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게송에서는 그 불타는 집 안에 여러 가지 동물이 많이 있다는 비유로서 우리들의 마음 가운데에 있는 미혹(迷惑, 煩惱)을 하나하나 들어서 자세히 설하십니다. 여기서는 이들 번뇌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① 거만함(慢)
"솔개와 올빼미와 수리와 독수리와 까마귀와 까치와 산비둘기와 집비둘기와"
처음에는 새 종류인데, 새는 하늘을 날긴 하지만 그다지 높이 날지는 못합니다. 즉, 새는 얼마 날지도 못하는 주제에 덮어놓고 그저 높이 날려고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미혹 가운데 거만함을 비유한 것입니다. 거만함이란 잘난 체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일에서든지 자기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려는 마음입니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새가 파다닥 거리는 것처럼 남의 위에만 올라서려고 발버둥치는 이러한 마음이 거만함입니다.
② 화를 냄(瞋)
"까치독사와 살무사와 전갈과 지네와"
까치독사와 살무사와 전갈과 지네에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독(毒)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마음의 미혹 가운데 화를 내는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많은 미혹 중에서도 화내는 것이 가장 나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거만하게 대하는 사람을 보면 겉으로는 `예`라고 순종하는 척 하더라도 속으로 얕보고 맙니다. 그러나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을 대하면 같이 화를 내어 싸우게 되거나 그럴 수 없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굉장히 불쾌해집니다. 같이 화가 나게 됩니다. 마치 독이 온 몸을 퍼지는 것처럼 화를 낸다는 것은 좋은 친구사이든, 부부사이든, 부모자식간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파괴해버립니다. 그러므로 성내는 마음은 독을 주위에 퍼뜨리므로 인간의 화냄을 독충에 비유한 것입니다.
③ 어리석음(愚痴)
"그리마와 수궁과 백족충과 족제비와 삵괭이와 새앙쥐와 쥐와
모든 악한 벌레무리는 섞이어 가로지르며 달음박질하며,"
그리마와 수궁과 백족충과 족제비와 삵괭이와 생쥐는 어두운 곳만 찾아 들어가는 짐승으로 인간의 마음의 어리석음에 비유한 것입니다. 어리석은 마음이란 큰 전체를 보지 않고 소소한 일부분만을 보고, 또한 중요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쓸데없는 일에만 정신을 쏟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자식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하나의 성인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훌륭한 자식으로 키운다는 원칙은 생각하지 않고 학업 성적에만 연연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성적에 신경쓰지 않고 `건강하게 크기만 해라`라고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훌륭한 사회인이 되려면,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그 목적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 어리석음은 본인도 모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무명(無明)의 업(業)을 짓습니다. 모르고 지은 죄는 이 세상에서는 정상참작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업 중에서 가장 큰 악업입니다. 그러므로 이 무명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현명해지기 위하여 어두운 곳이 아니라 밝은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 밝은 곳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④ 의심(疑心)
"똥과 오줌의 냄새가 나는 곳에 깨끗하지 못한 것이 흘러 넘치며,
말똥구리와 모든 벌레가 그 위에 모이며,"
`깨끗하지 못한 것이 흘러 넘치며`라는 말은 의심(疑心)하는 마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불교에서 의혹이 죄인 이유는 의혹은 믿는 마음을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믿음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의 믿음도 깨뜨려 버리려고 합니다. 마치 악한 친구가 주위의 선한 친구들을 꼬시고 부추겨서 같이 나쁜 짓을 하려고 하듯이 다른 사람의 믿음도 깨뜨려서 자기와 같은 불신자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될 종자를 말살시켜버립니다.
앞에서도 설명하였듯이 법화경 신앙은 먼저 믿음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공부는 그리한 믿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지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법화행자는 자신의 의혹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혹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합니다.
⑤ 욕심(貪慾)
"여우와 이리와 야간이는 씹어 물고 밟고 다니며 죽은 시체를 맛보고 먹으니,
뼈와 살이 흩어져 어지러웠느니라.
이로 말미암아 뭇 개는 다투며 와서 밀고 당기고 굶어서 파리하며,
두려워서 급하게 곳곳에서 먹을 것을 구하여 움켜잡고 끌어당기면서 다투고 싸우며,
물어뜯고 싸우며 크게 짖나니, 그 집의 두렵고 겁나는 재앙의 형상이 이와 같으니라."
여러 가지 동물이 서로 해치고 있다는 것은 서로 모자라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모자란 것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탐욕입니다. 욕심이란 좋게 해석하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욕심이 지나치게 되면, 마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항상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에 욕심을 내게 됩니다.
또한 사람이 무엇을 탐내면 반드시 아까워하는 마음( 貪)이 생깁니다. 이렇게 탐내는 마음과 아까워하는 마음이 충돌하면, 그곳에 싸움이 벌어집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나쁜 일은 어떻게 보면 가진 자들의 아까워하는 마음과 그리고 더 가진 자들끼리의 더 가지려고 하는 싸움에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없는 사람은 힘이 없어서 이 싸움에 끼어 들지도 못합니다.
이상으로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의 미혹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미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확고한 신앙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신앙심을 바탕으로 하여 수행을 통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우리가 마음을 비우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야 마음이 비워지지 않습니다. `어차피 빈손으로 갈 것`하고 아무리 되뇌어봐야 `나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의 짧은 경험에 의하면, 매일의 수행을 통하여 부처님의 가피가 있을 때, 어둠이 빛에 의해 물러가듯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금씩 그러한 지혜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혜가 생활을 윤택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신해(信解)가 중요합니다. 믿고, 수행을 통해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