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속 감자가 독자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앞서서 당근이가 촐랑촐랑 가볍게 걸어가고 있고. 감자와 당근이는 저자가 사랑스럽게 키우는 반려견이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자라 서울로 상경하고 어렵게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뒤 고국으로 돌아와 강화도에 정착한다. 많은 도시 중에 자연을 닮은 강화에 뿌리를 내린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맛깔스러운 삶의 이야기가 구수하게 읽힌다. 책 중간중간에는 만화가답게 삽화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참 정겨운 그림이다. 글이라는 것이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이 글로 표현될 때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술술 읽힌다. 저자의 글이 그렇다.
치과 진료를 기다리며 읽어 내려간다. 음악 소리가 진료 대기실에 들린다. 책 읽기에는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글 자체가 워낙 자연스럽게 쓰인지라 막힘없이 읽힌다.
충치가 깊게 내려앉아 뿌리가 썩었다고 한다. 아말감 대신에 금으로 씌워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서야 큰마음을 먹고 치과를 찾았다. 진료비가 만만치 않다. 한 대 치료하는데 50만 원이라니. 다음 달 카드 값 엄청 나올 것 생각하니 갑자기 허리 띠를 졸라매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금값은 앞으로도 오를 테니 금값 오르기 전에 당장 한은 것이 속 편할 것 같아서.
진료 의자에 눕게 되면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무슨 도구를 쓰는지 모르겠지만 소리가 꽤 크다. 깎고 다듬고 당기고. 순한 양처럼 치아를 의사 선생님께 맡긴다. 본을 뜨기 위해 지점토 비슷한 것을 입에 물고 있으라고 한다. 냄새가 지독하다. 이를 악물고 꼼짝도 하지 말라고 한다. 침이 고여 흘러내릴 수 있으니 휴지도 손에 쥐여 준다. 쩍 달라붙은 이를 떼어내고 뚫린 구멍 사이에 임시로 뭔가를 채워 넣는다. 기공소에서 본뜬 것이 올 때까지 음식물이 들어가지 말라고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사십 전까지는 치과를 다닌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매년 연례행사로 여름과 겨울을 반복적으로 시간을 정해 놓고 다니고 있다. 이가 튼튼해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 단것을 최대한 절제해야 되는데 쉽지 않다. 더 고장 나기 전에 잘 관리해야겠다. 돈이 더 들기 전에 미리 말이다. 이상 치과에 다녀온 일과를 글로 옮겨 보았다.
강화도에서 시골 정취를 느끼며 살아가는 저자 또한 아주 특별한 경험들을 책의 소재로 삼지 않았다. 그냥 그런 평범한 삶을 기록하고 글로 표현했다. 그리고 책이 되었다. 물론 글의 수준이 평범하다는 말은 아니다. 글의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삶을 글로 표현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글 쓰는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글로 표현하지 않기에 글 쓰는 것이 두려운 것이지 자꾸 쓰다 보면 부끄러움도 사라지고 나름 보람을 느낀다. 혹시 아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의 수준이 조금씩 나아질지.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 콩을 얻는다. 일명 해핀빈. 콩 1개가 100원에 해당된다. 매일 글을 쓰면서 모은 콩을 기부를 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다. 지금까지 258,200원을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