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너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시집 『김현승시초』, 1957)
[작품해설]
이 시는 사랑하는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을 기독교적 신앙으로 극복 승화시킨 작품이다. 시인은 화려한 꽃 그 자체보다 열매를 소중히 여기고, 겉으로 나타나는 웃음보다 내적으로 응결되는 눈물에서 인생의 가치와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이 시는 정제된 형식은 가지고 있지 않으나, 행과 연의 관계가 감정의 흐름에 따라 배분된다. 그럼으로써 이 시는 작품의 긴장감을 더해 주는 한편, 화자의 격앙된 심적 상태를 단정적인 어투로 잘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드리라 하올 제’ · ‘나아종 지닌 것’ · ‘지어 주시다’와 같은 독특한 운율의 감각적 시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시적 자아의 격정을 순화시키는 한편, 기도조의 분위기 속에서 시적 자아의 소중한 정성을 드러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시인은 ‘웃음’ · ‘가식’ · ‘순간’ · ‘비순수’를 표상하는 꽃과 ‘눈물’ · ‘진실’ · ‘영원’ · ‘순수’를 상징하는 열매를 대립시키는 방법으로 시상을 전개한다. 그가 훗날 작가의 변(辯)- “인간이 신(神)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 오직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뿐일 것이다.” -에서 밝힌 것처럼 이 작품은 본질적인 삶의 추구와 생명의 순결성을 노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시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순수하고 값지며 궁극적인 것은 오직 눈물뿐이라는 명상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역설’이 작품의 중심 수사가 된다.
어린 아들을 잃어버리 시인의 처절한 육친애를 표상하는 ‘눈물’이 세속적인 슬픔을 뛰어넘어 마침내 신에게 잔신의 죄를 고백하는 참회의 순수한 ‘눈물’로 깊어진다. 그 때 그 눈물은 진실한 가치의 실체 즉 순수한 생명의 응결체가 되어 비로소 삶의 구원을 얻고 육신의 고통을 극복하게 된다. 이 시는 이러한 시인의 기독교작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소개]
김현승(金顯承)
남풍(南風), 다형(茶兄)
1913년 광주 출생
1934년 평양 숭실전문학교 재학중 시 「쓸쓸한 겨울 올 때 덩산들」이 양주동의 추천으로
『동아일보』에 발표됨. 숭실전문학교 문과 졸업
1951년 조선대학교 문리대 교수
1955년 한국문학협회 중앙위원
1960년 숭전대학교 문리대 교수
1973년 서울시문화상 수상
1975년 사망
시집 : 『김현승시초』(1957), 『옹호자의 노래』(1963), 『견고한 고독』(1968), 『절대 고독』(1970), 『김현승시전집』(1974), 『마지막 지상에서』(1975), 『김현승』(1982), 『김현승전집』(1985), 『김현승의 명시』(1987),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