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잘 해 봅시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공식 활동을 재개한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9일 오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축구부 창단식에 나란히 참석,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차범근 축구교실' 출신을 주축으로 한 19명의 선수로 구성된 여의도고교 축구부 창단은 차 전 감독이 지난 90년부터 시작한 축구교실의 '결실'이라 여길 만큼 공들인 작업이었다.
이날 창단식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차범근 축구교실' 회장인 차범근 전 감독을 비롯한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각 언론사 보도진들이 대거 취재에 나서는 등 주목을 모았다.
특히 이날 관심을 모은 것은 2년 8개월만에 이뤄진 정몽준 회장과 차범근 전 감독과의 조우.
창단식이 시작되기 전 가벼운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단상에 나란히 앉았고 식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는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정 회장은 축사에서 "팀 창단의 산파역할을 한 차 감독에게 감사 드린다"며 "차 감독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만남은 차범근 전 감독이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참패(0_5) 이후 대회 도중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승부조작설을 제기, 대한축구협회로부터 5년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며 불편해졌던 두 사람의 관계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창단식 후 차범근 전 감독은 정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40년 가까이 정직하게 축구만 해왔는데 섭섭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은 뒤 "참석하실 줄 몰랐다.
섭섭함도 많이 풀렸고 의미있는 만남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협회의 협조 요청에 대해서는 "(모조건 응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돕는 것은 당연하다"며 긍정적인 뜻을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