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오늘날 구노의 ‘아베 마리아’와 같은 라틴어 성모송 가사로 불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1825년에 슈베르트가 이 곡을 작곡했을 때 가사로 택한 것은 성모송이 아닌, 스코틀랜드 작가 월터 스코트의 1810년작 장편 서사시 ‘호수의 아가씨(The Lady of the Lake)’에 나오는 ‘엘렌의 세 번째 노래’를 독일어로 번역한 텍스트였다. 3절로 된 시의 1절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아베 마리아! 자애로우신 성처녀여!
처녀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당신은 이 험한 땅에서 바치는 기도를 들으시고
절망의 한복판에서 저희를 구해 주실 수 있겠지요.
쫓겨나고 버려지고 모욕당한 저희들이지만
두려움 없이 잠잘 수 있도록 당신께서 지켜 주소서.
성처녀이신 마리아여, 처녀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어머니시여, 당신께 간절히 애원하는 자녀의 기도를 들으소서!
아베 마리아!”
‘아이반호’의 작가로 유명한 월터 스코트의 이 작품에서는, 호수의 작은 섬에 은거 중인 스코틀랜드 공작의 딸 엘렌이 아버지와 연인의 목숨을 살리려 성모께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성모에 대한 찬미의 가사와 정제된 선율로 우리의 마음을 맑게 승화시켜 준다면,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어머니 마리아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간절한 기도와 애잔한 선율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노래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어느 때보다도 가난과 병마에 처절하게 시달리던 스물여덟 살 때 작곡한 것으로, 그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어난 희망의 선율이 더욱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안젤라)씨
노래를 들으시려면 "조수미의 아베마리아" 를 참조 하세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