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로 가느냐.
이토록 기울어진 배에서.
네 객들이 저리 비명 지르거늘,
네 명령 바라는 눈들이 간절하거늘,
네 제복 감히 팽개치고 어디를 가느냐.
네 할아비는 배낚시꾼이었다.
크지 않은 배를 몰고 고기를 잡았다.
폭풍 만나서 선원들 죽기 직전에
그는 구명조끼도 그리움도 양보하고서
끝끝내 조타륜 잡고 가라앉았다.
네 아비는 하늘 누비는 기장이었다.
고생 끝에 여객기를 맡아 띄워냈다.
난기류 휘말려 경고 빗발치는 가운데
승객들 모두 탈출한 뒤에야 마침내
나가려다 유폭으로 산화했다.
네 할미도 어미도 젊은 과부였다.
반려 잃은 슬픔에 몸 못 가누면서도
자식에게 죽음 불사한 책임 가르쳤다.
네 뇌리에 눈 감은 어미 목소리 지나거늘,
책임 버려두고 홀로 헐벗고 노 저어 가느냐?
너 어디로 가느냐.
저토록 기울은 배 버려두고.
네 객들이 하늘 향해 마지막 기도 올리거늘,
네 선원들이 도망친 선장 향해 저주 내뱉거늘,
네 명예도 평판도 버린 비루한 꼴로 어딜 갔느냐.
첫댓글 단군 할아버지이시여, 결코 백성을 버리지 마시옵소서~
최후의 순간까지 희생과 봉사의 철학을 견지하시옵서서~!
유아적 생존의 본능에는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없죠.
마지막 연은 어쩌면
세월호 선장이 떠 오릅니다
세상은 책임감에 목숨 걸 때
하늘 어찌 쳐다볼꼬
그 선장 아직 살아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