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46년 역사상 첫 고시 출신 사무관 극단적 선택
고인의 유언 "기후부에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없다"
노조 "간부의 직원 보호 강화하고 인사·평가에 반영해야“
"귀중한 사람을 잃고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기후부는 사람을 소모하는 운영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노동조합은 지난 7월 16일 세상을 떠난 동료 공무원 정아무개 사무관을 애도하며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환경청 발족 이후 46년 동안 고시 출신 사무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기후에너지환경부지부는 지난 8월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개인의 불행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비극은 한 개인이나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증한 업무, 고질적인 인력 부족, 일선 공무원을 한계로 내모는 낡은 조직문화가 빚어낸 명백한 인재(人災)"라며 "조직 안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 무너졌다면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을 밝히는 것이 조직의 마땅한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안타까운 죽음 이후 기관이 보여준 태도와 대응은 우리 조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사건 발생 후 보름이 넘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근본적인 조직 쇄신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조는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외부 전문가와 조직 구성원이 참여하는 독립적 조사 실시 및 결과 공개 ▲조직 역할에 부합하는 적정 인력의 즉각 배치 ▲기후부 출범 이후 실·국 및 소속기관별 인력 재배치 현황과 임시 태스크포스(TF) 운영 실태 공개 ▲인력 부족을 직원 희생으로 메우는 관행 중단 등을 요구했다.
또한 ▲업무시간 외 업무지시 근절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긴급 상황을 제외한 퇴근 후·주말 업무지시 금지 제도화 ▲위반 관리자에 대한 인사·평가상 책임 부과 ▲간부의 직원 보호와 업무 조정 역할을 인사·평가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고인이 생전에 남긴 "이 조직에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언급하며 신규 직원이 조직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인수인계, 교육, 멘토링 시스템과 전담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과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조직문화로의 전환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에 대응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익명 신고 창구를 설치하고,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해 즉시 개입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심리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참사가 특정 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에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는 신설·개편 부처의 과중한 업무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청년 공무원을 과로로 내모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에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인격권과 안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은준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기후에너지환경부지부 위원장,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임동수 사무총장, 공주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위원장, 박기찬 한국수자원공사 노동조합 위원장(환경노조연대협의체 부의장), 남현승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통일부지부 위원장, 최연원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기후에너지환경부지부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청와대 노동비서관실 김희서 행정관에게 관련 요구사항을 담은 자료를 전달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박남식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