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영어유치원’들… ‘유치원’ 기능 못하게
[사교육 경감 대책]
돌봄-방과후 과정 차단… 법개정 추진
유아 영어학원 月평균 비용 175만원
유치원이 아닌데도 소위 ‘영유’(영어유치원)라고 불리며 각종 프로그램을 편법 운영해온 학원들이 앞으로는 제재를 받게 된다.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이들 영어학원은 철저히 ‘학원’으로만 운영하고 돌봄이나 방과 후 과정 등 유치원의 기능은 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26일 교육부는 3월 2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반일제 이상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국 847개 영어학원 중 551개(65.1%)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고 밝혔다. 서울(283개), 경기(228개) 순이었으며, 전남이 6개로 가장 적었다. 교육부가 유아 영어학원을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영어학원 총 301곳에서는 518건의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학원이지만 ‘영어유치원’ 등의 이름으로 명칭을 위반한 경우(66건)와 교습비를 초과 징수한 사례(62건)가 가장 많았다. 성범죄 등 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고 강사를 채용한 경우도 26건 적발됐다.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175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등록한 교습 과목인 ‘실용 외국어’ 외에도 체육, 미술, 수학, 과학, 한글, 코딩 등을 가르쳤다. 세종 A학원은 소방교육과 성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현장 체험학습을 운영했다. 정규 교습 과정 외에도 방과 후 교습 과정을 운영하며 사실상 유치원으로 운영됐지만 누리과정(3∼5세 공통 교육과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레벨 테스트를 거쳐야 등원을 허가한 학원도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학원이 유치원처럼 운영되지 않도록 유아교육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급식 운영과 한글, 코딩 등의 수업은 금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학원들이 등록한 교습 과목대로 운영하도록 유예 기간을 두고 정상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하반기(7∼12월) 교습 과목 신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원들이 다시 교습 과목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 상반기(1∼6월) 재점검한다.
교육부는 공교육이 학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고액의 유아 영어학원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판단하고 초등학교 입학 직전 아동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1학년 교과와 연계한 이음학기를 확대할 계획이다. 학부모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유아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숲, 생태, 아토피 치유 등 테마형 유치원도 운영된다.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