위해 땅 속으로 판 우물을 유정(油井), 인가가 모인 거리나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을 시정(市井), 더운물이 솟는 우물을 탕정(湯井), 팔을 펴면 오목해지는 어깨 위의 가장 높은 곳을 견정(肩井), 물맛이 좋은 우물을 감정(甘井), 지붕이 없는 우물을 노정(露井), 물이 맑지 아니한 우물을 탁정(濁井), 첫 새벽에 길은 깨끗한 우물물을 정화수(井華水), 물을 긷고 절구질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살림살이의 수고로움을 정구지역(井臼之役), 우물 속에 앉아서 좁은 하늘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소견이나 견문이 좁음을 정중관천(井中觀天), 우물 속에서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어리석어 사리에 밝지 못함을 정중구화(井中求火), 우물안 개구리라는 뜻으로 세상 물정을 너무 모름을 정중지와(井中之蛙)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