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방식
주선미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 데 울컥한다
수건 틈 사이로 쏟아지는 기억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지워질까
온전히 나만 보아야만
온전히 너만 보아야만
하나가 되는 줄 알았다
엎드릴수록 차가워지는 당신의 등 뒤로
12월 바람이 밤새 분다
형체를 잃은 사랑도 사랑이라고
순간순간이 너였으므로
바람 소리에 철렁 내려앉는 심장이라니
어긋난 시선은 어긋났으나
수평을 맞출 수 없었던 것은
당신의 일
아리아드네의 공식
조각난 어제는 바닥으로 눕고
새벽은 어둠의 물꼬를 튼다
22층의 시선으로 보이는 북한산
오피스텔과 오피스텔
서울과 파주
둘의 사이를 가르는 도로 사이
햇살이 파고든다
작은 파문으로 흔들리는 아침
갈증은 언제나 목구멍에 붙어 산다
명치 끝과 바늘 끝의 비례
한 자를 알 수 없는 마음의 깊이
사람이었으므로
비대칭으로 살아야 하는 것들
얼마나 버려져야
시선이 바로 설 것인가
아리아드네가 눈을 뜬 섬
애인은 또,
애인을 만나러 가고
곁을 준 누군가는 늘 떠나는 아침
상처로 상처를 덮는
내 발끝은 또
어디를 떠돌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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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이별의 방식 / 주선미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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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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