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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궁중요리,
신선로
귀양살이를 하던 그는 산중에서 기거하며 선인(仙人)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화로를 하나 만들어 거기에 채소를 한데 넣어 익혀먹었다고 한다. 그 후 행방불명되었는데, 사람들은 그가 신선이 되었다고 하였으며 그가 만든 화로를 신선이 만든 화로, 즉 신선로라 하였고, 그 화로에 익혀먹는 음식도 신선로라 하였다.
궁중요리의 대표, 신선로
아름다운 모습에 먹기 아까운 신선로는 대표적인 궁중음식이다. 신선로(神仙爐)는 가운데 숯을 넣을 수 있는 화통이 달려 있고 발이 있는 전골 그릇 이름이며, 신선로에 끓여 먹는 음식은 열구자탕(悅口子湯)이 정식 명칭인데, 요즘은 신선로가 음식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열구(悅口)는 [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란 뜻으로, 맹자의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각종 고기전과 해산물, 채소를 고루 담고
국물을 부어 즉석에서 끓여 먹는 신선로는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만큼 화려하면서도 영양 균형이 잘 맞는 최고의 요리 아닐까.
신선로의 유래
5, 6세기 가야유물에 이형토기의 한 가운데에 관통된 관이 뚫려있는 굽다리가 있는 그릇이 있는 것으로 보면, 신선로처럼 이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어떤 용도이었는지는 기록이 없다. 신선로가 음식으로 처음 기록된 것은 조선 후기인 1746년 이표가 지은『수문사설』이다. 이 책에 의하면 열구자탕을 끓이고 익히는 기구에 대한 설명이 있다. 큰 합과 같은 모양에 아래에 발이 달려있고, 중심에는 둥근통을 세워 높게 세워 놓는다. 뚜껑은 가운데 구멍을 뚫어 원통이 밖으로 나오게 하였다. 원통 안에 숯불을 피우면, 바람이 아래 쪽으로 들어가고 불길과 연기는 뚜껑 위 연통으로 나간다.
요즘 우리가 보는 신선로 모양새와 같다. 열구자탕은 이 합의 원통 둘레에 돼지고기, 생선, 꿩, 홍합, 해삼, 간, 대구, 국수, 만두 등을 놓고 맑은 장국을 넣어 끓이면 여러 음식에서 맛이 우러나와 깊은 감칠맛과 함께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조선말 발간된『해동죽지』와 1940년에 발간된『조선요리학』에 의하면 신선로를 최초로 만든 사람은 조선 연산군 때의 정희량이라고 한다.
귀양살이를 하던 그는 산중에서 기거하며 선인(仙人)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화로를 하나 만들어 거기에 채소를 한데 넣어 익혀먹었다고 한다. 그 후 행방불명되었는데, 사람들은 그가 신선이 되었다고 하였으며 그가 만든 화로를 신선이 만든 화로, 즉 신선로라 하였고, 그 화로에 익혀먹는 음식도 신선로라 하였다.
육류, 해산물, 채소가 골고루 풍성하게 들어가
신선로가 자랑스러운 한국 음식으로 꼽히는 이유는 다양한 식재료에 의해 맛도 깊고 풍부할 뿐만아니라,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건강 음식이라는 점이다. 신선로에는 다양한 육류가 들어간다. 납작하게 편으로 만들거나 전으로 부쳐낸 쇠고기, 돼지고기, 꿩고기에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단백질이 듬뿍 들어있으며, 비타민 B1, 나이아신, 비타민 B12 등 비타민도골고루 들어있다. 또한 생선전, 홍합, 해삼 등의 해산물에는 면역력을 높혀주는 아연이 풍부하며 두뇌영양소인 오메가 3-지방산도 들어있다. 당근 등 각종 채소에는 식이섬유소와 베타캐로틴, 비타민 C 등 항산화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고, 각종 생리활성물질도 다양하게 들어있다. 국수와 만두에는 에너지 급원인 탄수화물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따라서 신선로는 한 그릇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양성분이 모두 들어있는 완전한 음식인 셈이다.
신선로는 영양만 우수한 것이 아니라 맛도 그 어느 요리에 뒤지지 않는다. 육류와 생선에서 녹아나온 글루탐산, 이노신산 등 각종 감칠맛 성분과 채소에서 나오는 포도당의 은근한 단맛은 육수의 맛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해준다. 또한 식사하는 동안 식지않은 따뜻한 국물을 계속 먹을 수 있어서 국물의 깊은 맛을 지속시켜 준다는 것도 신선로의 특징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환상적인 국물맛
신선로는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그때 그때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를 편으로 만들어 넣거나, 달걀물에 부쳐서 육전 형태로 낼 수도 있고 소의 양이나 간, 천엽도 전으로 부쳐 곁들인다. 해산물도 제철 생선으로 전을 부쳐 담거나 데쳐서 곁들여도 좋다. 각종 채소도 데치거나 전을 부쳐 곁들인다.
조선시대 신선로에도 들어가는 식재료가 무려 25가지에 달하였다고 한다. 쇠고기, 돼지고기, 꿩고기, 닭고기 등 각종 육류에 소의 양이나 간, 천엽 등 내장도 들어간다. 붕어, 숭어 등의 전유어, 해삼, 전복 등이 포함되었으며, 여기에 다양한 채소 들이 곁들여진다. 궁중 뿐만아니라 민간에서도 여러 재료를 넣어 호화롭게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여러 식재료가 아우르는 조화가 얼마나 맛있었으면, 음식 이름도 [입이 즐거운 음식]이라는 뜻의 열구자탕이라고 불리우게 되었을까. 우리의 열구자탕으로 세계인의 입을 즐겁게 해보자
향기로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