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정우상 칼럼] 명색이 대통령 탄핵심판 대표검사인데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맡는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美 대사관점거 후배들에게
"유리창 몇장 깼다고…"
법원사태엔 "폭도·난동"
자기 고백처럼 들려
정우상 논설위원
입력 2025.02.12. 00:15업데이트 2025.02.12. 14:51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989년 10월 13일 새벽, 24세 대학생은 서울 군자교를 건너며 이런 노래를 읊조렸다. “식민지 조국의 품 안에 태어나… 민족을 위해 이 목숨 할 일 있다면 미국놈 몰아내는 그것이어라… 반미 구국 투쟁 만세” 손에는 은박지로 싼 쇠파이프를 들었다. 그는 전대협 ‘반미구국결사대’ 5명과 함께 서울 정동의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갔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폭력행위처벌법,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화염병처벌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13년 뒤인 2002년 10월 전대협 후신인 한총련 대학생들이 미 대사관에 들어가 성조기에 불을 붙인 사건이 터졌다. 그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 “올림픽 성화 점화식 같은 ‘반미 횃불’ 투쟁을 보며 13년 전 오늘을 생각했다. 여러분의 거사는 외로운 투쟁이 아니다”라고 격려했다.
그는 2004년 국회의원이 됐고, 지금은 국회 법사위원장 자격으로 대통령 탄핵 소추 사건에서 국회 소추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3년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미국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미국 정부는 “비자 문제는 비밀 사항인 만큼 언급할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그는 “외교부가 국감을 피하려 비협조적이었다”며 오히려 외교부 탓을 했다. 시국 관련 전과 중에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묻어 갈 수 없는 일들도 있다. 1987년 이후의 점거 투쟁은 그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 주체사상이나 사회주의 노선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였다. 게다가 미국 대사 가족이 사는 대사관저의 벽을 넘어가 점거하는 방식은 차원이 다르다. 그는 2002년 한총련 후배들이 점거했던 미국 대사관을 “미국 총독부”라고 했다. 대한민국을 미국 식민지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불혹에 다가선 나이에도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 인식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장관들은 청문회를 거치고 국회의원은 선거라는 검증을 거친다. 그의 전력은 총선 때마다 공개됐지만, 서울에서 네 번 지역구민의 선택을 받았다. 이젠 국회에서 중진으로 국회 법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당선은 유권자의 선택이고 법사위원장 감투는 민주당의 결정이다. 논란이 될 수는 있지만,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런데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소추라는 중대 변수가 생겼다. 변방에 머물던 그가 무대 중앙에 서면서 과거 행적과 말들이 다시 주목받았다. 우선 국회 법사위원장은 탄핵 심판에서 소추위원장이 된다. 형사재판으로 치면 수석 검사, 대표 검사 격이다.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추궁하는 역할이다.
검사 역할을 하는 그의 입에서 헌법, 역사 같은 육중한 단어들이 나왔다. “윤석열의 반헌법적 행위는 헌법과 역사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하더니 국회에선 “윤석열은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장면에서 비장함을 느껴야 하는데 자꾸 쇠파이프와 대사관 월담, 미 총독부 같은 단어들이 떠올라 집중을 방해했다. 한 편의 부조리극이었다. 명색이 대통령을 법의 이름으로 퇴진시키겠다는 검사 역할이라면 국민 다수가 수긍할 만한 인사가 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최근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두고 국회에서 장시간 훈계도 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폭동을 꿈도 꾸지 못하게 모든 관련자를 일벌백계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확고히 해야 한다” “폭도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2시간 동안 그의 입에서 ‘폭동’이란 단어가 23번 나왔다. 선거 때마다 범죄 전력에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화염병처벌법’이 찍혀 나오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폭동’ ‘폭도’라는 말이 일종의 자기 고백처럼 들렸다.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심판의 국회 대표로 꼭 그를 보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는 2002년 한총련의 미국 대사관 점거를 본 뒤 “유리창을 몇 장 깼다고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을 박살 냈다고 국민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지금 누군가 “젊은이들이 법원 유리창 몇 장 깼다고 대한민국을 박살 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한다면 그는 반드시 “내란 선동자”로 몰아세울 것이다. 민주당이 탄핵 심판을 정말 엄중하게 생각해 이기고 싶다면 정청래 국회 소추위원장 교체를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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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더불어민주당
정우상 논설위원 논설위원
2003년부터 정치를 취재해왔다. 국회팀장, 청와대팀장,외교팀장, 정치부장을 지냈고 현재 정치 담당 논설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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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
2025.02.12 02:50:35
지금 민주당에서 출세할수 있는 사람은 누가 더 악담을 잘하고 누가 더 입에 담을수 없는 욕을 많이하고 또한 전과4범이고 지금도 8개의 사건에 12개의협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있는 이재명이를 잘 보호해 주는자가 출세를 하는 정당인데 악담자 1호인 정청래를 민주당에서 법사위원장을 해촉 하겠습니까, 아마 그보다 더 중요한 감투를 줄것입니다. 따라서 정답은 국민이 민주당에 표를 주지않아야 하는데 일부 국민이 원죄입니다.
답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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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찐빵이다
2025.02.12 04:43:38
쓰레기들이 국회에 너무많다 유권자들도 이제 정신좀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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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전
2025.02.12 02:39:53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는데,그 본성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국회의원 만들어준 지역구민 탓이지
답글작성
301
2
진고개
2025.02.12 02:35:02
민주당은 전좌자가 40%가 넘는것으로 보도된바있다. 불법행위가 많을수록 그 전과가 국보법위반, 폭력 방화등 심각할수록 민주당 공천이 쉽고 당선확율이 높다는것은 국내정치뿐만아니라 국격에도 심각한 문제이다. 앞으로 전과 이력자는 피선거권을 무조건 박탈해야한다. 개인이 기본법도 못 지키는자가 어떻게 국가법을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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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2
불휘기픈남간
2025.02.12 04:16:07
어짜피 재판 자체가 우덜법 인민재판으로 진행 되는데 문형배와 정청래가 둘이 쌍으로 주접 재판 하는 것 아닌가..헌재 자체가 코메디인데 머..내란 죄가 빠진 헌재 심판에 왜 윤통이 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니 처벌은 불가하고 계엄이 구성 요건이 안되서 불법이면 이미 해제 된것인데 뭐가 문제고? 처르음부터 성립도 안되는 건 가지고 왜 우덜 공수처와 우덜 헌재가 나서서 박근혜 때 처럼 대 국민 얼렁뚱땅 사기를 칠려그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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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
naturee
2025.02.12 04:33:08
이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어두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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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2
mylup
2025.02.12 05:49:32
이런사고를가진녀석이 법사위원장이라니 막장국회를보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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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2
영산
2025.02.12 05:17:47
품격있고 적확한 논조이다 그렇지만 저 인간 사진은 올리지 마라 그 사진을 내가 왜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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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
시골친구
2025.02.12 07:31:19
정확한 지적이다~~!! 특히 정청래뿐이 아닌 많은 민주당 범죄경력자들이 설쳐대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서부지방법원 사건 혐의자들 역시 언젠가는 정치권에서 보겠구나 하는 아이러니한 생각도 들었다. 아니, 민주당을 보면 그들도 그리 되어야 한다. 현 정치인들의 수준이 워낙 떨어지는데도, 인간 됨됨이보다 이념을 앞세워 뽑다보니 생긴일이여,결국 이것이 이 나라 국민 수준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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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
시민
2025.02.12 06:41:24
앞 뒤와 옆까지도 다른 저급한 무식, 무도 인간이 정청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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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0
두꺼비뛴다
2025.02.12 05:50:02
윤이 사형이라? 그렇다면 정청래 당신도 단두대 위에 올려질 것이다. 그게 현 국민 60%의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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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0
Christian
2025.02.12 05:43:57
어제 조용헌 교수의 글에서 거두절미하고 학원강사출신이라해서 앞 부분(대사관저방화범징역)을 왜 빼 놓았나 했는데, 제대로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100%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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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
여기서
2025.02.12 03:57:36
그래서, 계엄령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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