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코넬리와 캔디스 버겐이 호흡을 맞추고 존 밀리어스가 연출한 영화 '바람과 라이온'(1975)의 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미국의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테디 루스벨트가 회중(懷中) 시계(pocket watch)를 주머니에서 꺼내 보던 장면이다. 열두 살 어린 관객은 왜 시계를 저렇게 힘들여 꺼내 시간을 알아보는 거지 궁금해 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늘 지니고 다녔던 이 회중시계가 뉴욕주 버팔로에서 도둑 맞은 지 거의 40년 만에 롱아일랜드의 가족 자택으로 돌아왔다고 NBC 뉴스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국립공원공단과 미 연방수사국(FBI)는 이 은색 회중시계가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여름 백악관"으로 이용하던 오이스터 베이에 있는 사가모어 힐 국립역사사이트로 반환됐다고 밝혔다. 이 시계에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름은 물론, 그의 여동생 코린느 루스벨트 로빈슨과 그녀의 남편 더글러스 로빈슨 주니어의 이니셜인 'D.R. & C.R.R.'이 새겨져 있다.
이 시계를 도둑맞은 것은 1987년 버팔로의 한 박물관에서다. 도둑은 잡힌 적이 없지만, 지난해 플로리다주의 경매소에 모습을 드러내 한 경매 참여자가 이 시계의 가치를 알아보게 되면서 이제 주인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FBI는 설명했다.
이 시계는 사가모어 힐 국립역사사이트에서 전시될 계획이다. 사이트 감독관인 조너선 파커는 성명을 통해 "이 시계는 미국 역사에서 다채롭고 심오한 순간들을 포함해 지난 126년의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스페인-미국 전쟁이 한창이던 쿠바로 싸우러 가기 전에 여동생 부부로부터 이 시계를 선물받았다. 그는 참전을 위해 떠나며 해군에서의 직위를 사임했다. 그는 이 무력충돌 기간 자신을 "Rough Riders"라고 부르며, 산 후안 힐 전투에 나서면서도 이 시계를 휴대했다고 미 국립공원공단은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에도 이 시계를 갖고 있었으며, 1913년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던 아마존강 탐사 때도 갖고 있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898년 5월 5일 여동생에게 편지를 썼는데 "안녕 코린느, 그 시계보다 유용한 선물을 줄 수가 없었겠구나. 내가 바라던 똑 그 물건이야... 더글러스가 이 시계만 아니라 많은 많은 친절을 베풀어준 것이 고맙구나"라고 했다.
루스벨트는 이듬해 뉴욕 주지사가 됐다. 1901년 윌리엄 맥킨리의 부통령이 됐으며, 반 년이 채 안돼 맥킨리가 암살된 날 곧바로 대통령 직을 승계했다. 그리고 1904년 첫 대통령 선거를 승리했고, 1909년까지 재직했다. 1912년 세 번째 임기 도전에 나섰지만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