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가 우리동네 재래시장에 구경을 온 날, 카나는 아주 들떠 보였다. 카나가 사는 동네인 통로에서는 이런 재래 시장도 본적이 없었고 식당이나 거리도 분위기가 좀더 로컬(?) 스러워서 색달라 보였나 보다.
재래시장에서 카나는 내가 맛있다는 말에 덜컥 모닝글로리를 한묶음을 사더니 요리법을 나에게 물었다. 나는 한국된장이랑 피쉬소스등을 넣고 돼지고기랑 볶아 먹는다고 했더니 된장대신에 미소를 가지고 자기도 해 보겠다고 했다. 미소... 나는 맛 장담 못함.. 나중에 해서 맛이 어떤지 좀 알려줘라 ㅎㅎ
재래시장을 천천히 돌면서 과일이나 길거리 음식들도 사고 내 단골집인 태국식당에 가서 점심도 먹었다. 카나는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아서 해산물이나 야채 위주로 먹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내가 알아서 주문을 해 주었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마침 시간도 남고 해서 우리 집에 들러서 커피나 마시자고 카나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다.
커피와 함께 시장에서 사온 망고와 잭푸룻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카나가 한국에 대해서 꽤 많은것을 알고 있어서 놀랬다.
한국에 이미 세번이나 다녀왔고 갈때마다 김이나 라면을 잔뜩 사왔다고 했다. 라면은 신라면을 좋아하는데 냉면을 좋아해서 인스턴트 라면으로 물냉면이 있는지도 물었다. 한국 음식중에 특히 좋아하는게 간장게장과 냉면이란다. 간장게장은 나도 없어서 못먹는단다..ㅎㅎ
방콕에서 냉면 맛있는 한식집이 있는지도 물었다. 왠만한 바베큐집에는 다 있지않을까...?
그러다 내가 며칠전에 해 먹었던 동치미 국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로 이거지"하는 눈빛이랄까-
국수반 고명반 ㅎㅎ
자서방이 동치미 냄새를 못참아해서 왠만하면 잘 안해 먹는데 자서방이 프랑스로 가자마자 내가 만든게 바로 동치미다. 외국인에게는 발효된 무의 냄새가 역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카나는 내 동치미 맛을 보더니 연신 맛있다를 외쳤다. 아직 점심 먹은지가 얼마 안돼서 배도 안꺼졌는데 혹시 몰라서 소면 삶아서 시원한 동치미에 말아줘 볼까? 했더니 고개를 힘차게 끄덕끄덕 하는 카나.
진짜 초스피드로 두그릇을 뚝딱 만들었다. 소면을 삶아 찬물에 박박 씻고 계란 부쳐서 대충 가위로 고명을 숭덩숭덩 자르고 조미김도 자르고 마침 냉장고에 있던 삶은 계란도 반 잘라서 넣어 주었다. 재래시장에서 또 마침 사온 사과도 조금 채썰어서 얹어봤는데 아삭아삭한 느낌이 좋았다. 동치미 무는 사진속에서 안보이네. 아마 김 밑에 가려진 것 같다.
내가 너무 빨리 요리를 내 와서 카나는 깜짝 놀랬다. 요리는 스피스가 생명이쥐~
동치미 국수에 마치 인생 국수를 먹는마냥 감격해 하는 카나. 뭐 예의상도 맛있다고 흔하게 말하는 카나지만 동치미 국수에 대한 반응은 단순 예의상의 반응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정말 게눈 감추듯 금세 국물까지 다 마셔서 비우고는 이런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는말을 반복했다.
이런맛 어디가서 못먹어봤을거다ㅎㅎ 근데 좀 의왼데...?
"그렇게 맛있어? 이거 완전 한국 맛인데. 냄새 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진짜 잘 먹는구나?"
"나 진짜 한국음식 좋아한다니까~ 자극적이지도 않고 완전 시원하고 건강한 맛이나. 난 이런거 매일도 먹을 수 있어!! 근데 어떻게 만드는거야? 동치미- 나도 만들어 보려구. 우리 남편도 분명히 미친듯이 맛있다고 먹을텐데. 남편한테도 먹여주고 싶어"
동치미는 사실 야매로 스프라이트를 잔뜩 넣고 만든거다. 만드는 법을 설명해 주었지만 믿지를 않는 눈치다.
그러다 파스타 소스병이 있길래 동치미를 가득 담아서 남편 갖다주라고 선물로 주었다. 너무 고마워 하는 카나-
"고마워!! 아마 우리 남편은 혼자서 한번에 반병 이상 먹을거 같애"
카나 눈에는 내가 마치 요리의 신으로 보이나 보다. 요리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한다. 나도 잘 몰라 ㅎㅎㅎ
바나나를 큰 송이로 사둔게 있는데 그걸 다 먹기 전에 물러버릴 것 같다며 나에게 바나나 튀기거나 굽는법도 물어보았다. ㅋㅋ
"동남아 산다고 이제 바나나도 튀겨먹게? ㅎㅎㅎ 나도 그건 모르겠다. 태국살면서 집에서 바나나 튀겨먹는 일본인이나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아! 바나나 식초를 만들어 먹는게 어때?"
카나는 결국 일본어 사이트에서 바나나식초 레시피를 찾았고 효능도 살펴보더니 너무 좋아했다. 당장 집에가면 만들겠다고-
내가 한때 바나나식초를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다이어트랍시고 설탕을 잔뜩 넣어서 매일 한잔씩 마시는걸 보고 우리 자서방이 혀를 찼음 ㅎㅎㅎ 그래도 일단 맛있으니까~ ㅎ
다음날 카나는 남편이 동치미 무를 밥먹을때마다 꺼내넣고 먹는다며 고마워했다. 모닝글로리 요리는 어떻게 됐는지 다시 물어봐야겠네..
암튼 내 부족한 요리에도 환호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참 감개무량이다 ㅎㅎ
우리 프랑스 남편도 동치미 좋아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