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타고 총총히 몇 고을 지나 석양에 벗과 더불어 다시 누에 올라라. 귀양은 왔을지언정 산수(山水)를 좋아 하노니 일은 지나가고 세월의 빠름에 새삼 놀라라. 희미한 등잔불만 외로운 여관의 밤 처마 곁 성근 나무 고향이 생각나네. 이별한 후 그리는 맘 알고 싶거든 님이여! 저 하늘가 은하수를 보소서.
정포(鄭誧) 1309 ~1345 고려 충혜왕 때의 문신, 자는 중부(仲浮), 호는 설곡(雪谷), 본관은 청주(淸州). 관직은 좌사의대부(左司議大夫).
도처에 누대 있고 절승도 많지만 이 누에 오르니 더욱 맘이 끌리네. 갈대 핀 언덕 너머 서남으로 나뉜 길 뽕나무 우거진 마을 두서너 농가. 세 글자 어필(御筆)이 금빛으로 어리니 금상첨화일세, 한 갈피 선경이여! 어릴제 꺾고 놀던 강변의 버들 늙어서 와 보니 아직도 그대롤세.
권사복(權思復) 고려 공민왕 때의 문신.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봉익대부(奉翊大夫), 판전교시사(判典校寺事).
북으로 서울 보니 첩첩 산봉들 누 높아 객의 한은 더욱 더하네. 고향을 생각하며 중선 은 부를 썼고 못 가는 집 그리워 강령은 슬퍼했네. 시름겨이 실가지를 흔드는 버들아 난리 뒤 처음으로 꽃 핀 개나리야 만약에 이 강물이 모두 다 술이라면 가슴 속 쌓인 시름 말끔히 씻으련만.
전록생(田祿生) 1318 ~1375 고려 공민왕 때의 문신. 호는 야은(野隱), 자는 맹경(孟耕). 본관은 담양(潭陽), 관은 제주사록(濟州司祿).
동남으로 여러 고을 두루 다녔지만 영가의 경치가 제일 아름다워라. 고을이 산천 형세 가장 좋은 곳에 있어 인물도 많아라, 장상가가 분분하네. 논밭에 풍년 들어 곡식들은 넉넉하고 누대의 봄날엔 꾀꼬리와 꽃이 있네. 모름지기 오늘 밤이 다 새도록 취하리 만리 길을 처음으로 배를 타고 왔잖은가?
정몽주(鄭夢周) 1337 ~ 1392 고려 말기의 충신, 자는 달가(達可), 호는 포은(圃隱), 시호는 문충(文忠). 본관은 영일(迎日), 관은 문하시중(門下侍中).
*정도전(鄭道傳) 시
映湖樓
飛龍在天弄明珠 遙落永嘉湖上樓 夜賞不須勤秉燭 神光萬丈射汀洲
영호루
나는 용 하늘에서 희롱턴 구슬 멀리 영가 고을 영호루에 떨어졌네. 밤에 구경할 때 촛불 켤 일 없네 신기한 광채가 물가를 쏘니.
정도전(鄭道傳) ? ~1398 조선 개국공신.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峰), 본관은 봉화(奉化). 관은 판의흥삼군부사(判義興三軍府事).
내 평생 표표히 유람 많이 하였지만 오늘 누에 오르니 흥 더욱 나는구나. 천리 밖 외로운 몸 기나긴 귀양살이 칠 년간 죽을 고생 또 집을 떠나네 . 난간에 의지하여 술 깰까 한하노니 뉘 더불어 모자 벗고 취한 채 꽃 딸꼬? 앉은 채 강물 보니 더욱 운치 있으니 무엇하러 이상하게 배 띄우고 구경하리.
류방선(柳方善) 1388 ~ 1443 조선 세종 때의 학자. 자는 자계(子繼), 호는 태재(泰齋), 본관은 서산(瑞山). 시와 문장이 매우 뛰어남.
나그네로 누에 오르니 감회도 많아라 이리저리 떠돌다 몸만 늙었네. 바다 밖을 헤맬 때는 고국이 그리웠는데 고향이라 돌아와도 내 집도 없구나. 아스라이 높은 난간 빈 공중에 떠 있고 임금님의 내린 글씨 금빛으로 찬란해라. 긴 내가 멀리 은하와 접했으니 곧 바로 아득히 배 한 번 띄우고파.
권근(權近) 1352 ~1409 조선 초기의 명신. 자는 가원(可遠), 호는 양촌(陽村), 시호는 문충(文忠),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대제학(大堤學).
영남의 좋은 경치 이미 많지 않은데 지형이며 경치야 화산 이 제일이지. 꽃다운 풀 맑은 내에 나그네길 나뉘고 푸른 버들 긴 대는 인가를 가렸네. 호숫물 따뜻하니 물고기 뛰고 바람 잔 담모서리엔 제비가 나네. 남북으로 바쁜 걸음 언제 그치랴 영주 에서 장건 의 뗏목을 묻고 싶구나.
조효문(曺孝門) ? ~1462 조선 세조 때의 문신. 자는 행원(行源, 시호는 (成度), 본관은 창녕(昌寧), 관은 예조참판.
물 빛 산 색은 누에 오르니 더 짙고 비 지난 저녁 볕에 경치 더욱 좋구나. 한 쪽 길엔 높고 낮게 선객원 있고 흰 연기 아침 저녁 야인가 에 오르네. 다행히 소대 에 태어나 방초 를 찾고 전조(고려)를 향하여 낙화 를 물어보네. 돌이켜 이 몸이 날개가 돋힌다면 곧바로 은하수에 뗏목을 띄우리라.
이석형(李石亨) 1415 ~1477 조선 세조 때의 명신. 자는 백옥(伯玉), 호는 화헌(樗軒), 시호는 문강(文康), 본관은 연안(延安). 관은 도체찰사(都體察使).
지는 해 쓸쓸한 기운 발에 어리어 누에 오른 이 마음 시름도 많아라. 출렁이는 물결은 은한(銀漢)에 닿고 덜컹대는 수레는 집을 향하네. 모래톱을 비추는 북두의 별빛, 들에서 스며 오는 혜란화 향기. 달 밝은 밤 고려의 흥망을 다시 생각해 보니 재두루미 우는 소리 간장을 끊네.
김종직(金宗直) 1431 ~1492 조선 성종 때의 학자. 자는 효관(孝盥).계온(季昷), 호는 점필재(佔畢齋), 시호는 문간(文簡), 본관은 선산(善山). 관은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 학문과 덕행으로 이름 높음.
나그네로 예 와서 놀던 때가 많았는데 늙어서 다시 오니 흥 더욱 나는구나. 맑은 내 꽃다운 풀 속 동서로 길이 있고 푸른 대 수양버들 원근에 집이 있네. 임금이 내린 글씨 현액(懸額) 속에 머무는데 한 줄기 비바람에 남은 꽃마저 지네. 벗이여! 이 일을 예사로이 보지 마오 이 몸 역시 남쪽에서 배를 타고 왔노라.
어젯밤 내린 비에 강물이 불어 영호루의 봄빛이 더욱 짙었네. 높고 낮은 오솔길 두서너 가람 누를 가린 긴 숲 너머 수많은 인가. 금글씨 비단에 싸이고 달은 구름에 숨는데 취한 채 바라보니 눈에는 꽃이 피네. 누대머리 좋은 경치 물 가운데 어리는데 어찌하여 강물 위에 배를 뛰우리.
양희지(楊熙止) 1439 ~1504 조선 성종 때의 문장가. 자는 가행(可行), 정부(禎父), 호는 대봉(大峰), 본관은 중화(中和). 관은 세자우부빈객(世子右副賓客).
호산(湖山)에 해(歲) 저무니 나그네의 회포 많은데 늦게 즐긴 풍류가 흥취 더욱 더하여라. 저녁에 우는 종 어느 절인고 흰 연기 성긴 빗 속 인가가 보이네. 노래는 영설 의 표여곡을 재촉하고 피리는 강가 매화에 앉은 눈(雪)을 희롱한다. 취한 채 난간에서 먼 곳을 보니 작은 배 고기잡이불 뗏목에 반짝이네.
김안국(金安國) 1478 ~1543 조선 중종 때의 명신. 자는 국경(國卿), 호는 모재(慕齋), 시호는 문경(文敬), 본관은 의성(義城). 관은 대제학(大堤學).
남쪽 고을 명승이 여기에 다 몰렸나 푸른 나무 그늘 짙어 보기 더욱 좋은 걸. 맑은 종소리 숲속 절에서 울려 오고 맑은 연기 비낀 포구 속 하나 둘 어가(漁家). 반변천(半邊川) 석양은 구름 조각 헤치고 한 무리 바람결에 꽃물결이 겹쳐 이네. 강물 위 서늘함이 무더위를 씻어내고 물결을 희롱하는 갈매기 물에 뜬 뗏목 같구나.
권응인(權應仁) 1517 ~ 1588 조선 중종 때의 문인. 호는 송계(松溪).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한리학관(漢吏學官).
영남의 산천이 눈 가는 곳 많아도 영호루 아름다움 훨씬 더 낫네. 공민왕 붓글씨는 용틀임하고 밥 짓고 사는 백성 일만 집은 되겠구나. 고기 노는 물 속엔 눈 같은 물결 번득이고 백구 잠든 언덕이 갈꽃에 가려 있다. 난간에 기대어 북쪽 천 리 그리노니 이 내 신세 물에 뜬 뗏목과 같구나.
권응정(權應挺) 1498 ~ 1564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자는 사우(士遇), 호는 묵암(黙菴),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내 평생 영호선(船) 못 타 보아서 글 한 편 지으려니 잘 되질 않네. 잘 꾸민 초정(草亭)엔 채색한 익수(鷁首) 편안하고 펼쳐진 가을 하늘 물 속에 떨어졌네. 생황(笙簧)노래 흥 일어 밤 깊도록 노는데 풍월에 회포 실어 고운 시구 읊조리네. 삼 년을 지내면 고을살이도 끝나니 노니는 사람으로 제후도 버린 신선을 기억하리.
정사룡(鄭士龍) 1491 ~ 1570 조선 명종 때의 문신. 자는 운경(雲卿), 호는 호음(湖陰), 본관은 동래(東萊). 관은 판중추부사(判中樞府使).
낙백하여 누에 오르던 세월도 많았는데 분에 넘는 벼슬 받고 다시 또 왔네 글 배우던 향교엔 옛 자취가 남아 있고 집 떠나 머물던 주인집도 그대로네 동서로 분주하다 몸은 이미 늙었지만 청산은 예 같아 눈에는 꽃이 피네. 긴 숲 멀리 흐릿하게 뵈는 옛 나무들 삽십 년 동안 반은 삭정이가 됐네.
이현보(李賢輔) 1467 ~1555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자는 비중(棐中), 호는 농암(聾岩), 시호는 효절(孝節), 본관은 영천(永川). 관은 지중추부사(知中樞府使).
*김극일(金克一) 시
映湖樓
麗王東幸此登樓 金字紗籠 泳碧流 筆力若能挽世道 三韓當作一金甌
영호루
고려 왕 동행 길에 이 누에 올랐것다. 금빛 글씨 비단에 싸여 푸른 물에 비침이여 붓힘으로 세상 도(道)를 돌릴 수 있다면 이 나라가 당장에 천국되고 남았으리.
김극일(金克一) 1539 ~ 1602 조선 명종 때의 학자. 자는 백순(伯純), 호는 약봉(藥峯). 본관은 의성(義城), 관은 내자시정(內資寺政).
나그네 시름이 비 만나 더한데 더구나 가을 바람에 더욱 심란하구나. 홀로 누에 올랐다 해 져야 돌아옴이여 다만 술잔 들어 집 그리움 잊는다. 은근히 벗을 불러 돌아가는 제비는 쓸쓸히 정을 품고 늦은 꽃을 향하구나. 한 곡조 맑은 노래 숲 속을 울리는데 이 마음 어쩌다 마른 삭정이 같이 되었나.
이황(李滉) 1501 ~ 1570 조선 중기의 대학자. 자는 경호(景浩), 호는 퇴계(退溪), 시호는 문순(文純), 본관은 진보(眞寶). 관은 대제학(大堤學).
성 안의 명승은 낙동호(洛東湖)에 많으니 나랏님 지난 곳 좋은 기상 더하다. 금자현판 은핫물에 그림자 지고 붉은 기와 우련히 누각을 비춘다. 다락을 떠난 객은 천추학(千秋鶴)이 되어 있고 피릿가락 매화 지고 오월꽃 피네. 선비들 해마다 강 위에 모여 노니 이곳 사람 다투어 뱃놀이 보네.
구봉령(具鳳齡) 1520 ~ 1585 조선 명종•선조 때의 문신. 자는 경서(景瑞), 호는 백담(柏潭), 본관은 능성(綾城). 관은 대사헌(大司憲).
금년에도 또 영남으로 유람길 떠나 남쪽 고을 두루 거쳐 복주에 왔네. 땅이 궁벽하니 사람들은 검소하고 정자가 한가하니 구경하기 좋아라. 산천이 어찌 흥망 따라 바뀌랴 풍월이야 어디서나 마음대로 거두지만. 한나절 누에 있으니 가슴마저 시원하여 돌아가야겠는데, 발길이 안 떨어지네.
이원(李原) 1368 ~1429 이조 세종 때의 문신. 자는 차산(次山), 호는 용헌(容軒), 시호는 양헌(襄憲), 본관은 고성(固城). 관은 좌의정(左議政).
벽 위의 이끼는 오랜 세월 겪었고 산호 같은 수목들 멋진 조화 이루었네. 동남땅 빼어난 고을로 이름난 곳 주변 고운 풍경 내 집까지 이어졌구나. 난간 밖엔 천고의 달이 비치고 숲 속의 꽃은 몇 번이나 피고졌을까? 급한 왕명따라 이 곳에 달려오는 길 은하수 밖에서 급히 배 타고 왔노라.
이정신(李正臣) 1660 -1727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자는 아언(我彦), 호는 송벽당(松蘗堂), 본관은 연안(延安), 관은 경기도 관찰사.
청사 에서 보낸 세월 하소연할 데 없어 긴 휘파람 불며 높은 누대에 오른다. 가까운 물에는 진등 의 기세 꺾이지만 짙은 가을에 하백 의 위엄은 더한다네. 단청빛 엷고 얕음 속에 고금이 구분되니 갑자기 세상 변천의 감회만 일어나도다. 누대에 향기론 꽃 단장하길 원치 않으니 선인들 유적이 뚜렷이 증거됨일세.
여필용(呂必容) : ? ~ ? 조선 숙종 때의 문신, 관은 안동부사.
*김흔(金昕) 시
映湖樓
十載前遊入夢淸 重來物色慰人情 壁間奉繼嚴君筆 堪咤愚我萬戶行
영호루
꿈길 속에 흘러간 십 년 세월 당시 풍물 다시 보니 반가웁고나. 벽 위에 아로새긴 아버님 글월 어린 몸 벼슬 길이 죄스럽습니다.
김흔(金忻) 1251 ~ 1309 고려 후기의 장군. 방경의 자. 관은 도첨의사사(都僉議司事).
*홍간(洪侃) 시
映湖樓
草長江南三月天 永嘉山水好風烟 文章太守謝康樂 珠翠佳人玉井蓮
영호루
풀빛 짙은 강남땅 삼월에 영가 고을 산천마다 안개꽃 피었네. 원님 문장은 사영운 못지 않고 비취색 미인들 우물속 연꽃이어라.
홍간(洪侃) ? - 1304 고려 말기의 문신. 시인, 자는 평포(平浦), 운부(雲夫), 호는 홍애(洪厓), 본관은 풍산(豊山), 관은 첨의사인(僉議舍人).
영남에서 호탕하게 여러 해 놀았건만 영호의 좋은 경치 가장 사랑하였네. 방초 짙은 나루터엔 나그넷길 나뉘고 푸른 버들 우거진 언덕 농가가 있네. 바람 잔 수면에 안개 비끼니 해 묵은 담장머리 이끼도 무성해라. 비 개인 들판에서 들리는 격양가 수풀 끝엔 차가운 삭정이가 자라네.
우탁(禹倬) 1263 ~ 1343 고려 말기의 학자. 자는 천장(天章), 호는 역동(易東), 시호는 문희(文僖), 본관은 단양(丹陽), 관직은 성균제주(成均祭酒).
바다로 산으로 많이도 다녔지만 속진(俗塵)을 떨친 정신 예 오니 더하네. 처음엔 꿈 속에 운우협 을 놀더니 점차 그림 속 신선이 되어가네. 남강의 가을밤엔 봉우리마다 달이요 북쪽 마을 봄바람엔 나무마다 꽃이로고. 한가로이 길 가는 무정한 나그네도 이 누에 오르니 흥 아니 날 수 없네.
채홍철(蔡洪哲) 1262 ~1340 고려 말기의 문신. 자는 무민(無悶), 호는 중암(中菴), 본관은 평강(平康), 관은 정승(政丞).
이 누의 좋은 경치 말해서 무엇하랴 나보다 더 명승(名勝)을 탐하는 이 있는가? 뽕나무 숲에는 술집도 있고 푸르른 소나무 관가를 둘렀네. 강가에 비 개니 하늘에 닿은 풀빛 연기 짙은 마을 어귀 담장 위로 솟은 꽃. 만약에 누에 올라 한 수 읊지 못한다면 시인으로 광채 없음 삭정이와 다르랴?
신천(辛蕆) ? ~ 1339 고려 충숙왕 때의 문신. 호는 덕재(德齋), 본관은 영산(靈山), 관직은 판일직사사(判密直司事).
누를 세운 시적(詩的) 안목 들인 공도 많구나. 달도끼 구름날인들 예서 무얼 더하랴. 천상(天上)의 횡취각 에 온 것 같으니 뉘가 나로 하여금 태청가 에 오르게 했나? 봄 강물 푸르름이 포도주처럼 불어나고 저녁 별 붉은 기운 철쭉꽃에 무르익네. 돌아가길 기다리는 헌개 이미 왔는가? 나무 위의 까치가 때때로 우짖으니.
영호루 좋은 풍경 사람을 뇌쇄(惱殺)하니 쌍계팔영(雙溪八詠)인들 예보다 더 나으랴? 오가는 사람들 길 가득 분분하고 관아며 집집마다 관현(管絃) 소리 드높아라. 덩그렇게 높은 처마 몸이 오싹 떨리는데 물에 비친 난간 보니 눈 앞이 아찔하네. 옥도끼로 다듬어서 광한전 을 지은 듯 표연히 신선의 뗏목에 오름 같네.
조간(趙簡) 고려 충숙왕 때의 문신, 시호는 문량(文良), 본관은 김제(金堤). 관은 찬성사(贊成事).
육 년만에 두 번째 다시 찾은 누대 어사 앞의 나그넨 부절 차고 오르네. 긴 다리 위 기운 달빛 물결 따라 일렁이며 굽은 난간에 깃든 구름 비단결로 비치네. 빛나는 현판은 공민왕 친필이라 전하고 사당에선 다투어 임금의 성덕을 칭송하네. 들녘에 저렇게 많은 눈 내렸으니, 내년에 풍년들 좋은 징조 기뻐라.
누대 아래 안개 피어 누 위까지 자옥하고 저 멀리 긴 숲엔 푸르름이 뒤섞였구나. 멀리 두 물줄기 나누어진 곳 삼한을 하나로 합한 집 우뚝 솟았네. 누대 앞에 안개 걷히자 산봉우리 달 오르고 난간 밖의 물결은 잔잔하여라. 호수에는 군데군데 낚시하던 돌이 있는데 고금에 그 누구가 은하수 배 띄웠을까?
높은 누대에 기대니 흥이 절로 일어나 동남의 빼어난 경치도 이보단 못하리. 희미한 산봉우리 삼협 이 펼쳐있고 대도호부 고을에는 수많은 집 빽빽하여라. 맛난 술 대나무잎 술잔으로 기울이는데 바람결에 피리소리 들려오고 매화는 지는구나. 난초 배를 거슬러 올라가니 강물 속 달빛 곱고 하늘 멀리서 두둥실 배 탄 것 같네.
홍우서(洪禹瑞) 1662 - 1716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자는 중웅(仲熊), 호는 서암(西巖), 본관은 남양(南陽), 관은 대사간(大司諫), 시문에 능하고 당대의 명필.
이 고을은 옛부터 인연이 많은 곳 세 번째 찾아오니 풍경이 더 좋도다. 누대엔 공민왕 친필이 걸려있고 강 서쪽 구름낀 나무 너머엔 마을이 보이네. 남쪽성 구리기둥 위 쓸쓸히 달빛 빛치고 북쪽 마을 피리소리는 꽃을 에워쌌도다. 난간 밖 긴 호수 무슨 사연 담고 있나 물줄기 따라 곧 가벼운 배에 오르네.
선비 고장의 물색 누대에 펼쳐지고 청사초롱 들고보니 감회가 깊도다. 삼 대가 이어 찾아온 건 운세에 달린 법 여러 번 누대에 오르니 내 집같이 편안하여라. 먼지 낀 옛 벽엔 거미줄 얽혔고 거친 계단의 이끼는 저절로 꽃을 이루었네. 만사를 회상하니 두 줄기 눈물만 쏟아지는데 강가 언덕의 수양버들 반쯤 뗏목을 이루었네.
이철보(李喆輔) 1691 ~ 1775 조선 경종 때의 문신. 자는 보숙(保叔), 호는 지암(止菴), 지산(止山), 본관은 연안(延安). 관은 예조판서.
천 년 세월 지나온 누대 사연이 많고 먼 나뭇가지 구름은 석양에 짙도다. 난간 밖 모랫벌엔 두 줄기 강물 흐르고 봄 가득한 동쪽엔 마을이 빽빽히 들어섰네. 흠 남긴 정치 때문에 늘 국화꺾는 도연명 을 사모하여 돌아가고픈 심정으로 늘 영숫가 꽃을 꿈꾼다네. 낙동강 발원지가 황지땅임을 알고서 가벼운 배 타려고 버들 뗏목을 택했네.
한광조(韓光肇) 1715 - 1768 조선 영조 때의 문신(文臣). 자는 자시(子始), 호는 남정(南庭), 남애(南厓), 문과에 장원 급제, 관은 대사헌(大司憲).
먼 하늘 산밑엔 물이 유독 넘실대고 긴 제방 빽빽한 수목 푸른빛 짙도다. 바람 부는 누대는 별천지 세상 이며 영남 좌도 웅장한 고을 집성촌일세. 맨 땅에서 시를 주고 받으며 술 마시는데 술좌석에서 꽃같은 기녀 풍악을 울리네. 늦게 서로 의지하면서 붉은 누대에 오르니 백 척 난간 하늘로 오르는 배 같구나.
홍의호(洪義浩) 1758 - 1826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자는 양중(養中), 호는 담영(澹寧), 본관은 풍산(豊山), 관은 예조 판서.
어려서 놀던 곳 아득하나 감회는 깊고 강물 유유히 흘러 세월만 더해가네. 들판 너머 서악사 종소리 간간이 들리고 성 둘레 태사집엔 늙은 버들 늘어졌구나. 옛터에 누대 세워져 고을을 새롭게 빛내며 고려•조선 양대의 묵은 명시들이 걸려있네. 용주 고을 다스리다가 다시 이곳 원님으로 오니 관아의 버들 늘씬하게 자라 배 만들 수 있겠네.
강물과 산빛이 누대에 가득하니 오나라 초나라 물안개도 이보단 못하리. 고운 화초 핀 강가는 달밤 뱃놀이하기 좋고 늙은 홰나무 성밖으로 뻗은 마을엔 석양빛 감돈다. 지척간의 제비는 은하수 길로 날아오르며 강에 누운 용은 흰 물결 가르네. 신선되어 오르는 것 부럽지 않으니 옥같은 샘물 찾아 배 타고 거슬러 가려네.
이집두(李集斗) 1744 - 1820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자는 중휘(仲輝), 호는 파서(琶西), 본관은 경주(慶州), 관은 예조 판서(禮曹判書).
여인이 즐거이 낙동요를 부르니 옥피리 고요하여 향기마저 감도네. 호수의 풍류는 만경의 푸른 물보다 낫고 봉래 소식은 천년 동안 아득하여라. 흰구름 그림자 드리우는 언덕에 다다르니 끝없는 초록빛 풀길 따라 멀리 거슬러가네. 명승지를 둘러보려던 소원을 두루 이루고 단풍 들고 꽃피는 달에 다시 찾아왔노라.
오연상(吳淵常) 1765 - 1821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자는 사황(士黃), 본관은 해주(海州), 관은 이조 참판(吏曹參判).
왕명따라 이리저리 지내온 세월 근심이 많고 초췌한 얼굴엔 귀밑 털만 더하네. 매년 좋은 시절되어도 풍류를 즐기지 못하다가 갑자기 신선 고을에 이르니 고향 온 것 같도다. 들녘 보리는 섣달 전의 추위로 시들었고 역의 매화는 향기피워 이른 봄꽃 피었네. 이번 행차는 돌아갈 길 재촉 받지 않으니 둥둥 만리 길 배 타고 떠나리라.
김학순(金學淳) 1767 - 1845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자는 이습(而習), 호는 화서(華棲),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이조 판서(吏曹判書).
황학루에 세 번 올라보려던 소원이었는데 뒷날 다시 오니 풍물이 전보다 성하여라. 늘그막에 맑은 복으로 이 고을 원님 되니 선조들 여러 대 살아 고향이나 다름없네. 두 가닥 강물 돌아 흘러 큰 뱀의 형상이요 단장한 봉우린 수 놓은 꽃비단 병풍일세. 가련하게도 호수가 몇 그루 버들은 십 년 사이 반이나 고목이 되었구나.
한가한 날 누대에 오르니 고운 경치 펼쳐져 방초 짙은 물가엔 홍록색이 섞여있구나. 거문고•바둑•시짓기는 모두 공무요 고기•새•구름•안개는 나의 친구라네. 십 리 누대서 멀리 보이는 사람 안개 같은데 두 줄로 서서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 꽃같이 곱구나. 누대가 금물결에 비치고 석양에 달 오르고 못다 한 남은 흥취 조각배에 싣도다.
달 밝은 모래 벌에 여러 마리 학이 날고 특출한 풍경은 그림보다 뛰어나도다. 이 누대엔 신선이 머물러 나에게 집처럼 편하다고 일러주는 것 같구나. 산은 무협으로 이어져 때때로 비내리고 강은 무릉도원에 접해 곳곳마다 꽃 피었네. 오월달 서늘한 호수는 더위도 없어 난간에 기대니 배를 타고 앉을 것 같구나.
앞 시대 사람들 이를 두고 많이 서술했기에 그 저술에 한 글자도 더하기 어렵도다. 구름과 달 느긋하여 세상은 한가하니 이 땅에서 때때로 큰 문장가가 배출된다네. 맑은 강물 위에서 종일 근심 삭히니 비록 취했어도 봄바람은 성의 꽃에 나부낀다. 나와 흰 기러기 함께 만나자는 약속했으니 고기 잡는 배 빌릴 필요없다네.
이름난 곳에서 임금님 은총을 많이 읊고 은혜 갚으려는 미미한 정성으로 스스로 힘쓰네. 어찌 누대에 앉아 송사 문서 뒤척이랴? 교외로 순행하여 농가를 독려한다네. 벼슬길 부침함은 강가 기러기 같고 봄빛이 오가는 영남 고을일세. 찾아오는 어부와 때로 대화 나누는데 그대 마음은 빈 배 같다고 하네.
영남 좌도 산천을 두루 다녀 보았지만 복주땅보다 더 고운 곳 없었네. 세월은 흘러가도 공민왕 친필 완연하고 권세있는 문벌과 큰 성씨 집안이라네. 옛 노래 천 년 지나 피리에만 남아 있고 시월 늦은 향기 국화에 남아 있도다. 누대 머리엔 물과 은하수가 맞닿아 곧 배 타고 가서 만날 것만 같구나.
첫댓글 대단하십니다 회장님! 그 열정에 힘찬 박수를 보내옵니다
허회장님의 부지런함을 닮아가고싶습니다 금방까지 허회장님얘기하느라 문인들의 밤은 깊어가는 줄 몰랐답니다
서울 깍쟁이들과의 입담은 끝이 없었답니다 존경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참! 아름다운 연상의 여인이여!
동천문학에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 이번 행사에 강성남 회장님 허회장님, 박선영 총무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ㅉㅉㅉ
허회장님 늘 감사합니다.
끊임없이 베플는 마음 사랑합니다.
대단하신님이여 건강하시고 행복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