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승 44패 3무 (승률 .443) 384득점(5위) / 445득점(7위)
이희수 감독의 퇴진을 불러온 2000시즌 한화의 부진은 오랜 야인
생활을 하던 이광환 감독을 다시 일선에 복귀시켰다. 전력상 어려워
보이던 4강 진출을 이루어낸 그의 능력에 거는 구단과 팬들의 기대
는 더욱 커졌다. 해외에서 복귀한 선수들은 물론 국내 선수들의
연봉 인플레를 야기할 거액을 지불하며 정민철을 데리고 왔다.
이글스의 아킬레스건을 치유하기 위해 두산에 돈다발을 안겨주고
이도형을 데려왔다. 송지만은 건강한 몸으로 개막전부터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다. 2001시즌의 4강 진출보다 더욱 한화에게 귀중한
수확이었던 김태균이란 거포의 성장 또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창사 50주년을 맞아 한화 그룹은 우승 보험까지 들며 의욕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2001시즌에 이광환 감독에게 쏟아졌던 찬사와 이후에도 계속된 높은
수준의 기대는 이제 팬들 사이에서 상당 부분 퇴색되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팀 운용, 스타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킨
장본인, 야구에 대한 열정… 짧지 않은 지도자 생활동안 그에게
투영되었던 긍정적인 이미지들도 한화 이글스의 현실 앞에선
퇴색되고야 만다.
시즌의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96년 입단 동기생들인 송지만,
이영우, 임수민, 그리고 두산에서 이적한 이도형이 연일 맹타를
터뜨렸다. 세월이 갈수록 숙성해 가는 송진우의 피칭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할 만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광환 감독은 팀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고령화 된 마운드, 영향력 있는
불펜투수의 부재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개막을 맞이했다.
일본에서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에이스 정민철은 팀의 기대에 거의 부응치 못했다. 세월을 거스르는
기백으로 찬사를 받던 실버 트리오 중 송진우만이 팀에 기대대로의
공헌을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팀의 센터 내야수를 담당해 줄 것
을 기대 받은 가르시아의 부적응으로 내야진의 구상이 헝클어 졌고,
결과적으로 고정된 포지션의 수비와 타격에 주력해야 할 김태균의
2년차 징크스를 코칭스탭이 심화시켜 버린 형편이 되었다.
타선은 언제나 기복을 맞이하는 법… 송지만의 부진을 기점으로
팀타선이 슬럼프에 빠져든 6월, 송진우와 the others(송진우와
벌떼들) 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평가를 받던 마운드마저 심한 부진을
거듭하며 팀은 4강 경쟁의 전면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 만다.
현재의 객관적인 팀 전력상, 이글스는 창사 50주년을 기념한 우승
보험의 존재는 잊어도 될 듯 하다. 그럼 현실적 목표인 4강 진출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을지? 이글스는 4위 현대와 6게임차를
유지하고 있다. 4위 현대와 5위 LG는 각각 5월 최악의 고비를 넘기며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두 팀 모두
극적인 상승이나 하락의 개연성이 그리 크지 못하다. SK도 선수단
재정비에 들어간 롯데와의 성공적인 협상을 통해 전력의 보강에
성공했고, 군사훈련을 마치고 복귀할 이승호까지 감안한다면 역시
승률 하락의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글스의 약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코칭스탭의 속을 무던히도 태우던
정민철이 최근 5경기 동안 퀄러티 스타트를 보이고 있고,
오랜 세월 끝에 재기에 성공한 지연규의 호투, 마무리로 자리 잡은
호세 파라의 투구는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트게 한다. 적어도 4강
진출을 놓고 다투는 5개 팀 중 한화의 타선은 가장 큰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4강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530대의
승률에 진입해야만 한다. 1/3가량 남은 후반기 레이스에서 이글스가
6할에 가까운 승률을 올려야 가능한 수치이기도 하다.
이글스의 현재 전력을 감안하면 쉽게 낙관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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