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떠난지 1시간만에 한국에선 볼수 없는 광활한 대지가 보였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옥수수밭과 빨간지붕의 낮은 집들...
공항에 도착해 보니 아가씨 한명이 피켓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안에서 교포 3세라고 말하는데 그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함경도 억양이 약간 있지만 표준말에 가까왔고 자신을 교포라고 말하는 모습이
당당하고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양대학교를 다니며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로 가이드를 한다는 이 아가씨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무공해의 수줍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특히 이동중 차안에서 중국노래 하나를 가르쳐 줬는데
전에 TV 드라마 주제곡으로 사용하여 크게 히트했던 첨밀밀이었다.
나는 아는 노래라 처음엔 그렇게 흥미롭진 않았지만
일행중에 나이 드신 분들이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보고 따라 불러보니
재미가 있었다.
헤어지기전 버스안에서 송별사로 첨밀밀처럼 달콤하게 살라고
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부디 이 갸륵한 아가씨도 첨밀밀처럼 달콤하게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나중에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말하고 헤어졌지만
나는 용매가 한국에 오길 바라지 않는다.
이 순수하고 예쁜 아가씨가 감당하게 될 한국의 무질서와 혼돈이 두렵다.
혹시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가이드와 여행객으로
만나고 싶다.
그리고 4박 5일 동안 한방을 썼던 53살 노총각 우리 등반대장님
여행기간동안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고
나와 함께 다시만납시다를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셨던
순수하신 분이다.
늘 행복하시길 빌며 예쁜이 용매와 함께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심양공항을 떠나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지만
창밖의 이국적 풍경으로 인하여 지루하지 않았다.
짓는 건지 허는 건지 구분이 잘안되는 붉은 기와의 집들과
길가를 어슬렁거리는 웃통벗은 남자들
끝없이 계속되는 옥수수밭은 이곳이 중국임을 실감나게 하였다.
우리가 탄 버스는 에어컨 시설이 잘되었고 생각보다 실내가 넓어
불편하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클랙숀 소리가 귀에 거슬렷다.
4시간이 넘어 통화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발맛사지를 받고 기차를 타고
이도백하로 향했다.
3등칸의 침대가 있는 방을 배정받았는데 3층이라 그런지 머리를 쳐들을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비좁고 너무 더워 새벽에 잠에서 깨었다.
7시간이 걸려 이도백하역에 도착하니 곱상하게 생긴 교포청년이 마중 나와 있었다.
키큰 소나무가 인상적인 이도백하를 지나 백두산 산문 가까운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북파산문으로 향했다.
북파산문으로 가는 길가는 한국에선 볼수 없는 쭉쭉 뻗은 침엽수림과 자작나무 숲이
도열하듯 계속되었다.
산문에서 다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백두산 온천장까지 가서 여장을 풀고 천지행을
시작하려니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우비를 파는 중국아줌마한테 40원(우리돈 5천원)이나 주고 소형우산을 하나사고
천지까지 갓지만 비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온천장을 지나면서 부터 키큰 나무가 보이지 않고 광할한 초원지대가 계속되었다.
가파른 게단길을 지나 드디어 천지
운무가 가득하여 한치 앞도 안보엿지만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빗속에서도
천지와 맞은편 북한지역의 산들이 시야애 들어왔다.
그동안 사진으로 본 천지보다 더 신비한 모습이었다.
계속 되는 빗줄기로 인하여 기념사진만 찍고 내려와 오후에는 천문봉을 향했다.
그런데 짚차를 타자마자 중국인 기사가 뭐라고 외쳐대는데 알수 없었다.
내릴때 보니 팁을 달래는 소리였다. 험악한 표정으로 윽박지르는 듯하니
일행중 한명이 할수 없이 오천원이나 주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줄필요가 없던 것이었는데 이러한 내용은 가이드가 사전에 알려 주면 좋을 것 같다.
천문봉에 도착하니 한치앞도 보이지 않아 내일 종주등반때 비가 오지 않기를
기대하며 하산했다.
내려올때 운전기사가 하도 차를 빨리 몰길래 “만만디, 슬로우리”를 번갈아 말했더니
알아듣고 천천히 운항을 하여 천만다행이었다.
천문봉을 다내려오니 비가 멈추고 하늘이 거짓말처럼 파래졌다.
가이드에게 특별 부탁하여 일정에 없는 지하삼림을 향했다.
내가 백두산행을 결정지은 첫번째 이유는 지하삼림을 보고 싶어서이다.
지하삼림은 달문을 빠져나온 물이 큰 계곡을 이루면서 흐르다가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생긴 지형에 형성된 침엽수림이다.
나는 우리나라 숲중에 월정사 전나무 숲을 제일 사랑하는데
지하삼림의 전나무 숲은 월정사 전나무숲 몇 벽개를 합쳐 놓은 규모이다.
입구에서 땅이 꺼지는 곡저부위까지 1.5km구간은 그야말로
삼림욕의 보고이다.
국내의 여행사들은 시간관계상 지하삼림을 거의 일정에 넣지 않지만
오후 시간을 조금만 단축하면 가능하다.
지하삼림을 마치고 숙소에서 온천욕을 마친후
밖에 나와 보니 선명한 날씨 속에 석양을 받아
백두산 봉우리들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다음날 두시에 기상하여 백두산 종주를 시작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백두고원에서 맞이한 밤은 나를 들뜨게 하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댓글 아이고 백두산 그기 한 번 못가봤는데
기정수 문우님은 좋겠어요
가볼 만한 곳은 두루두루 다 다니셨네요
글로나마 사진으로나마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예전에 다녀온 곳인데 추억을 반추하고 싶어 올렸습니다^^
기정수님~
덕분에 구경 잘 해봅니다
내 죽을때 까지는 백두산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중국측백두산은 언제든지 갈수 있는데 북한측백두산은 저도 갈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ㅡ
한 노선의 그날이 왔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반갑습니다. 남한측 백두대간은 종주했는데 북측의 남은 구간도 갈수 있는 날이 왔으면 저도 함께 바랍니다^^
언제 들어도 좋은
첨밀밀
잘 듣고 갑니다
나중엔 오페라유령도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첨밀밀은 예전에 여고선생님과 제자의 사랑을 그린 주말 연속극 주제가여서 좋아했습니다. 오페라유령 찾아서 음악방에 올려드리겠습니다^^
자세한
백두산 기행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긴장되고, 감사하고
자연의 신비로운
영상이
멋집니다.
반갑습니다. 백두산 천지는 많은 분이 가보셨겠지만 종주하는 분들은 많지 않기에 종주기행문을 올려보았습니다^^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즐거운 추억
여행은 많은 추억들을
가끔씩 내 삶을 지루하지 않게
돌아보게합니다.
반갑습니다. 예전 사진과 글을 보고 행복했던 시절을 되돌아볼수 있어서 좋습니다^^
몇년전우리 역탐에어 백두산을 갔었는데
기상이변으로 오르지도 못하고 ᆢ
빙빙돌다 그냥 왔습니다
그런 아픔이 있으셨군요.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천지구경도 어렵다합니다
민족의 靈山~!
精氣가 흐르는 곳입니다.
지금은 개방 되어 있을까~?
반갑습니다. 중국측 백두산은 종주를 했는데 북한측 백두산은 못올라가봤습니다. 그런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2014년에 제가 양주시에 근무할 때
교육지원청에서 선정한 백두산 탐방 연수에 끼게 되는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시아버님이 오늘 내일 하시던 상황이라서 그 기회를 다른 선생님께 양보한 기억이 납니다.
첨밀밀, 여명과 장만옥이 주연한 영화, 오래 전에 봐서 정확한 줄거리는 안 떠오릅니다만
극중에서 장만옥에게 이용당하던 조폭 두목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속아주었음이 , 그의 죽음과 함께 드러나는 장면에서 제가 많이 울었어요.
그리고 오랜 세월을 두고 엇갈리던 여명과 장만옥의 사랑이 마침내는 맺어지는 결말에 마음이 찡했구요.
제가 아주 사랑하는 영화요 주제가랍니다. ^^
반갑습니다. 시아버님이 아프셔서 백두산 탐방 기회를 놓치셨나 봅니다. 날씨 좋아지면 두분이서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첨밀밀 영화는 EBS 일요명화에서 본기억이 있습니다. 좋아하시는 노래라니 올린 보람을 느낍니다^^
갖고있는 DVD로 여러번 본 첨밀밀
잘 만든 영화입니다
저는 서파로 해서 올랐던 백두산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힘들었지요
요즘은 자꾸 옛날일들이 생각납니다
나이드는 징조겠지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서파종주를 하셨군요. 저희도 서파종주를 했는데 한 10시간정도 걸리고 아이들은 고소증세에 탈진했었습니다. 서파종주사진은 내일 올리겠습니다^^
@기정수 네 아주 힘들었습니다 ㅜㅜ
잘 읽었습니다.
저는 무슨 베짱으로 알량한 중국어 실력 가지고 연변에서 중국여행사를 통해 혼자 백두산을 다녀왔네요.
시간 스케줄이 없는 중국인들 식사시간만 3시간,
그거 기다리느라 지루해서 죽는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무모한 짓을 한것 같지만
백두산 천지는 단번에 보고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천문봉에 오르신것 같습니다. 날씨가 아주 좋았네요. 저희는 너무 춥고 비가와서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내려왔습니다^^
@기정수 8월 방학 기간에 갔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코트도 안빌렸고 더워서 가져간 오리털 잠바도 벗어버렸습니다.
아, 사진이 천문봉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한국인이 저 혼자라서 멍청하게 어디 간줄도 모르고 따라다녔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그래도 귀중한 체험이었겠지요.
감사합니다. 천지갈때는 비오고 추웠는데 종주할때는 날씨가 비교적 좋았습니다 ^^
험하고 높은 산과 운무와 찬공기만 접하고 사시는 분같아 신선같은 느낌을 주시는 분
외모가 곱상하십니다.
백두산 단어만 들어도 신비로운 백두산 정기가 저에게도 내리는 것 같습니다.
백두산을 죽어도 볼 수 없는데 이렇게 올려주시는 분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시간이 너무 일러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릴때부터 김찬삼교수의 세계여행기를 보고 첫여행지로 백두산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작성했던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후편은 잠시후 올려드리니 즐감하시고 즐거운 주말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