伯山시론 A씨의 묵주기도
기자명 대경일보 입력 2023.06.19 18:0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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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暎根 주필
친형제 같이 지내는 A씨가 또 글을 보내왔다. 아직도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느냐?’면서 격려인지 독촉인지 분간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참 고마웠다. 손가락 사건의 내막은 이러하다.
지난 3월 중순 신문에 칼럼을 쓰고 며칠 쉬었는데, 왜 글을 쓰지 않느냐 하는 성원의 독촉이 많이 왔다. 그래서 참 지금은 쉴 때가 아니지 하고, 컴퓨터 앞에 정좌하여 키보드를 치기 시작하였는데 갑자기 손가락이 진통을 느끼면서 말을 듣지 않았다. 손가락 중지와 집게손가락에 통증을 감당할 수 없어 일을 할 수 없었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 아픔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두호동의 우석한의원을 찾아갔다. 장 원장님에게 사정을 말하고 침을 놔달라고 하였다. 치료를 다 하고 나니, 이제 오지 마시고 집에 시간 있을 때 “손가락에 찜질만 하세요” 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들어 왜 그러냐고 하니 “손가락 퇴행성인데 치료 방법은 없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좋아질 수 있고 더 나빠지면 그때 연구를 해봅시다” 한다.
의사가 하는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지만, 이분은 과잉 치료를 하지 않는 의사다. 약 4년 전에 고등학교 교사로 있는 후배가 기력이 없고, 곧 쓰러질 것 같다고 하면서 힘이 돋아나는 보약이라도 먹어야겠다고 하여 이 의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보약’이라도 한 자루 먹어야겠다고 하였더니 진맥을 하고서는 집에 가서 며칠만 푹 쉬고 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보약 주문을 거부하였다.
한의사는 보약으로 병원 유지가 된다고 하였는데 환자가 원하는 데도 거부하는 이런 의사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때 경험이 있어 의사 시키는 대로 몇 달 동안 쉬었다가 오늘 도전해 보니 글 쓰는 데는 아직 지장이 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부언하는가는 여러 가지 소문이 있어 그간의 내용을 간략하게 아뢰는 것이다.
사실은 며칠 전에 소식을 전해 온 친지 A씨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A씨는 천주교 신자인데 일방적 자기 종교만 옳다고 주장하는 광적인 분도 아닌, 종교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신실한 분이다.
A 씨는 지금 개종을 하느냐? 아니면 당분간 종교 생활을 그만두느냐? 하는 고민을 나에게 의논한 것이다. 원인은 정의구현사제단의 반종교적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천주교 신자들 중에는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다. 교회를 떠난 분도 많고.
그래도 교회를 떠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하고 교회 내에서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다. 그리고 혼자서 곰곰이 생각하니 정의구현사제단의 행태는 광적이다. 이런 사제들을 사제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A씨는 요즘 묵주기도를 열심히 한다고 한다.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하면서 기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기 염원하는 기도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대구대교구 조환길 다태오 교구장님의 지도력과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정의구현사제단을 해체하고 신부 본연의 의무로 돌아와 달라는 청원기도를 하루도 쉬지 않고 한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대한성공회 김규동 신부가 “비나이다. 비나이다” 라고 기도한 것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있은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용기가 무사히 의무를 마치고 잘 다녀오라는 것이 아니라, 추락하는 사고를 간절히 바라는 미친놈의 행세를 한 것이다.
또 같은 시기에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박주환 신부도 페이스북에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용기가 추락하여 일행의 몰살을 기원하는 글을 올렸다. 사탄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이들이 사탄이다. 사제복을 입은 사탄을 우리는 신부님, 신부님하고 존경하였으니 자괴감이 엄습해 온다.
대한성공회는 김규동 신부를 바로 파직하였으나, 천주교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천주교의 로만 칼라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
지난 1월 11일 함세웅 신부는 이재명 후보를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며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이재명이 꼭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한국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정치하는 시대가 아니다.
민주화운동 시대는 신부들의 정치 행위를 존경하였다. 그 암울한 시기, 위험을 각오하고 민중을 이끌어가던 신부들의 투쟁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중신학이 필요한 제3 세계의 후진국도 아니다.
정구현 신부들도 사제가 되겠다고 신학교에 진학하였을 때 각오는 이 세상을 주님의 왕국으로 만드는데 헌신하겠다는 각오였을 것이다. 그 숭고한 결의가 ‘정구현’으로 인해 왜곡되었으니 당연히 정의구현사제단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그것이 정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