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긍정이 초능력을 이끌어 냅니다.
정확하게 한달에 한번 극동방송을 방문합니다. 극동방송 사랑의 뜰안 프로그램내의 한 코너를 녹음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코너의 명칭은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입니다. 작년 2월경 극동방송 대담프로인 그때 그사람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가 대담 중에 김장환 목사님께서 갑자기 월요편지를 방송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성사되었습니다. 공직에 근무할 때 단발성으로 인터뷰를 한 경험은 있었지만 방송의 한 코너를 맡은 적은 없어 처음에는 사양하였는데 한편 생각해보니 누가 처음부터 방송한 사람이 있겠냐 싶어 용기를 내어 방송을 승락하고 매주 월요일 5분 정도의 짧은 칼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송 원고는 제가 이미 써 놓은 월요편지 중에서 방송하기에 적합한 내용을 골라 5분 분량에 맞게 재편집 합니다. 이 작업은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방송이 아니라 녹음방송 이다 보니 오늘 녹음한 내용이 몇주 후에 방송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적절하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작년 초봄 처음 방송을 할 때 꽃샘 추위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였는데 한달 후에 방송하다 보니 이미 꽃샘 추위가 사라지고 난 후라 그 원고를 폐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 방송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원고를 읽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뭐 방송이 별거 있어, 원고가 준비되면 읽으면 되지 하고 생각했는데 읽는 것과 방송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처음 녹음을 하는 날 몇 차례 연습을 하고 스스로 녹음도 해보고 부산을 떨며 준비하였는데 막상 녹음을 해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말하는 것처럼 하여야 할 텐 데 읽는 것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읽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쓰여진 글을 눈으로 보고 그대로 읽는 것인데도 잘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초등학생도 잘하는 것 일텐 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긴장 속에 첫날 4회 분량의 녹음을 마쳤습니다. 녹음이 끝나고 김성윤 피디가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지만 아무래도 립서비스 같았습니다.
다음 주 첫 방송이 전파를 탔습니다. 시간대가 월요일 11시경이라 아는 분 중에서 누가 들을 분이 있을까 여겼는데 반가운 분이 전화를 해주었습니다. '조검사(그 분은 여전히 저를 검사라 부르십니다.), 방송 잘 들었어요. 잘했어요. 그런데 조금만 천천히 하면 최고겠어요. 조금 빨라요.' 전화를 주신 분은 방송 베테랑이신 고은아 선생님이십니다. 다음번 녹음에서는 천천히 하는 것만 신경 썼습니다. 제가 들어보아도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이렇게 10여 번 녹음을 하였습니다. 10개월을 넘어선 것입니다. 처음에는 6개월만 방송하기로 약속하였는데 다시 6개월이 연장되어 지금도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녹음이 있었습니다. 실수 없이 한번에 녹음을 마쳤습니다. 그전에는 꼭 말이 씹혀 한두 번은 꼭 다시 녹음을 하였는데 원 샷으로 녹음을 한 것입니다. 저는 지난 10개월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전혀 방송을 해보지 않았던 제가 녹음 방송이지만 방송에 데뷔하여 10개월을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 실력이 늘어 한번에 녹음이 끝나기도 하였으니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것 같습니다.
지난 10개월 간의 방송 경험을 회상 하다가 문득 2007년 3월이 머리에 떠 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부임하였습니다. 부원장의 업무에 대해 브리핑을 받다가 두 달 후 38기 연수원생 1000명 앞에서 특강을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전에 수십 명 앞에서 직무에 관한 내용을 강의하기는 하였지만 정신 교육과 같은 성격의 특강을 하기는 처음이었고 그 데뷔 전이 무려 1000명 앞에서 강의하는 것이라니 그런데 문제는 연수원생들은 학점과 관련 있는 공부에 찌들려 있어 비록 부원장 강의라 해도 상당수가 잠자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목표는 분명해졌습니다. ‘연수원생 1000명을 잠들지 않게 하라.’ 두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원고를 고치고 또 고치고 강의를 직접해서 녹음하기를 무려 10여회, 강의 내용을 거의 외울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강의 준비를 하고 있던 4월 중순, 당시 LG전자 남용 부회장님과 식사를 하던 중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부임하기 전 보직인 검찰혁신추진단장 당시의 검찰혁신 추진 사례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드렸더니 그 내용을 LG전자에 와서 강의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웃으며 거절하였습니다. '검찰이 포스코와 LG전자로부터 혁신기법인 6시그마를 배웠는데 스승기업인 LG전자에 가서 강의하다니요. 어불성설입니다. 말씀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LG전자 임원이 전화를 하여 꼭 강의를 부탁한다며 날짜를 잡아달라고 하였습니다. 괜히 식사자리에서 잘난 척을 하였나 하는 후회가 들었으나 어떻게 하나요. 이미 저질러진 일인데.
그러나 38기 연수생 1000명을 상대로 하는 강의도 준비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LG전자 부장급 이상 간부 350명을 상대로 혁신을 주제로 강의를 준비하는 것은 저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없습니다. 아무런 강의안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다 만들어야 하는 상황. 저는 고민하다가 수락을 하였습니다. 저 자신을 이런 극한 상황으로 내몰면 아마도 저 자신도 모르는 능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강의가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제가 대중강연을 나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저희 회사 직원들에게 새로은 일이 닥치면 무조건 잘 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저는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믿습니다. 초긍정이 초능력을 이끌어 냅니다. 지금도 새로운 주제에 대해 강의요청이 들어오면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수락합니다. 얼마 전 잘 아는 기업인께서 '정보 보안'에 대해 강의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저는 두말 없이 수락하였고 저희 회사 김신호 이사와 며칠을 고민하여 강의안을 만들어 강의를 하였는데 그런대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사실 정보 보안을 주제로 강의한 것이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큰 성취를 한 분을 만나면 그 분이 이룩한 성과를 보지 않고 그 분을 보려고 합니다. 그 분이 이룩한 성과는 너무 엄청나 제가 감히 단시간에 이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분에 집중하면 그 분도 수십년전 태어났을 때는 강보에 쌓인 작은 어린아이에 불과하였습니다. 그 아이에게 교육과 시간이 같이하니 엄청난 성과가 이룩된 것입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도 이십몇 년 전에는 자그만 아기에 불과하였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못할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들만큼 잘 할 수는 없지만 시도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마도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님께서 말씀하셨다는 유명한 말씀. '해보기나 했어.'도 이런 초긍정에서 나온 명언이십니다.
여러분 새로운 일하기 두려우십니까.
초긍정이 초능력을 이끌어 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4.2.24. 조근호 드림
(방송 안내)
작년 4월15일부터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극동방송(AM 1188 또는 FM 106.9) ‘사랑의 뜰안’ 프로그램에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코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월요편지 중에서 일부를 골라 청취자 분들에게 제 육성으로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시간은 대략 10:20경입니다. 시간이 나시면 들어 주세요. 새로운 감흥이 있으실 것입니다. 라디오 듣기가 불편하신 분은 스마트 폰에 극동방송 앱을 다운 받으시면 그 시간에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