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우연히 이 학교를 알게 된 것은 1994년도 인듯하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재정적 상황과 가고자 하는 학교와 맞지 않았고 고심하던 중에 학교 선배님께서 이 학교를 추천해주셨다. 그 당시 건축가지에 세계건축교육이라는 연재를 싣고 있었던 터라 그 학교에 대한 최소한의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1990년 이 학교가 설립된 이래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학장이 여러 번 바꿨다. 유명한 네덜란드 구조주의 건축가 Herman Hertzberger, 최근 국제적으로 각광 받는 Wiel Arets를 거쳐 올해부터는 스페인 건축가이자 AA에서 diploma 과정 튜터로 지내왔고 런던에서 FOA(Foreign Office Architecture)라는 사무실을 운영하고있는 Alejandro Zaera-Polo라는 젊고 패기 있는 젊은 건축가가 새 지휘봉을 쥐고 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도 3번을 옮겼다. 1990-1996년간은 Aldo van Eyck이 설계한 Orphanage(암스테르담 남부 외곽에 위치)에 있다가 1996-2001년동안은 시내 중심 바로크식 건물 1채를 썼다. 그리고 2002년부터 학교가 항구도시이고 도심재개발이 진행중인 로테르담으로 이사를 했다. 건축대학원 과정만 있어 우리가 아는 종합대학이나 단과대학보다도 작은 학원 정도의 규모로 보면 된다. 졸업 후 석사 또는 박사 학위가 수여되며 국제적으로 공인력을 갖는다. 어찌 보면 학교의 정체성이나 교육철학 및 입지조건이 확립되어 있지않아 불안해보일지도 모르나 다른 한편으론 자율성과 창조성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건축대학원이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다루는 범위는 건축, 도시계획, 조경, 패션 등 다양하고 주 관심사는 역시 도시이다.
1995년 Wiel Arets로 학장이 바뀌면서 그전의 세계적인 중년 건축가들(Renzo Piano, PeterWilson, Ando Tadao, Zaha Hadid 등)로부터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건축을 실험하는 젊고 건축가들을(Greg Lynn, Stan Allen, Raoul Bunschoten 등) 초빙해 설계수업을 진행시키면서 Berlage Institute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였고 이시기에 학교명칭도 Postgraduate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Postgraduate Laboratory of Architecture로 바뀌었다. 이는 정부의 여러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더욱 실험적이고 연구(research) 중심의 건축대학원 과정으로 그 입지를 국내외적으로 확립 시켰다.
교육과정
이 학교의 교육과정 프로그램은 크게 2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MA(master of Architecture) diploma 2년 과정과 2001년부터 진행하는 PhD 2년(박사과정)으로 나뉘어져 있다.
여기서 박사과정은 자료부족상 생략하기로 하고 내가 경험한 아는 범위내에서 설명드리느걸 이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
일년에 3 학기(autumn, winter, spring term)로 구성되어 있고 매 학기 당 main core project(설계 스튜디오), seminar, masterclass, theory & history class, public lectures, exhibition로 구성되며 그리고 일년에 한번 해외도시 건축답사(excursion)를 간다
그리고 졸업을 위한 thesis work가 있다.
Design Studio
학교의 중추적인 설계 수업 과정이다.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젊은 건축가가 주로 스튜디오를 이끌며 대체적으로 네덜란드를 대지로 삼아 작품을 한다. 학생들은 대부분이 유럽, 아시아 출신의 학생들이며 모든 의사소통은 영어로 한다. 간혹 일년에 1명정도 네덜란드 국적의 학생이 참여한다. 아마 학비가 매우 싼 네덜란드 국립대에 비하면 이 학교는 장학금 없이 들어오긴 온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 학생, 교수, 언어 등 학교는 네덜란드에 있지만 학교 안에만 있으면 네덜란드라는 지역성은 느끼기 매우 힘든 학교다. 매 학기 core project를 이끄는 tutor들이 매번 다르고 설계수업방법론도 tutor들의 자율에 맡긴다. 다만 year theme이 있어 외부에서 초빙되는 tutor들과 학장을 포함한 학교 staff간 사전에 조율을 한다. 그리고 매 학년 학생 대표가 있어 매주 학교와의 미팅 때 학교운영에 참여하여 어떤 교수가 스튜디오를 이끌고 갈지, 학교의 행정상 불편한 점 등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된다.
매주 학생간의 개인 미팅을 갖으며 설계를 진행하며 학기말이 되면 외부인사를 초청한 종합 크리틱이 있다. 대체로 네덜란드 젊은 건축가(Ben van Berkel, Winy Mass(MVRDV), Rients Dijkstra 등)들이 초빙되며 논문 교수들도 참여한다. 크리틱 후에 거의 파티를 한다.
이 과정은 2학년때 진행될 개별적인 thesis work와는 달리 구룹 작업도 많이 한다. 교수들의 설계방법론이 매우 다르며 국적이 다른 학생들 또한 건축을 사고하는 과정이 달라 첫 학기 때 매우 당황해 한다. 그래서 중도에 자의 또는 타의로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가 한가지의 색깔을 가지기보단 모든 가능성들에 대해 열려있기 때문에 다양한 교수들의 왕래가 많다. 한번은 master class 교수로 온 Greg Lynn이 ‘이 학교는 내가 본 건축학교 중에 세상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학교다’ 라고 한적이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유명건축가를 접하고 그들이 사고하는 과정을 다 이해하긴 힘들지만 기본적인 인식의 틀의 전환하기엔 충분한 것 같다.
그런데, 올해 학장이 바뀐 이래 교육과정이 좀 바꿨다. 지금까지는 매 학기 한 학년에 1개의 studio가 있었던 것이 3개의 studio가 생겨 학생이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과 2학년부터는 설계studio자체도 thesis work 형식의 research work를 진행시키는 걸로 알고 있다.
Thesis work(논문과정)-Research work
1998년부터 research 중심의 thesis work를 더욱 강조하면서 1학년 때부터 3명의 thesis tutor(Elia Zenghelis, Raoul Bunschoten, Bart Loosma)들과 약속을 잡아 개인적으로 진행시켜 2학년 때 1명의 지도교수를 선택하여 본격적으로 논문작업에 전력을 다한다. 또한 tutor의 설계방법이 극도로 다르지만 학교방침은 가급적 학생들에게 각자의 논문주제나 관심사를 조금이라도 각 studio에 적용시켜보도록 요구한다. 그것은 또한 2학년 때 학생 각자들이 본격적으로 진행시킬 thesis work의 중요성을 각인 시키기 위해서 이다. 왜냐하면 결국에 논문 통과가 되지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하고 유급 될 경우 일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학생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2학년부터는 설계studio자체도 thesis work 형식의 research studio를 진행시키는 걸로 알고 있다. 이것은 2학년 때도 설계 스튜디오를 한학기는 의무로 듣고 나머지 2학기는 선택사항 이었으나 지금은 2학년 때부터 research work를 중시하는 걸로 봐선 더욱 더 thesis work에 치중하는 것 같다.
Masterclass & Seminar(워크샵)
매 학기 한번씩 있으며 워커샵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Masterclass는 5일, seminar는 3일간 진행되며 둘의 차이점은 외부 학생들의 참여 유무이다. Masterclasss는 국내외적으로 간단한 포토폴리오 형식의 접수를 받고 합격한 외부 학생과 berlage 내 학생간의 구룹 작업인 이를 테면 국제 워크샵이다. 그에 반해 seminar는 berlage 내에서만 진행된다. 둘다 매우 짧은 과정이지만 같이 한자리에 모여 어떤 주어진 주제를 갖고 브레인 스톰 형식의 토론과 그 결과물은 설계 스튜디오 과정에도 많은 활력소가 된다. 설계 스튜디오 중간에 두개의 워크샵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설계 스튜디오를 잠시 잊고 기분 전환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Theory & History class(이론 역사 수업)
이과정은 이론담당 튜터가 진행하며 토론식의 공부와 발표를 한다. 결과물은 텍스트나 작품을 만들며 일년에 한번은 masterclass형식으로 진행된다. 초빙교수로 Kenneth Frampton이 있으며 masterclass를 주로 이끈다. 설계 디자인과정이 아닌 순전히 말과 텍스트 중심이라, 물론 다이어그램, 이미지 등으로 설명은 하지만 언어가 미숙한 아시아계 학생들에겐 이해력이 떨어지는 수업이다.
Public Lecture(공개강의)
보통 저녁 강의 이뤄지며 말 그대로 공개강의다. 건축에 관심이 있던 없던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보통 강의 끝나고 파티를 한다. 초청인사로는 보통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중견 건축가이며 이론 강의 보단 최근 지어진 작품 강의를 한다. 설계스튜디오 초빙교수들이 여기를 통해 공개강의도 하고 또한 검증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파티를 많이 한다. 파티라기 보단 그냥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서서 얘기를 하는 정도다. 강의가 어땠느냐, 하는 작업은 잘되느냐? 등 보통 건축 및 일상생활 등등 많은 얘기가 오간다.
Exhibition(전시)
일년에 한번씩 졸업전시를 한다. 전에는 매 학기가 인정되어 졸업이 학기마다 있었는데 졸업전시 효과 및 운영때문인지 학년단위로 바꿨다. 만약 2학년 한학기를 쉬면 1년이상을 기다려야 졸업할 수 있다. 오프닝날 학생들은 각자 공개 강의식 발표를 한다. 여기엔 학장을 비롯한 담담지도 교수, 크리틱 교수, 건축가들, 학생들이 참여하며 외부의 건축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참여한다. 비디오 촬영이 진행되고 많은 군중 앞에서 발표하는 관계로 모든 학생들이 가장 긴장하고 예민해지는 순간이다. 보통 졸업학생수가 많으면 이틀에 나눠서 하며 오전 오후로 중간 크리틱을 한다. 크리틱은 학생보단 선생들간의 치열한 논쟁이 보통 생긴다. 이 논쟁엔 나이나 권위 또는 지명도는 그리 중요치 않다. 학생작품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과 이슈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관문을 그쳐야 비로소 석사 또는 박사 학위증이 수여 된다.
Excursion(건축답사)
수업료에 포함된 것으로 일년에 한번, 보통 겨울학기가 끝나면 간다. 모든 준비는 학생들이 하며 학교에서 숙소 등 여러 준비사항을 지원해 준다. 학생들은 가기 한달 전쯤부터 학교진과 협의 하에 도시를 정하고 그 곳의 역사, 문화 그리고 타겟이 되는 건축물에 조사를 시작한다. 그 결과물로 소규모 여행책자를 만들어 내는데 지도부터 시작하여 답사지 및 각가지 필요 정보들이 들어있다. 포켓식, 백과사전식, 신문 타입 등 어떻게 만들고 편집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한다. 이 답사에 보통 그 지역의 유명 건축가를 인터뷰하는 걸 상례화하고 있다. 일주일 간의 바쁜 일정이지만 스튜디오를 떠나서 한 도시의 문화와 건축물을 보고 느끼는 여유가 학교 커리큐럼에 있어 기분전환으론 그만이다.
네덜란드 건축은 그 역사가 깊다. 네덜란드 근대합리주의건축의 아버지인 Berlage로 부터 근대건축의 큰 획의 그은 De Stijl학파, SI 학파(Situational International;상황주의), Team X를 거쳐 네덜란드 구조주의 건축가 Herman Hertzberger 그리고 세계적인 명성과 현대건축을 주도하고 있는 Rem Koolhaas, 그 이후 Wiel Arets, Ben van Berkel, MVRDV(Winy Maas), NOX 등 세계 건축계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계속 유지해 오고있다. 네덜란드 전체인구 천오백만명 정도에 국토의 40%정도는 해수면에 있고 여왕이 존속하는 조그만 이 나라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정신이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Berlage를 다니면서 한번도 이토록 화려한 네덜란드 건축역사에 대한 수업을 받거나 토론을 해본 기억이 없다. 네덜란드는 16C 스페인으로부터 독립된 이후 17C에는 무역상업국가로 황금기를 맞았다. 카멜표류기를 쓴 카멜이나 우리에게 친근한 히딩크감독에서 보듯이 네덜란드의 국민성은 끊임없는 개척정신과 도전과 분석적 사고방식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Berlage에서 하는 많은 작업들이 도시에 관심이 많다. 스케일이 무척 커서 구체적인 건축디자인까지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다이어그램 건축이라 할 만큼 건축을 만드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그 설명도구로 다이어그램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스터디 과정은 많은데 구축적인 결과물에 치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없진 않다. 아직까지 Berlage는 catastrophic condition에서 그 무엇인가를 계속 찾는 사이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그램 역시 사고와 구축물 사이에서 존재한다. Alejandro라는 새로운 학장이 생겼다. 그 특유의 전략적이고 구축적인 방식으로 학교가 운영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박사과정이 생겨 더욱더 밀도있는 심층적인 리써치가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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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erlage-institute.nl/
이번 7월에 졸업했지만 입학하기는 2000년도, 즉 1년(2001.9-2002.9)을 중간에 휴학하는 바람에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베를라헤에 몸담고 있었던 셈이네요. 하지만 제가 입학했던 2000년도에는 네덜란드 건축가 윌 아레츠가 학장으로 있었고 작년(2002년도)부턴 스페인 건축가 자에라 폴로가 후임 학장으로 취임한지라 학교의 지향점이 확연히 달라진 데다가 작년 한 해가 ‘전이’과정으로 서서히 변화를 시도했다면 이제부턴 자에라 폴로 신임 학장의 뜻하는 바대로 교육체제가 현격히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지라 제가 그 미래변화의 면면을 다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은 제가 경험했던 여기서의 생활과 조금은 예상되? 앞으로의 상황을 전해드리는 것으로써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의견이니 사람마다 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앞으로 결정을 내리는 데에 다만 참고사항으로 받아주길 바랄게요.
베를라헤는 워낙 작은 학교이고 정규적인 학제도 없는 매우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한 곳입니다. 이수해야 하는 과목도 사실 디자인 스튜디오와 이론수업을 빼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2학년부턴 개인 논문이 가장 중점적인 사항이고요. 그래서 여기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시간조정이 개인적으로 매우 자유로워 개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학교 외 활동(예를 들어 설계경기나 다른 곳에서의 세미나 참가, 여행 등등)에서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고 개인의 논문 진행도 그 주제선정부터 과정까지 개인이 최대한 알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마음껏 자신이 가장 관심 가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매우 빈번히 있는 pubic presentation은 유명 건축가들이나 크리틱들 앞에서 자신의 논점을 주장하고 또 때론 아주 심한 비평도 맞서 반박할 수 있는 훈련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매우 실망스러운 점은 학교의 제반 인프라; 프린트하기도 힘들고 개인이 컴퓨터와 기타 장비들을 준비해야 하고 뭐 瑩?느리게 진행되고 장소도 비좁고… 여타 학교들과는 이런 시설적인 면에서 많이 뒤떨어집니다.
하지만 이젠 체제가 아주 많이 바뀌어서 개인 논문보다는 그룹 논문 위주로, 그리고 학장의 취지에 따라 그 주제 등등도 많이 좌우되고, 예전엔 이론부터 순수 리서치까지 개인의 역량에 따라 논문형식도 다양했는데, 이젠 디자인이 가장 우선시 되는, 어떤 연구든 매우 실용적인(?) 적용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과도 많이 갈등도 있었고요…이런 풍토는 지속되리라 생각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좋은 점도 많이 생긴 거고, 개인에 따라 안 맞는 점도 많을 거라 여겨지네요.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여기서의 생활은 자신이 책임지고 대부분 알아서 해 나가는 것일 거예요. 누군가에게서 굉장한 것을 배운다거나 대단한 학식을 쌓기를 원하면 너무나도 실망할 것이고, 단지 자신이 생활속에서 부딪혀 가며 깨지며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서서히 바뀌어 나간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작은 것이라도 발견해 간다면 그 자체가 유학생활의 결실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영어로 발표할 일도 많고 남이 비평했을 때 맞서기 위해선 영어로 잘 말하기는 아주 중요합니다. 대비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을 것입니다.
너무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디를 가든 다 자신이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너무 기대도 실망도 말고 이루길 원하는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정진하시길 멀리서나마 기원할게요
베를라헤, 네델란드에 대한 '짧은' 소개
즐거운 연말 보내고 계신지요. 계속 글을 올리려고 했지만, 접속에 어려움이 있어서 그만 마감이 다 되어서야 글을 올립니다.
pd님 께서 부쳐주신 질문 다발을 가지고 저도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오랫만에 즐거운 숙제를 하는 기분이었어요. 이런것이 의사소통의 즐거움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생각거리를 얻기도 했지요.
우선,
"왜 암스텔담, 베를라헤 인스티튜트로 가시게 되었는지, 그곳의 특징이 무엇인지도 들었으면 싶군요. 아직 우리에게 그리 잘 알려진 문화가 아니니까요."
마침 pd님이 이 질문을 부쳐주시니
안그래도 많은 분들이 이메일로 학교에 대한 질문, 네델란드 건축의 특징등을 물어오시는 차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쓰다보니 길어져서, 아예 잘라서 다른 코너로 -유학에 관한, 옮겨 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베를라헤 인스티튜트를 오게된 이유에 대해서,
저는 4년정도 실무를 하고 97년 이 곳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했읍니다. 왜 이 베를라헤 에 오게 되었나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은 사실 실무를 계속 할 것인가, 아니면 실무를 하면서 점점 더 쌓여가는 생각들을 한번 짚고 넘어 가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고, 학교의 선택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기본적으로 하고 있었고, 영어권 이어야 한다는것, 여기까지 생각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확 줄었고요, 이 곳 학교의 홈페이지를 보고, 학교의 규모가 작고-학생정원 32명, 프로그램이 다양한것, 그리고 인터내셔날 학교로 세계 각 지 에서 오는 학생들이 모인 다는 점에 끌려 지원했었습니다.물론 상대적으로 적은 학비에 대한 매력도 컸습니다.
현재 저와 함께 한국분 두분이 더 재학 중입니다.
저는 지금 2학년의 첫학기를 마쳤구요. 제 개인적으로는 학교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어딘가 가려운데 어디인지 모르겠다가 그 곳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는 희망에 몸을 더듬어가는 순간- 하지만 영원일지도 모를, 그런 시점에 있습니다.
지금은 실망할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어디든 긁겠다라고 하는 점이 1년 반이 지난 후 차이같아요.
학교의 개략적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1년의 3학기로 운영되는데, 큰 구조는 매학기 프로그램과 우리의 석사논문에 해당하는 THESIS가 있습니다.
매학기 프로그램은 core project라는 설계 스튜디오와 일주일 WORK SHOP 형식으로 진행되는 MASTER CLASS, HISTORY AND THESIS SEMINAR 가 있구요.건축관련 혹은 다른 연관분야의 초청강의가 비정기적으로 학기내내 있습니 다만, 이수과목이라거나 한것은 아닙니다. 스튜디오와는 달리 참석을 하든 안하든 자유구요.
THESIS는 기본적으로 2년의 과정내내 개인적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THESIS TUTOR와 지속적으로 토론을 하며 진행하는 개인 프로젝트라고 할수있습니다.
학생 개개인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논문은 졸업을 위한 통과의례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관심사를 보편적으로 의미있도록, 의사소통 가능하도록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입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연구하며, 프로젝트를 만들어 적용, 테스트하는 과정을 포함하게 됩니다.자신의 THESIS주제는 어찌 보면 이 학교에서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됩니다.학기마다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도 자신의 주제와 연결된 개념을 가지고 주어진 프로젝트 조건내에서 자신의 논문의 test case로 삼는 것이 권장되기도 합니다.학교에서도 가장 중요시 여기는 뼈대가 되는 프로그램 이기도 하구요. 특징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THESIS와 우리나라의 석사논문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선 최종결과물의 형식에 제한이 없습니다. 전시회일수도, 책일 수도 있구요, 실제 건축물의 실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형식이 어떤것이든 건축-광의로 도시계획,조경등을 포함하는- 의 발전을 위한 논의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면 된다는 것이 기본 취지입니다.하지만, 1시간 내외의 크리틱과 공중을 상대로 하는 강의는 공통적인 발표 형식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프로그램의 구조이외에 이 학교가 운영의 묘를 가진 점은 학교의 지리적인 잇점과 학교의 구조가 가진 조건들을 적절히 이용하는데 있습니다.
이 학교는 아주 작은 규모입니다.
학생이 32명 정도, 고정 스탭은 학장-HERMAN HERTZBERGER 에 이어 지금은 WIEL ARET입니다, 프로그램 오거나이저 한명, HISTORY AND THEORY 프로그램 운영 담당자 한명, 재정담 당자 한명, 그외 각종 행정업무, 학생들의 학업활동을 백업해 주는 스탭이 5명, 학교 학생들의 작품들, 강의내용, 이벤트를 출판과 직접 연결하기 위한 스텝이 파트타임으로 오는 2명의 편집전문가 이외 1명입니다.
그외 THESIS TUTOR 3명은 한달에 3회 정도를 기준으로 정기적으로 와서 학생들과 미리 약속을 정한 시간대로 개인 면담을 가지게 되고, 학교의 각종 프리젠테이션등에 와서 토론에 참여하면서 학교의 색깔을 만드는데 큰역할을 하지요.
15명 정도의 풀타임 혹은 파트타임의 스탭이 전부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프로그램의 주제를 정하고 학교의 운영에 기본적인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이학교는 매년의 개념적인 주제가 있어 크게는 그 구조 안에서, 프로그램들에 초빙되는 건축가들, 그외 분야의 전문가들이 가져오는 주제들과 큰 주제가 합성되며 진행되지요. 물론 그런 운영을 깊이있는 내용들과 연결하는데는 사실 학생들의 참여가 절대적이지요.
학생들은 실제 학생이라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논의를 형성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GENERATER , 이미 기성의 건축가와 별다를 바 없는 건축가이자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요구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작업을 개인적으로 수행하는 것 외에 많은 공공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통해 의미 있는 논의를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요구 받고, 출판의 과정,전시의 과정에도 참여해서 또 다른 미디움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하지만,모든 스튜디요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이 구조는 학생개개인이 자율적이고 지속적인 개인적인 운영과 소화를 해내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때로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이 계획하고 꾸려가는 개인적인 운영의 묘가 없이는, 커다란 슈퍼마켓에서 '살 것 목록' 없이 왔다가 원하는 것을 얻지못하고 '눈요기'만 하게되는 것과 같이 될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런이유로 THESIS를 발전시키고 완성시키는 과정은 다시한번 중요하게 됩니다. THESIS를 발전시키는데있어 다른 누구의 이론이 아닌 '자기'이기를 요구받는 다는 것과, 동시에 의사소통 가능한 결과물을 낳아야 한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어려웁기도 하고 도전적인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곳은 INTERNATINAL INSTITUTE로서 네델란드 학생은 현재 휴학중인 한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학생들의 구성은 일본학생들이 10명으로 가장 많고-요번 학년 주제가 Netherlands-LA-Tokyo라 더 그런것 아닌가 합니다., 그외에는 유럽과 남아메리카 미국등지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옵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자신의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들을 제기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물어도 오시고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한데, 이런 구조를 가지고 주로 '무엇'을 주제로 다루는가 하는 것인데,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강의 분위기가 실험적인 성향이 강한지 아니면 실무와 연관되는 실제적인 성향이 강한지 궁금한데요.' 라는 질문을 이메일로 물어오시는데 , 제가 대답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처음에 학교소개서를 보고 의아해 했던 것이 베를라게는 architecture ,urban design,landscape,,등등을 모두 주제로 다룬다고 하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와서 해석하기로는 건축의 범위를 어느 특정한 범위에 두지 않고 어떤 주제간에 '건축'의 논의 안으로 끌어 들인다는 이야기 였던 듯 합니다. 개개 건물의 설계 방법론 보다는 '오늘'의 도시와 건축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전략'을 만드는데 더 많은 논의의 촛점이 주어지고, 설계를 위한 데이타의 처리 그리고 그것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새 '도구'들 , 연구와 건축디자인의 관계, 오늘날 도시들의 정치 경제적인 조건들...
이런 것에 대한 논의 들이 최근들어 활발합니다. 사회학자, 미디어 전문가, 시각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여러 관계분야의 강사들이 초청강의를 하고 때로는 세미나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소화하기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런 많은 주제들은 대답을 주기보다는 더욱 많은 질문을 낳기 마련이지요. 결국 이런 다양한 자극들을 자신의 앞으로의 건축가로서의 역할과 관련짓는 것은 개인의 몫이니까요.
건축을 주택, 학교, 병원, 종교건축.. 의 과정으로 배웠던 시각으로 보면, 내가 무얼하고 있는 건가 하는 질문을 매일 할 '건축'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관례적으로 2학년 첫 학기는 '구체적인 건물 설계'?를 하게 되어 있기는 합니다.
관습적인 건축의 틀에 부단히 도전하지만, 건축가의 기본 적인 영역을 아예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강변 같기도 합니다. 실무와 연결 되느냐 물으신다면 어떤 '실무'를 하시고 싶으신가에 달렸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또 한가지 FAQ,? 요새 유학을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의 관심사 같습니다.
'졸업후에는 거기서 일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이것은 순전히 자기 하기 나름입니다. 98년 말 현재 네데란드의 건축경기는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이런 좋은 경기는 수그러 들것이라는 예상들을 하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가장 장기적이고, 상대적으로 가장 정확한 예측은 일기예보밖에 없지않습니까??
유럽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유럽인들 빼고는 노동비자를 얻는 것은 당연히 어렵습니다만 여기 건축경기가 좋은 한, 일할 의사를 가진 능력있는 개인이라면 사무실에서 까다로운 수속을 감수하고라도 고용하겠지요?
이 시점에 항상 아쉽게 생각 되는 것은 A.U. (asian union)이지요. ? 하지만 자기 경쟁력이 있는 사람은 국경에 구애됨 없이 여기 저기서 활동 하고 있는 예를 많이 봅니다. 게스트님들의 예를 보더라도,확실 하지 않습니까?
물론 개인의 노력이외에 제도적인 뒤받침이 중요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예로, 제가 지원 할 수 있는 장학금과 그랜트가 1이라면 일본학생 혹은 일본인들은 7, 유럽인들은 10, 미국은 자기 조건에 맞는 각종 재단과 장학금을 검색해 주는 웹 사이트가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의 경우 학업을 마치고 여기서 실무를 할 경우 생활비가 지원되는 보조금이 있기까지 합니다. 제도적지원이 학위취득에 머물지 않고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세계인을 양성하는데까지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학교의 많은 특징은 네델란드의 건축의 특성과 맞물려 있는것 같습니다.
네델란드는 사람이 만든 땅의 역사를 가진 만큼 도시계획에 있어서도 과감한 시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로테르담은 2차대전 독일의 폭격으로 전파된뒤 완전히 새로 건설되다시피 한 도시로 유명합니다. 많은 실험들이 행해져왔고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도시죠. 한편으로는 검소하고 실질적인 이 곳의 사회풍토에서 비롯된 듯, 건축의 특징도 과감하지만 매우 실용적이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네델란드는 유럽내 에서도 젊은 건축가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잘 조성되있기도 합니다.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건축가의 자격이 주어지고 사무실을 낼 수 있을 뿐더러 재능있는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정해진 기간동안 보조금을 주기도 합니다.
요즘들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mvrdv처럼 멤버의 나이 20대 중후반에 사무실을 내고 30대 초반의 나이에 세계적으로 프로젝트를 하는 건축가가 되는 경우가 여기서는 드문 일만은 아닙니다. 물론 여기에는 투명성을 바탕으로하는 꼼뻬로 주어지는 수주의 기회가 많다는 것이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활동의 여건 탓인지 oma ,mvrdv, ben van verkel ,wiel aret 등의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은 건축가 들과 사무실이 나오고, 그외에도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축가들이 각 지방자치의 행정단위들과 협력해서 여러 다른 스케일의 도시계획에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조언하는 것이 제대로 시스템화 되있는 것은 무엇보다 부러운 일입니다.
여기서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따라 자신을 URBANIST 라고 지칭하거나 ARCHITECT라고 지칭하는 경우를 많이 만납니다. 대규모의 도시계획의 기본 구상을 하고 실지 건물단위의 건축가 선정에도 참여하고, 그 이후의 조정자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건축가의 임무가 되지요.
최근 완성된 암스텔담 북쪽의 JAVA IRLAND의 주거단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5층미만의 연립주택이 주인 주거단지의 한블록 마다 다른 건축가가 설계를 맏아 매우 다양한 입면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다양함의 조정자로 단지 전체의 기본계획을 맏은 건축가가 있었습니다.
전재성님께서 '햄버거론'이라 거론하셨던 다양한 입맛의 개발의 필요에 저도 동의 하구요,
이 곳 사정을 제가 이렇게 소개드리는 많은 오해와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새로운 메뉴의 소개를 위해서라고 변명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수많은 메뉴 중의 하나에 불과 하다는 것도요. 그런데,더 많은 메뉴를 만나 놀라고 다양함과 새로운 맛에 흥분하면 할 수록, '엄마밥상'이 그리워 지는 그 원리는 무얼까요
첫댓글 네덜란드 유학 준비하시는 분들 혹시 있으시면 같이 정보 공유좀 부탁 드릴께요.....^^;
저는 현재 델프트공대 학부 조건부입학을 받아놓은 상황입니다. 베를라헤는 잘모르겠네요.;;
후아...학부 조건입학이면 저희나라에서 대학졸업 하시고 가시는건가요? 흠 좋은 학교 가시네요...ㅜㅠ