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을 하다가 이런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은 나이가 많고 영세한 지는 10년이 된다고 했다. 약 3년 전부터 성당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부의 방문에 좀 놀라기도했고 당황하기도 했다. 3년씩이나 성당에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이 장황하다. 이 할머니는 젊었을 때부터의 지병으로 다리에 신경통을 가지고 있었고 그 병을 고치기 위해 많은 돈도 썼단다. 늙으면서 옆집 사람의 권고로 성당에 나오게 되고 착실히 교리를 배워 1년 반에 입교하게 되었다. 그런데 입교한 동기는 옆집 할머니가 하는 말이『성당에 다니면 신경통도 낫고 자식들 사업도 잘 된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7·8년 다녀도 젊었을 때 있던 신경통이 낫기는 커녕 추운 겨울날에 성당에 매일 다니자니 자연히 병이 악화되기 때문에 생각하기를『예수님도 별 수 없다』고 단정을 내렸다 한다. 그 무렵 불교 신자인 친구가 절에 가면 병이 낫는다고 권고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절에 나가기 때문에 성당에는 못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묻기를『절에 가니 병이 낫습디까』했다. 대답 또한 가관이다.『부처도 예수도 아무 쓸 데 없고 믿느니 그래도 무당이 시원하게 말이라도 해 주더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앞에 두고 생각해 보자. 만일 종교가 병을 고치는 곳이라면 구태여 그 많은 병원이나 약국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상하게도 많은 지성인들도 미신을 섬기는 것을 본다. 손금이나 관상 족상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통계학적인 골상학 같은 것은 그런 대로 수궁이 가나 그렇다고 골상 자체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기초가 되지 못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배우지 못한 무식한 할머니가 병 고치고 싶은 일념에서 미신을 섬기는 것은 인간적인 입장에서 동정은 하나 그 많은 건축업자들이 집을 지을 때「돼지 머리」를 놓고 무사를 비는 행위 같은 것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하느님을 흠숭한다는 것은 모든 미신적인 것을 배제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꿩 아니면 닭」이라는 식의 신앙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고 옳은 신앙이 될 수 없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흠숭하는 것은 유일신만을 믿고 그의 뜻을 따르려는 것이다. 그 이외에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된다. 하느님만을 믿는 것이 하느님을 흠숭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모든 것 위에 두어야 한다.
- 김영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