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11월 26일 일요일 심양출장중 무료함을 달래려 저녁시간에 TV를 켜니 운남성의 시골
마을에서 한 소년이 2명의 친구들과 콜타르를 담아놓은 커다란 로속에 들어가 놀다 친구가
자리를 뜬 사이 남은 한 소년이 늪 같은 콜타르에 빠져 옴싹달싹 못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소년은 얼굴과 어깨부위를 제외한 상반신과 하반신이 이미 콜타르에 묻혀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년의 양팔이 구조를 위해 던진 밧줄을 움켜쥐었기에 더 이상은 빠져들지 않
고 있었다. 밧줄을 잡고 신음하는 소년의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얼굴 가득히 뭍은 콜타르
의 흔적이 짓궂은 개구장이의 모습으로 이어져 어찌나 뺀질거리게 생겼는지 보통 말썽꾸러
기가 아닌 듯 싶었다. 문제는 강력한 콜타르의 접착력에 소년을 구조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년을 잡아 당길수가 없는 것이다. 소년의 힘이 그에 따르지 못할 것이
지만 설령 힘이 있다해도 팔이 빠지면 빠졌지 이미 굳어버린 콜타르는 소년을 놓아주지 않
을 것이 분명했다.
구조되는 전 과정을 지켜보다 문득 까마득한 기억저편의 기억이 소년의 겁에 질린 커다란
눈 속의 눈물을 통해 전해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대초 군복무를 공병대에 배속 받아 근무할 시 주업무가 김포, 강화의 300 ~ 500M 고지의
산에 방카작업을 하는 것이 주임무였다. 모래, 자갈, 시멘트, 철근, 판넬, 목재 등 모든 자
재를 찔통으로 옮기는 그 작업이 어찌나 힘들던지 점심때 밥을 먹자면 입에서 단내가 푹푹
나서 한동안 넋을 놓고야 밥숫갈을 들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김포나 강화쪽을 향해서는 오
줌도 눟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방카작업을 완료한 후 흙으로 방카를 은폐시킬 시 세면골조를 방수처리 하는데 그 재료가
바로 콜타르(타마구)이다. 한여름 불을 피워 콜타르를 녹여 방카의 윗부분부터 옆면을 바르
는 공정이 한마디로 지랄 같았다. 땀과 냄새와 끈끈한 콜타르가 몸에라도 묻으면 어찌나 짜
증이 나던지 누가 옆에서 잔소리라도 하면 위아래를 불문하고 콜타르를 휘젖는 나무주걱으
로 면상이라도 갈겨주고 싶을 정도로 짜증의 극치였다.
방카의 옆면에 콜타르를 덪칠할 때 흘러내리는 콜타르가 방카주위를 까맣게 덮는다. 이때
희한하게도 휘발성인 콜타르냄새가 좋은지 아님 까만 색깔에 끌려서인지 주위의 개구리 떼
들이 콜타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새파랗게 몰려드는 그 모습이 장관이다. 떨어지지 않
는 발걸음을 한발한발 옮기다 까만 콜타르에 발이 묶여 꼼짝 못하고 눈만 껌벅껌벅 거리다
가 결국 집단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순간이다.
떼 죽음을 당하는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련하고 애처로워 더러는 끄집어내어 멀리
던져 버리기도 하고 주위에 흙을 쌓아 접근을 차단시키기도 하지만 밀려드는 그 수를 감당
할 수는 없다.
TV속의 소년과 방카주위의 개구리 모습을 나란히 놔두고 이런저련 상념에 잠길 시 문득 자
신의 모습이 중간에 모자이크 처리된다.
지난 2006년 11월 30일은 중국생활 2년째 이다.
자의든 타의든 나의 발목은 이미 콜타르에 빠진 상태가 아닌가?
중국을 알고 중국을 알아야 한다고 그래서 중국에 빠진다는 것이
콜타르 속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이러듯 단정 짖는다면
이는 너무 자신을 비하하는 것인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 속에 있다고 한다면
이는 너무 비약적인 표현인가?
중국에 있다는 것이 특혜는 아니다.
오히려 노출되어 있음으로 쉽게 빠져드는 단점이 있다.
무거운 돌더미로 누르듯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2년간의 중국생활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쉬움이 그득한 지난 2년이었다.
중국이 콜타르는 아니다.
그 콜타르는 환경에서 오는 스스로의 부적응 이었음을 알기까지
그리 긴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결국 기중기까지 동원하여 로를 들어내서야 소년은 구조되었다.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주위의 사람들 속에서
소년은 공포에서 벗어난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지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고
나는 그 눈을 통해서 자신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첫댓글 대하동님 글이 넘적어서 글이 안보여요.. 새해복만이 받으시구요..
태산아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글자 크기는 수정했습니다.
글타르기 뭔지 저는 잘모르겠지만 이제 대하동님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은 다~ 지나간 느낌이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에어~우먼님! 고맙습니다. 항시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가하신가 봐? 독타가 저정도의 글을 치려면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들었는데..ㅋㅋ 암튼 좋은 글 잘 봤수.. 콜타르와 중국생활이라... 나 역시도 다시금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구려..
그려~ 자신을 돌아 본다는건 좋은 일이여~ 조만간 김치찌게에 밥 한번 먹읍시다. 입만 가두 되려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California님! 건강하시고 사업 번창하십시요. 좋은글 좋은사진 항시 즐감하고 있습니다.
책 한권 쓰쇼... 연상작용감각이 대단하신 분 이올시다.. 험험.. 나도 공병이었소. 히히히
히히히 공병이었다구라~ 신막사에서 구막사까지 X나게 거시기 했구만요~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십시요.
올 한해 복 마니마니 받으시고 행복하십시오^^
조용한 미소가 항시 기억에 남습니다. 새해에는 계획했던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나요.공병들이 대부분 군기가 빠졌지요..ㅎㅎ.생각 너무 많이 하시지 말고 새해에는 돌격앞으로하시길요.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야장몽다 으험험
잘 알겠습니다. 남지님! 점점 탄력이 붙고있으니 돌격 앞으로 하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맞다..콜타르에 빠진 한국인.ㅎㅎ...한번 중국에 맛들이면 못빠져나간다 카데요.대하동님과 같이 콜타르 녹이는 작업이나 할까보다.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근데 둘 다 빠지면 누가 구하죠? 말배님? 강빵님? 아니 두분은 멀어서 안되고 기요틴님이 구해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