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영화사 '소유와 무소유‘를 보고
공예디자인과 4869836 허미희
목요일,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동성아트홀을 찾아갔다. 나는 워낙에 알아주는 길치인데다 대구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금방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길눈이 빠른 친구들 덕에 예상외로 금방 찾아 갈 수 있었다.
동성아트홀은 정말로 자그마한 극장이었다. 들어서는 순간 참 아담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 시내에는 한일극장이니, 아카데미 극장이니 하는 큰 극장들이 많아 이런 작은 극장은 아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니 신기했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서자 , 큰 영화관에선 볼 수 없었던 특이하고 많은 영화들의 포스터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훑어보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극장 안을 자세히 둘러보았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서자, 너무 어두컴컴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더듬거리며 의자에 앉아서 겨우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통 영화관들에 비하면 의자 간의 거리가 좁아 불편했고 ,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도 거슬렸으나 이런 것도 이 극장만의 매력이라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했다.
우리게 보게 된 영화는 ‘하워드 혹스’ 라는 감독의 ‘소유와 무소유’ 라는 영화였다.
소유와 무소유는 헤밍웨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흑백 영화이다. 시대배경이 2차 세계대전을 바탕으로 하여 딱딱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원작인 헤밍웨이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프랑스령에 있는 작은 섬에서 미국사람인 해리 모건 선장은 자신의 배로 낚시꾼의 낚시를 도와주는 일 등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생업에만 관심 있지 세계가 술렁대는 전쟁 같은 것엔 무관심하다. 그러나 그가 살고 있는 이 작은 섬도 2차 세계 대전의 영향으로 이리저리 술렁이고 , 사소한 일로 예민한 정부와 얽히는 사람들도 많이 나타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젊고 매혹적인 아름다운 여성, (‘슬림’ 이라고 애칭한다) 을 알게 되어 그녀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레지스탕스와 엮이게 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하자 스크린에 약간의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화면이 나왔다. 집에서 컴퓨터로 몇 번 흑백 영화를 본적 있지만 이렇게 극장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색달랐다.
옛날 영화답게 배경 음악부터가 뭔가 서정적이었다. 그다지 좋아하는 주제 쪽이 아니어서 그런지 영화의 초반부는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집중력을 찾아갔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극중 ‘슬림’을 연기하는 로렌 바콜의 ‘성냥있어요?’ 라고 대사하는 장면이다. 턱은 아래쪽으로 내리고 눈은 한껏 치켜뜬 매력적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름다운 외모와 도도한 모습, 한마디씩 던지는 멋진 대사 등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한참을 영화에 몰입하며 집중하고 있을 때 아, 이런 여자가 진정한 팜므 파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저항할 수 없는 관능적 매력과 아름다움으로 남성들을 종속시킬 뿐만 아니라 남성을 파괴할 정도의 치명적 매력을 가진 여성이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의 터프한 연기도 압권이었다. 나는 험프리 보가트란 배우에 대해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다. 대충 흑백영화의 대부고, 카사블랑카의 남자주인공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 이 사람이 뭐 어떻길래 로렌 바콜이 연기할때 엄청 떨었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영화가 시작하자 이해할 수 있었다. 외모상으로는 다소 평범하다고 까지 생각되었으나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렇게 영화를 이끄는 두 사람의 연기가 정말 실감나고 개성적이라 매우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흡입력으로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영화의 끝은 레지스탕스들에게 들키고 그가 그녀와 함께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어떻게 보면 도피일수도 있는 그 여행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진 이유는 뭘까. 영화의 제목인 소유와 무소유라는 말에서 그 뜻을 찾고 싶다. 그는 그녀를 만나고 한 부부의 도피를 도우며 자신의 생업과 그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녀를 만나기 전의 그였다면 당연히 이곳에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의 도피를 선택했고 그녀를 소유하고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전부 버리고 떠나는 길을 택했다.
진정한 ‘소유와 무소유’ 이다.
여행하듯 당당하게 떠나는 두 주인공의 라스트씬이 멋있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